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사역마'에 해당되는 글 5건
- 2007.12.23 [제로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7. 공주님의 방문. 2
- 2007.10.01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6. 파괴의 지팡이. 하편 3
- 2007.09.13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4. 소녀는 검을 든다. 3
- 2007.08.20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3. 마법 금지
- 2007.08.09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루이즈 Episode 1. 1
[제로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7. 공주님의 방문.
[제로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7. 공주님의 방문.
꿈이다.
루이즈는 확실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루이즈! 루이즈, 어디 간 거니? 루이즈! 아직 설교는 끝나지 않았다! 루이즈!”
자신을 찾고 있는 것은 분명 어머니이리라. 가장 최근이었던 겨울 방학 때 들었던 목소리보다 조금 더 젊은 느낌이었지만 그것은
미묘하게 주변 사물이 크게 보이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이해가 되었다. 자신도 어려진 것이다. 어머니 역시 젊어지신 것이리라.
비록 꿈이지만.
그렇지만 왜 이 덤불 아래에 숨어 있는 것일까.
옛날부터 혼나게 된다면 당연히 벌을 받았다. 도망치거나 숨는 것은 귀족의 긍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것을 어릴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깨닫고 있었으니까. 고민하고 있자니 주위를 지나가는 하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루이즈 아가씨도 고생이시네.”
“맞아. 손윗 누이 두 분은 그렇게 마법을 잘하시는데…….”
아, 그랬구나.
다른 것은 몰라도 마법에 관한 것에 대해 비난을 듣게 되면 자신은 언제나 도망쳤다. 조금 나이를 먹고 나서는 반발심에 덤벼들었지만.
하인들이 덤불 속을 뒤지기 시작하자 루이즈는 조심스레 몸을 움직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굳이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그냥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의 꿈이라고는 하지만 스스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런 꿈도 많으니까. 보통은 대부분 악몽이지만.
그
렇게 생각하면서 루이즈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목표는 중앙정원의 연못. 주변에는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피고 작은 새들이 모이는
다리와 쉴 수 있게끔 준비된 의자가 있고, 연못 중간에는 조그마한 인공 섬에 새하얀 돌로 만든 정자가 있는 곳이었다. 근처에는
작은 배가 떠 있는데 루이즈가 어릴 때는 가족 모두가 뱃놀이를 했었다.
지금은 아무도 하지 않지만.
그렇게 언제나 가족들이 함께 놀던 아름다운 정원이 자신이 언제나 숨게 되는 비밀의 장소가 된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래도 루이즈는 그곳을 향해 움직였다.
관리를 하지 않아 잡초가 생기고 흙먼지가 가득한 연못 주변을 보며 루이즈는 다리를 건넜다. 연못 중앙의 인공 섬 근처에 묶여 있는 작은 배에 숨어 있는 게 루이즈의 목표였다.
그렇지만 꿈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루이즈는 준비해 둔 모포 속으로 파고드는 대신 모포를 배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얼굴에 드리워졌다. 누구일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울지 않으시네요.”
갈색 머리카락을 트윈테일로 묶은 소녀였다. 가슴 부분에 커다란 빨간색 리본이 달린 하얀 옷을 입은 소녀는 희한하게 생긴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이제 10대 초반에 들어섰을까. 아직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의 소녀였다.
그것은 분명 자신이 소환해낸 사역마, 나노하였다.
꿈속에서는 미래의 사역마인가?
루이즈는 시답잖은 고민은 그만두기로 하고 나노하의 말에 대답했다.
“울 리가 없잖아.”
“어째서요?”
물어보고는 있지만 소녀는 대답을 바라는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이미 대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을 천천히 이끌어주는 것 같은 얼굴로 말하고 있는 데에서 눈치 챘다.
그랬기에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이제 내 마법의 길을 찾았으니까.”
나의 말에 소녀 역시 웃으며 답해주었다.
“잊지 않게 될 때까지 곁에 있어드릴게요. 루이즈 씨.”
나는 대답했다. “고마워.” 라고.
그리고 꿈에서 깼다.
─────
차라는 것은 미묘한 음료이다. 물을 끓여서 찻잎을 달이는 것만으로도 마실 수 있는 간단한 음료이지만, 그와 동시에 어떻게 끓이느냐에 따라 향 좋고 맛 좋은 차가 나오기도 하고 쓰고 떫기만 한 차가 나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지금 조리실은 다도 연습에 빠져 있는 메이드들의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학원의 잡다한 일들로 바쁘더라도 시간이 남으면 다도 연습을 하는 게 학원 메이드들의 실익이 걸린 취미였다.
