2016. 11. 16. 01:05

스승 시리즈 -사사

저자 : 우니

일러스트 : 와타누키 요시코

번역 : 김봄


<입수>

타입문넷 2016년 10월 감상 이벤트


<추천등급>

★★★★★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분위기의 오컬트 호러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간단 줄거리>

대학진학을 위해 시골에서 올라온 '우니'는 동아리에서 한 선배와 만난다. 그것이 오컬트 세계의 '스승'이었다. 우니는 '스승'에게 이끌려 온갖 괴이 사건을 경험한다.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부르는 중층적 이야기의 끝에는 이제껏 체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십여 년에 걸쳐 인터넷에 연재해온 대인기 시리즈!

[출처 : 본서 띠지]


<감상>

띠지 전면에 「이런 어둠이 뭐가 무섭다는 거지? 눈을 감아봐.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깊은 암흑이다」라는 '스승'의 말이 적혀있습니다. 이걸 보는 순간 무섭다기보다는 군대 말년병장들의 장난질이 떠올라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올랐습니다. L병장 이 개새, 그러니까 소원수리에 긁혀서 진급 누락하고, 말년에 애들한테 대우 못 받고 결국 가는 날도 쫓겨다니면서, 음, 여기까지 하죠.


읽기 시작한 시점의 기분과는 별개로 작품 내내 이어지는 분위기는 제법 섬뜩합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사람을 마구 썰어대는 건 헐리우드식 호러와는 다릅니다.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정체불명의 무언가가 결과적으로 위협인 행위를 하며, 대책을 세우더라도 불확실하고, 그러한 대책조차도 삐끗하면 파탄이 나서 무의미미해지는 모습들이 담담하게 그려집니다. 크툴루 신화에서 광기에 휩쌓여 미쳐버리거나 무력하게 파멸을 기다리는 등장인물들과 비슷하달까요. 옴니버스식 연재 시리즈인만큼 한 화만에 골로 가버리고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요.


앞서 말했다시피 선혈이 난무하는 스플래터 호러가 아닌 오컬트 호러입니다. 비슷한 느낌의 책으로는 쓰네카와 고타로의 야시, 그리고 코다 가쿠토의 미씽 등이 있습니다. 스승 시리즈를 포함해 이 셋의 공통점은 우리의 일상 이면에 존재하는 정체불명의 괴이와의 접촉, 지역색 가득한 민담의 현대적 해석, 그리고 도시전설류로 대표되는 현대식 민담에 대한 접근이 아닐까 싶네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확정되지 않은, 일종의 열린 결말 형식을 취하는 것일까요. 그러한 결말이 여운을 남기고 불확실하고 불가해한 공포를 강화시키니 이러한 류의 소설에서는 나쁘지 않겠죠.


음, 책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런 류의 괴담집을 좋아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인터넷 등에 게시되어 있거나 누군가의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종류가 아니라, 책이라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확고한 실체를 가진 괴담집을요. 이것은 허구이며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확정짓는 느낌 때문이죠. 오싹한 얘기에 약하지만 그래도 호기심 때문에 계속 읽게 되는 성격이라서 어딘가 마음 속에서 안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다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싶네요.


그리고 지역색이 강한 얘기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건데, 타지 사람들은 지역색이 강한 무언가에 영향을 받을까? 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주술이나 신앙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 특정한 공간에서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느니, 여기서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면서, 여기에 지연이나 혈연이 있으면 벗어날 수 없다던가 영향을 받는다던가 하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럼 반대로 정말 아무런 인연도 없으면 쥐뿔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던가? 혹은 그 반대라면 오히려 묵사발을 낼 수 있다던가요.


예를 들어, 음. 조금 국뽕끼가 있는 말이긴 한데, 일제 식민치하에 고통받았던 이들의 후손이라면 일본의 괴이 저주 주술 등에는 전혀 효과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 땅에 쌓인 원념의 저주가,' '뭐, 그런 거 뭐 임마 뭐' 하는 느낌이랄까요. 영국의 심령스팟에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가서 '이열~ 우리 조상님들 쏴제낀 애새끼들 유령? 원념과 고통에 가득차 있어? 이열~' 하고 비웃는 느낌이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다음 권은 언제 나올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다음에는 부디 해당 달 안에 책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10월 이벤트 도서인데 11월 11일에 받았습니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