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25. 21:40

피어클리벤의 금화 1권

1권을 서평 쓰라고 받아서 쓰는 글이지만 서평은 내던지고 2권까지 사서 봤다. 그런 책이다. 거기 너. 봐라. 당장 봐라. 판타지를 좋아한다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막상 ‘그래서 뭐가 어떻게 좋은데?’ 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막막하다. 흔하고 익숙한 듯 싶다가도 참신하고 독창적으로 풀어지는 설정? 이야기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개연성과 핍진성? 전개를 위해서만 소모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생동감? 나는 그 모든 것이 좋았는데.

 

그렇다. 그 모든 것이 좋았다. 

 

울리케와 빌러디저드가 사람이 쌓아올린 경제와 정치와 제도와 거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고, 아우케트가 도저히 고블린이라 볼 수 없는 지성으로 모두를 놀래키면서도 그것이 지적인 허영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실용적이라는 것이 즐거웠고, 시야프리테가 신목의 가지를 마구잡이로─동시에 가장 정확하게 휘두르는 모습이 유쾌했고, 서리심의 아이가, 아 이건 2권 부분이던가.

 

어쨌든 그렇게 생물학적인 종족의 차이와 서 있는 위치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며 약속을 맺는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 거린다. 다른 종족! 계약!

 

정통 판타지에 걸맞는 깊고 긴 호흡 또한 마음에 든다. 퓨전도 좋고 현대도 좋고 로맨스도 좋지만 판타지가 가장 판타지다울 때는 역시 중후한 심도와 고유한 흐름을 가질 때인 것 같다.

 

게다가 그러한 글을 종이를 넘기며 곱씹는 것 또한 좋다. 책이 희게 보이라고 돌가루를 뿌려 무거워질지언정 이러한 이야기에 걸맞는 매체는 역시 종이라고 본다.

 

1권을 받아보고,  2권을 주문하고 기다리던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지금까지 명작이라 불리던 판타지 소설들은 모두 완결이 나 있었다.

 

그런데 이건! 완결이! 아니야!

 

브릿지에서 출판된 부분은 유료화되었고 나머지는 아직 볼 수 있다지만 이런 건 종이책으로 음미해야 하는 건데! 종이책! 정말 끔찍한 기다림이 아닐 수 없다. 다음 권은 언제인가. 아으아아어아어으아아….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더 이것저것 언급하고 싶지만 시간이 아쉽다. 대체 왜 벌써 25일이 된 거지? 재독한 게 문제였나. 음…




추신. 이 서평을 본 황금가지 관계자 중 신청 사유 확인이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내가 대체 뭐라고 적었었는지 알려주길 바람.

2017. 5. 30. 00:50

던전의 주인님 3권


저자 : 박제후

그림 : GAMBE


<입수>
타입문넷 2017년 4월 감상 이벤트


<추천등급>

오로지 전진. 끝없이 치고 나가는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간단 줄거리>
황권을 두고 벌이는 황자와 황녀의 내전은 답답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양측 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그때, 황자군의 맹장 밸리어트가 오주윤이 지키고 있는 2-04던전을 공격한 것이다.
이에 오주윤은 자신의 모든 걸 걸고 거미장군 밸리어트를 막아내기로 결의한다.
언뜻 불가능해 보이는 싸움이지만, 뜻있는 영웅들이 그의 진영에 합류하면서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감상>

5월 9일에 책이 도착했던가, 받고 나서 1권을 본 줄 알았는데 안 봤다는 걸 깨닫고 다급히 읽는 도중, 설상가상으로 2권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 모든 책 박스를 뜯어 제껴 간신히 찾아낸 2권 역시 비닐 밀봉 그대로인 상태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자체 타임 리미트를 걸어 단숨에 읽어내렸습니다만, 그렇게 읽어내려도 문제 없을 만큼 빠르고 흡인력 있는 전개로 치고 나가네요.


사실 읽을 때는 흡인력이라 느꼈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게 흡인력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멱살잡혀 끌려가는 건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그렇습니다. 브레이크 없이 무조건 엑셀만 밟으며 달려나가는 느낌입니다. 호불호가 갈리겠군요. 이건 어째 라이트노벨이라기보다는 판타지 소설 같은데 말이죠.


아니면 뭔가 하려고 해도 결국 주변 상황에 이래저래 끌려갈 뿐인 우리네 인생살이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주인공과 우리가 다른 점이라면 주인공은 어떻게든 성장해간다는 거지만, 우리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은행 금리마냥 바닥을 향해간다는 것이겠죠. 혹은 내가 투자한 주식이라던가. 앗... 아아....


어쨌든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마구 굴러 거칠어진 주인공의 모습은 근래의 라이트노벨 주인공들하고는 상당히 다릅니다. 살짝 선만 넘어주면 상어이빨을 한 귀축왕과 비슷한 행보를 걷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우리는 간행물 윤리규정을 준수해야하기에 그런 모습은 볼 수가 없습니다. 안타깝기 그지없군요. 유교탈레반...!


간행물 윤리규정하니 생각났는데 삽화가가 변경되었지요. 과연 이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르겠네요. 일러가 변경되면서 처참히 무너진 소설들이 생각나니 말입니다. 일러는 중요합니다. 이는 고사기에도 실려있어요 [?]


꽤 많은 히로인 후보들이 나옵니다. 보비, 메이니, 죠니아 백작부인, 네리스 등등. 그렇지만 딱히 이 시리즈를 이끌어갈만한 간판 히로인은 보이지 않네요. 시대를 풍미할만한 글에는 그 글을 이끌어가는 간판 히로인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그게 없다는 게 조금은 아쉽습니다. 좀 더 히로인들을 능동적으로 활약하게 만들어 매력을 드러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라이트노벨이니까요. 주인공은 덤이에요! 활약은 여캐가 해야 제맛이지! 마! 늬 한국꼐임 안해봐쩨! 여는 그리하모 아이된다 마!


개인적인 취향이 맞느냐고 하면 글쎄...? 하겠지만 그러면서도 다음 권을 사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따, 딱히 마음에 든 건 아니야! 착각하지 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