객
관적으로 봤을 때 메이드들이 노리는 것은 남은 재료들로 만든 케이크와 함께 차를 마시는 것으로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엄격한 교육을 받은 메이드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소녀이다. 이런 일을 하지 않는 게 더 신기할지도 모른다.
조리실의 총책임자인 마르토는 그런 광경을 보면서 혀를 찼다.
“이렇게 만들어도 귀족들은 맛도 모르고 먹기만 하다가 대충 버리니, 쯧.”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수가 너무 적어. 요리라는 건 단순히 먹는 게 아니란 말이야!”
여전히 열혈 중년인 마르토를 진정시킨 것은 메이드들이었다. ‘시끄럽다.’, ‘차는 주방장의 영역이 아니다.’, ‘소녀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냐.’ 등의 말과 함께 다같이 노려보자 기력 좋은 그도 후퇴한 것이다.
“하아, 기력이 넘치는 건 좋지만 분위기를 조금은 파악해주셨으면 하는데 말이지.”
시에스타의 한숨 섞인 말에 나노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기운 넘치지 않는 마르토 씨는 마르토 씨 같지 않잖아요.”
“그렇기는 하네. 아, 케이크 다 됐어. 들고 가기만 하면 돼. 찻잎은 미스 바리엘의 것을 쓸 거지?”
“네.”
“그럼 조심해서 가.”
“네. 나중에 봬요.”
시에스타의 마중을 받으며 나노하는 조리실을 나섰다.
─────
후우케 사건이 끝나고 나서부터 루이즈를 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180도 바뀌어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언제나
제로라 불리며 무시당하던 소녀가 트리스테인 귀족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도적을 잡은 것이다. 시선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루이즈는 최근 기분이 상당히 좋은 상태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좋게 바뀌어 있었고 공을 세운 덕에 슈발리에의 칭호도 얻었다. 그리고…….
“에? 무언가 잘못된 것이라도 있나요?”
시선을 느낀 나노하가 루이즈를 향해 물었다. 차를 끓이고 있었기 때문에 무언가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 같았다.
“아니, 기대돼서 말이야.”
“어제도 마시셨잖아요?”
“잘 끓여진 차는 언제나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는 거야.”
루이즈의 말에 나노하가 덧붙였다.
“거기에는 당연히 케이크가 들어가겠죠?”
“당연하잖아? 감사히 여기도록 해. 내가 먹어주는 거니까. 혹시라도 부족하기만 해봐. 난 입이 높다고?”
“미도리야의 차와 케이크는 언제나 손님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요.”
나노하는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대답했다. 관리국의 교도관이라고 해도 아직은 12세. 자랑하고픈 것이 있다면 속으로 감추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알리고 칭찬받고 싶은 게 당연한 나이다. 자신도 아직 어린 쪽이지만 그것을 아는 루이즈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들어와.”
“자, 그럼 실례~”
“들어갈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큐르케와 타바사였다. 각자의 손에는 조그마한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자연스럽게 방 중앙에 있는 탁자의 의자에 앉는 큐르케를 보며 루이즈가 말했다.
“설마 너와 다과회를 하게 될 줄은 몰랐어, 큐르케.”
큐르케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뭐, 어때? 맛있는 차와 케이크가 있다면 소녀들이 모일 이유는 충분하다고? 이쪽의 타바사도 이래 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많이 먹기도 하고 특히나 단 것에는 취약하니까, 잠깐, 타바사, 우왓! 알았어, 꺄악! 그만할게, 핫!”
옆구리를 꼬집는 타바사의 공격에 큐르케는 항복의 제스쳐를 취했다. 그것을 보며 루이즈와 나노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잠깐, 뭘 웃는, 읏! 타바사 그만!”
“푸흡, 아하하하!”
결국 웃음은 터져 버렸다. 처음부터 무리였다. 이 나이의 소녀들에게 웃음을 참으라고 하는 것은 그 어떤 고문보다도 잔혹한 일이니까.
“그만 웃으라니까아—!!”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친 큐르케의 목소리가 탑에 울려 퍼졌다.
─────
다음날.
학원 최악의 선생이라는 이명 아닌 이명을 가진 기트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화를 잘 내며 긴 흑발에 칠흑의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이 교사에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니, 어떻게 보면 학원 최악의 선생이라고 불리는
데에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그는 교실에 들어옴과 동시에 대뜸 말을 시작했다.
“수업을 시작하지. 모두 알고 있는 대로, 나의 이명은 질풍. 질풍의 기트이다.”
조금 소란스러웠던 교실이 고요한 분위기에 감싸이자, 기트는 그 모습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큐르케를 가리켰다.
“최강의 계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미스 첼프스트?”
“허무가 아닌가요?”
“전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현실적인 답을 묻고 있는 거다.”
으스스하며 음침한 목소리에 하나하나 거슬리는 말투. 그러니 인기가 없지요, 미스터 기트. 그렇게 생각하며 큐르케는 조금 대담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불꽃이지요, 미스터 기트.”
“호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모든 것을 불태워 없앨 수 있는 것은 불길과 정열. 그렇지 않나요?”
“아쉽지만 그렇지 않다.”
“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트가 대답했기 때문에 큐르케는 순간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곧 상황을 파악한 큐르케는 표정이 굳었고, 그것을 본 기트는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 들며 말했다.
“시험 삼아 나에게 불꽃 계통의 마법을 사용해보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 선생은.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에 큐르케는 잠시 기트를 바라보았다.
적을 탐색하는 것이다. 머리 빈 게르마니아 여자라고 불려도 그것은 평소 생활과 연애의 이야기. 결투, 전투 등 싸움이라 칭하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게르마니아 무가 집안의 피가 작용하게 되어 냉철해진다. 그것이 큐르케라는 여자의 숨겨진 모습의
일부였다.
집안사람들과 타바사 밖에 모르는 이야기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무언가 오해한 기트는 피식, 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뭐하는 건가, 미스 첼프스트? 불꽃 계통이 너의 특기가 아니었나?”
비웃는 듯한 태도에 큐르케는 씩 웃었다. 차가운 미소. 상대방을 쓰러뜨리겠다는 의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미소였다. 큐르케는 가슴 사이에서 지팡이를 꺼내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화상으로는 안 끝날 겁니다, 미스터 기트?”
“상관없다. 진심으로 하게나. 그 유명한 첼프스트 가의 붉은 머리가 장식이 아니라면.”
큐르케는 차가운 미소마저도 지운 체 주문을 영창 해 나아갔다. 조그마한 불구슬이 직경 1m의 거대한 화구(火球)가 되는데
걸린 시간은 10초도 걸리지 않았고, 당황한 학생들은 책상을 옆으로 세우고 연금 마법으로 강화하거나 자신의 사역마를 불러들이는
등의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대비를 하던 말던 큐르케는 화구를 가슴 쪽으로 끌어들이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밀어내었고, 화구는 처음에 부드럽게 밀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화르륵!
주변의 공기를 태우며 짐승의 포효 같은 소리와 함께 날아드는 화구를 보면서도 기트는 여전히 냉정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손에 쥔 지팡이를 검을 휘두르듯 가로로 휘둘렀다.
그
러자 기트를 집어삼킬 것 같았던 화구는 흩어져버렸다. 그렇지만 화구가 가지고 있던 열량은 주변의 공기를 뜨겁게 달군 뒤, 기트가
조작한 바람에 실려 큐르케를 향해 날아들었다. 불이 없다고 해도 달아오른 공기는 간단히 맨몸으로 맞기에는 무리가 있는 법. 그것도
열량을 간직한 체 바람 계열의 메이지가 압축한 바람은 큐르케가 만든 화구와 동급이었다.
그 순간,
<Protection>
몰아칠 열풍에 대비해 허리를 숙이고 방어자세를 취하고 있던 큐르케 앞에 기계음 같은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분홍빛 마법진이 펼쳐졌다.
콰앙!
폭발음과 함께 주변으로 열풍이 흩어졌다. 여전히 후끈한 열기를 품고 있었지만 적어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심한 열기는 아니었기에 주변에 피해가 가지는 않았다.
후끈한 바람이 어느 정도 가시자 큐르케는 방어 자세를 풀고 앞을 바라보았다.
“나노하…….”
“괜찮아요, 큐르케 언니? 꺄악!”
“우와아앗, 나노하! 이 언니를 구하기 위해서 바람같이 촥! 멋져 멋져!”
상대가 나노하임을 깨달은 큐르케는 곧장 나노하를 끌어안았다. 루이즈가 대놓고 노려보았지만 이미 큐르케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읍, 저, 저기, 조금 놓아주셨으면, 푸하!”
“흐흥~ 싫은 거야? 이 언니가 싫은 거야?”
“시, 싫은 건 아니지만, 하아, 숨이!”
큐르케의 가슴에 파묻힌 형태가 된 나노하는 호흡곤란 직전까지 가서야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다. 그 장면에 대다수의 남학생들과
소수의 여학생들이 얼굴을 붉히며 엄지를 치켜든다거나 흘러넘치는 코피를 닦아낸다거나 했던 것은 무시해도 될만한 일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붉어진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기트는 헛기침으로 아득히 머나먼 이상향으로 떠나가려는 학생들을 현실로 끌어내린 뒤 수업을 재개하기 위해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유비키타스 델 윈데-”
그 순간, 교실 문이 열리며 굉장히 말하기 힘든, 그러니까 “취향이니 존중해주시죠.” 같은 대사를 내뱉을 것 같은 긴장된 얼굴의 콜베르가 들어왔다. 커다란 롤 케이크 같은 둘둘 말린 금발 가발을 쓰고 로브에는 풍성한 레이스나 정성스럽지만 어울리지 않는 자수가 놓여 있는 로브를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어색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꾸미고 있는 것일까.
“무엇입니까, 미스터 콜베르?”
눈썹을 찌푸리며 한눈에 봐도 호의적이지 못한 시선을 보내는 기트의 모습에 콜베르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아차차, 미스터 기트. 실례하겠습니다.”
“지금은 수업중입니다만?”
“아, 그것 때문입니다.”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기트를 뒤로 하고 콜베르는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오늘 수업은 모두 중지입니다!”
그 말에 모든 학생들이 “와아!” 하고 탄성을 터뜨렸다. 귀족답지 못한 태도에 일갈을 한 콜베르는 잠시 후 학생들이 진정하게 되자 말을 이었다.
“황송하게도, 선제 폐하가 남기신 유품, 우리 트리스테인이 하르케기니아에 자랑하는 가련한 한 송이 꽃, 앙리엣타 공주님께서, 오늘 게르마니아 방문에서 돌아오시는 길에, 이 마법학원에 행차하십니다.”
눈에 보일 정도로 교실이 술렁였다.
당연한 일이다. 귀족 중의 귀족인 왕족, 그것도 여자라고는 하지만 정통 왕위 계승자인 앙리엣타 공주의 방문은 귀족들로 이루어진 이 학교에 상상 이상의 파급을 불러온다.
“따라서,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갑작스런 일입니다만,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환영식전의 준비를 합시다. 그 때문에 오늘의 수업은 중지. 학생 여러분은 정장으로 정문에 서주십시오.”
학생들은 긴장한 얼굴이 되어 일제히 끄덕였다. 미스터 콜베르는 엄중하게 끄덕이고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여러분들이 훌륭한 귀족으로 성장한 것을 공주님께 보여드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전하께서 좋게 기억하실 수 있도록 정신 차리고 지팡이를 닦아놓으십시오! 알겠습니까!”
─────
공주가 가지 않을 것이 뻔한 학원 구석이나 주방, 그리고 하인들의 숙소까지 대청소의 열기에 빠져 있는 것을 큐르케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희한한 데까지 준비하는구나, 너네 나라는.”
루이즈는 그런 큐르케를 노려보았다.
“시비 거는 거야?”
“아니, 그냥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서 놀란 것뿐이야.”
황제에 대한 충성심이 낮은 게르마니아의 귀족인 큐르케로서는 공주가 가지도 않을 곳까지 일일이 정비하는 트리스테인 귀족들의
모습이 이색적으로 보인 것이다. 전통을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일이지만 전통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큐르케에게는 쓸데없는
일이었다.
근처에 서 있던 기슈가 그 둘의 말싸움에 끼어들었다.
“게다가 귀하신 분이시라고? 우리 공주님은. 여왕이 한번도 없었던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는 여왕님도 몇 분 계셨으니까, 잘하면 여왕이 되실 분이시니까.”
“그게 기슈 너의 자랑스러운 태도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물론 아름답고 청초한 공주님과 우리 그라몬 가는, 흐익, 몽모랑시?!”
“헤에, 계속해보시지?”
“아, 아니, 저기 잠깐만!”
등 뒤에 몽모랑시가 있었다는 걸 잊은 채 공주님의 미모를 칭송하던 기슈는 그대로 끌려가버렸다. 자기 무덤을 판 꼴이다.
어찌되었든 공주가 마차에서 내려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자 환호가 울려 퍼졌다. 그것을 보며 큐르케는 앙리엣타를 보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야, 내 쪽이 더 아름답잖아. 어때, 나노하? 언니랑 저기 공주님이랑 누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해?”
“에에, 두 분 다 굉장히 아름다우신데…….”
“그래도 그 중에서 누가 더? 응? 말해봐.”
“고, 곤란해요…….”
큐르케의 압박에 나노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루이즈를 바라보았다. 그녀라면, 평소에는 좋은 사람이지만 이런 때는 곤란한 큐르케의 폭주를 한방에 멈춰 주리라. 그렇지만 루이즈는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
주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 순간 루이즈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 변화에 신경이 쓰여서 앞을 보니 멋진 깃털
모자를 쓴 늠름한 모습의 젊은 귀족이 있었다. 확실히 남자다운 모습은 멋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독촉하던 큐르케도 그 젊은 귀족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빠나 오빠에 비하면 그다지…….
확실히 단련된 듯 균형 잡힌 몸과 부드러움과 강함을
겸비한 듯한 외모는 여성들에게 사랑받을 타입이었지만, 시로나 쿄우야 같이 이미 평범한 인간의 범위를 벗어난 사람들과 살아온
나노하에게 저 정도는 한눈에 푹 빠질만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12세이며 그쪽 방면으로는 둔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나노하에게
눈앞의 귀족은 그저 멋진 사람일 뿐이었다. 즉, 루이즈와 큐르케가 왜 멍하니 쳐다보는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의 고민에 빠진 세 사람을 보며 타바사는 한마디로 압축했다.
“생각의 차이.”
이러나저러나 객관적으로 가장 사령탑에 어울리는 사람의 말투였다.
─────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에스타와 함께 씻고 루이즈의 방으로 돌아온 나노하가 본 것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루이즈였다.
“루이즈 씨?”
“응. 아, 왔어?”
방으로 들어온 나노하를 이제야 깨달은 듯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뭘 그리 놀라세요?”
“아니, 아무것도.”
“안 주무세요?”
“자야지. 아니, 조금 있다가…….”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자신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말해주지 않아서 서운한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것을 지켜주어야 한다. 가깝기 때문에 비밀을 들추어도 될 거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그렇기에 나노하는 루이즈의 행동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너무 긴장하고 있다는 게 보일 정도가 되자, 나노하는 방안을 이리저리 어지럽게 돌아다니던 루이즈의 앞에 딱 섰다. 그리고는 놀라 비명을 지른 루이즈가 뭐라고 하기 전에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말 못하는 것이라면 말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만큼 중요한 일일 테니까. 그래도 조금은 진정해주세요. 적당한 긴장은 좋지만 너무 긴장하는 건 일을 망치니까요.”
“……나노하.”
뜻밖의 말에 루이즈는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나노하의 눈을 보았다. 한점 흔들림 없는 눈동자에 루이즈는 점차 진정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길게 두 번, 그리고 짧게 세 번.
그
소리에 루이즈가 다시 긴장으로 굳어갔다. 그렇지만 방금 전처럼 심한 수준은 아니었기에 나노하는 루이즈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새까만 로브에 후드까지 푹 눌러쓴 사람이었다. 주변을 살피듯 좌우를 돌아본 소녀는
허둥지둥하며 방으로 들어와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저기, 누구신지…….”
나노하의 말에 그는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동작을 취하고는 망토 틈에서 지팡이를 꺼내 들고 가볍게 흔들며 룬을 읊었다. 그러자 빛의 가루들이 방안에 머물다 사라졌다.
“……디텍트 매직?”
“어디에 귀와 눈이 있을지 모르니까.”
방 어딘가 도청 마법이나 훔쳐보기 구멍이 없는 것을 확인한 그는 후드를 벗었다. 방의 불빛 아래 드러난 그 사람은 놀랍게도 앙리엣타 공주였다.
나
노하는 순수하게 놀라서 읏, 하고 숨을 삼켰다. 평범한 서민 가정에 갑자기 찾아온 고위 정치인을 보게 된 아이의 기분이랄까.
게다가 분명 루이즈와 같은 나이 또래의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행동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어른스러움과 신성하게 느껴질 정도의 고귀함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게 하도록 압박한다. 이른바 타고난 기품이라는 것이다.
“공주님!”
루이즈는 부서져라, 까지는 아니더라도 황급히 무릎을 꿇었고 나노하 역시 엉겁결에 그 옆에 함께 무릎 꿇었다. 그것을 보며 앙리엣타는 듣기 좋은 미성(美聲)으로 말했다.
“오랜만이야, 루이즈 프랑소와즈.”
─────
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 환상 도서관 엔세스 담당 지부(http://blog.naver.com/mileunai)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1부를 약 두 달만에 끝냈듯이, 2부도 약 두 달 만에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그리고 비축분을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안 만들었을까요?
이게 다 TIG(This Is Greece)때문입니다. [전속력 도주]
그래도 갓 토순의 가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저는 살아있습니다.
일일 연재의 벽을 깨부수겠다고 하시는 분들을 보면 날려주고 싶어요. [야]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6. 파괴의 지팡이. 하편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6. 파괴의 지팡이. 하편
“아, 맞네. 파괴의 지팡이야. 분명 견학 때 봤던 거야.”
나노하의 신호에 오두막으로 들어온 큐르케가 파괴의 지팡이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곁에 서 있던 타바사 역시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기슈 역시 “일단 여기가 후우케의 은신처가 맞기는 했었나보네.” 하는 대사로 그것이 파괴의 지팡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덧붙여서 루이즈는 바깥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일행의 반응에 나노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게, 파괴의 지팡이라고요?”
“나노하는 처음 보는 거지? 소문에 의하면 드래곤도 한 방에 잡을 수 있다는데, 것보다 이거. 어딜 봐서 지팡이라는 거야?”
“……유니크.”
“확실히 유니크하기는 한데 재질이 뭐지? 연금 마법으로 조금 바꿔볼까?”
“하지만, 그건…….”
나노하는 말하려 했다. 파괴의 지팡이라 말하는 그것은 사실─.
콰아앙!!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오두막이 흔들렸고 루이즈를 떠올린 나노하는 곧장 밖으로 나섰다.
문을 박차고 나온 나노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팔 하나를 재생시키고 있는 거대한 골렘과 그 골렘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루이즈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튀어 나왔다고! 그러고 팔을 휘두르려고 하길래 폭발시킨 거야!”
밖으로 나온 타바사는 골렘을 보며 말했다.
“더 커졌어.”
학원 보물고를 습격했을 때보다 더 커진 골렘을 향해 타바사는 지팡이를 겨누었다. 재생하는 동안 다른 곳을 공격하면 간단히 골렘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룬을 읊는 순간,
“위험해!”
쿠당탕탕!
부웅─.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큐르케에게 습격 받아 쓰러진 타바사는 화를 내려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엄청난 질량 덩어리를 본 순간 생각을 바꿨다.
“하아, 늦을 뻔 했다.”
“……고마워.”
타바사의 인사에 큐르케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친구잖아? 것보다 말이지…….”
두 사람의 시선은 자신들을 공격했던 방향을 향했다. 기슈는 언제 챙겼는지 모를 파괴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그 뒤로는 자신들이 있었던 오두막이, 그 너머에는 루이즈가 팔을 폭발시킨 골렘과 같은 형태의 골렘이 두 개나 서 있었다.
“이거, 제대로 걸린 것 같은데?”
“아하하, 그냥 마법 위사대의 힘을 빌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지.”
큐르케의 말에 뒤를 돌아본 기슈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농담조로 말하면서도 발키리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흩날린 장미꽃잎 수와 같이 나타난 여성형 갑옷의 청동 병사들은 창과 방패를 들고 공격 준비를 시작했다.
그것을 본 큐르케와 타바사 역시 일어서서 다른 골렘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학원 최약체인 기슈에게 질 수는 없지.”
“마찬가지.”
“어이, 너무 직설적인데.”
긴장하고 있던 기슈는 등 뒤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말에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긴장을 덜어낸 것이었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루이즈는 벌써 팔을 재생시킨 골렘을 보며 말했다.
“가자, 나노하. 저 셋에게 질 수는 없잖아? 귀족의 명예도 달려 있다고. 잊지 않았지, 큐르케!”
“물론이지!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의 소원 뭐든지 들어주기야! 승부는 누가 먼저 골렘을 쓰러뜨리는가!”
“그런 거라면 나도 참전하겠어! 여기는 남자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나도.”
모두의 기운 넘치는 대화를 들으며 나노하 역시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참여했든, 휘말려 버렸던 어설프게 있을 수는 없는 법. 여기까지 왔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건 관리국의 교도관으로서도, 루이즈 씨의 사역마로서도 자격 미달. 그러니까—.
“전력 전개! 갑니다!”
<역시 할 때는 하잖아, 파트너! 레아! 제대로 서포트 하라고!>
<문제없습니다.>
든든한 동료들을 믿으며 나노하는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이 굳은 결심을 한 소녀의 왼손 손등의 룬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
후우케는 골렘을 세 마리나 만들어낸 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우세한 듯 했으나 큐르케와 타바사의 콤비
플레이는 손쉽게 깰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최근 수많은 모의전을 벌인 기슈 역시 예전과는 다르게 훌륭히 발키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나노하는 골렘의 몸 위에 올라타서 상대적으로 얇은 팔 다리의 관절 부위를 재생하는 족족 베어내고 있었고 루이즈가 자신의
폭발 마법으로 엄호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후우케는 마지막 작전을 쓰기로 했다. 적어도 기슈가 들고 있는 파괴의 지팡이는 회수해야 다. 사용 방법을 알기 위해서 이런
위험한 작전을 사용했지만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자신의 정신력이 모두 소모되어 실패하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최악의 선택지만큼은
피해야 한다.
후우케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룬을 읊기 시작했다.
—————
“응?”
한참 발키리들을 지휘하던 기슈가 이상을 느낀 것은 그 때였다. 발키리들의 방패 전진 돌격과 투창에 전진하지 못하고 있던
골렘이 갑자기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큐르케와 타바사가 맡고 있던 골렘과 루이즈와 나노하가 맡고 있던 골렘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보며 한순간이나마 술자의 마력이 다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행의 실수였다.
골렘이 붕괴하면서 만들어진 엄청난 양의 흙더미가 일행을 덮친 것이었다.
“우와앗!”
“꺄아아악!”
“크읏!”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대규모 연금 마법으로 일행이 파묻혀 있던 흙더미가 그대로 단단하게 굳어버린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숨조차 쉬지 못하고 그대로 생매장될 뻔했다.
무력화된 일행 앞에 롱빌이 나타난 것은 그 때였다.
그녀를 본 큐르케가 소리쳤다.
“미스 롱빌! 대체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거예요!”
그러나 롱빌은 대답 대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품에 넣었다. 그것만으로도 상냥한 모습이었던 여비서는 날카로운 눈을 가진 맹금류가 되어 일행을 노려보았다.
“마법 학원 학생들이라기에 누구 하나쯤은 사용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모른단 말이야? 멍청한 애들이네.”
“잠깐,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설마!”
롱빌의 공격적인 어투에 반발하던 기슈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외쳤다.
“그 ‘설마’가 사실이야.”
기슈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롱빌, 아니 후우케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단단한 흙더미 속에서 파괴의 지팡이가 튀어나왔다. 후우케는 그것을 품에서 꺼낸 보자기로 잘 싸서 등에 맨 뒤 일행을 향해 말했다.
“사용 방법은 알 수 없게 됐지만, 뭐 별 수 없지. 그리고 너희는 증거 인멸을 위해 죽어줘야겠어.”
“어째서,”
“응?”
지팡이를 휘둘러 일행을 그대로 생매장 시키려 했던 것을 멈추게 한 것은 나노하의 외침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건가요!”
—————
어째서일까.
골렘을 상대하는 동안 나노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후우케는 보물을 훔치는 것일까. 그 정도로 강력한 골렘을 만들 수 있다면 떳떳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수도 있을 텐데 어째서 그런 일을 선택한 것일까.
굳어져 버린 흙더미 속에 파묻혔을 때 나노하는 한 가지 소망을 품었다.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정을 듣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돕고 싶다.
거짓된 환상에 상처 받는 일도, 반복되는 슬픈 운명도 단 한 마디가 시작이 되어 너무나도 간단히, 그리고 깨끗하게 풀렸다.
안경을 벗은 그녀의 눈을 봤을 때 나노하는 깨달았다.
이 사람은 단순히 돈을 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기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평생을 단 하나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결국 로스트 로기아라는 위험한 힘을 탐하는 것 같은, 이 사람은 그런 사람들의 눈을 하고 있다.
“뭣 때문인가요?”
“도둑이 왜 도둑질을 하겠어? 당연히 돈 때문에,”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면 돈을 버는 건 쉽잖아요! 알려주세요! 적어도 그것만은!”
후우케는 나노하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이 작은 소녀의 말에 자신을 끌어들인 것일까. 묻지 않아도 말해주고픈 기분이 들게 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후우케는 고개를 세차게 휘저었다.
안 된다. 자신은 도둑. 단순히 말에 휘둘릴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팡이를 휘두르려는 순간,
“지금이야!”
루이즈의 폭발 마법에 흙더미가 날아감과 동시에 나노하가 레이징 하트를 손에 쥐었다.
<캬하하, 해제 완료! 날뛰어 보라고 파트너!>
“레이징 하트, 셋 업!”
<네, 마스터!>
후우케는 빛으로부터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숲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마법이 봉인되기 전에는 하늘을 나는 일곱 환수들과 싸워
승리했고, 마법을 봉인한 후에도 발키리들과 싸워 이긴 상대다. 파괴의 지팡이도 회수했으니 증거 인멸은 포기하는 쪽이 나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후우케는 숲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도주로는 확보해 두었으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관리국의 에이스의 실력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히익!”
배리어 재킷을 걸친 체 하늘을 날아오고 있는 나노하의 모습에 후우케는 헛바람을 삼켰다. 그리고 무언가 번쩍하며 거대한 섬광에 덮쳐진 것이 후우케가 정신을 잃기 전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마력 데미지로 완벽하게 실신해버린 후우케를 보며 나노하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조금 심했나?”
<문제없습니다.>
“그렇겠지?”
둘의 대화를 들은 델프링거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쓰러뜨려 놓고 그 태도는 뭐냐?>
“아하하하.”
나노하는 그저 웃어넘길 따름이었다.
—————
흙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기에 여기저기 흙과 먼지를 뒤집어 쓴 일행은 후우케를 포박한 뒤 학원으로 되돌아왔다. 대충 흙먼지를 털어낸 후 학원장실로 들어온 일행은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얘기하였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오스만은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축하했다.
“잘해주었네. 왕실에는 자네들에게 슈발리에의 작위 신청을 제출해두었네. 미스 타바사는 이미 슈발리에의 작위를 가지고 있으니 정령 훈장 수여 신청을 제출해두었고 말일세.”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문득 나노하를 바라본 루이즈는 어쩐지 가라앉아 있는 나노하를 보고서는 오스만을 향해 물었다.
“올드 오스만, 나노하에게는?”
“유감스럽지만, 그녀는 귀족이 아닐세.”
“그런…….”
“아, 저는 괜찮아요. 루이즈 씨가 그만큼 더 받으시면 되니까.”
웃으며 말하는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스만이 기운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 후우케도 잡았고, 파괴의 지팡이도 돌아왔네. 게다가 오늘 밤은 브릭의 무도회이지 않나? 누가 뭐래도 오늘 무도회의 주인공은 그대들일 테니 즐겁게 지내보게나.”
큐르케는 얼굴이 확 밝아지며 말했다.
“그랬었죠! 이 일 때문에 완전히 있고 있었네. 일단 씻는 게 우선이겠지만.”
네 사람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문을 향했다.
“뭐해? 어서 와.”
따라오지 않는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가 말했다.
“먼저 가주세요. 오스만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루이즈는 잠시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빨리 와.’ 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고 나섰다.
“뭔가. 내게 하고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은?”
“파괴의 지팡이에 대해서요.”
나노하는 이 세계에서 파괴의 지팡이라 불리고 있는 로켓 런쳐에 대해서, 자신의 세계에 대해서, 시공 관리국에 대해서, 그 외의 이러저러한 것들을 얘기했다.
“흠, 그렇군. 그래, 역시 우주는 넓구만.”
“저건 아마도 저희 세계의 무기예요. 어떻게 저게 여기에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나노하의 질문에 오스만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것을 나에게 준 것은 내 생명의 은인이었단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저희 세계의 사람일 거예요. 틀림없어요.”
“삼십년 전에 죽었다.”
노마법사는 오랜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삼십년 전, 숲을 산책하고 있던 나는 와이번에게 습격당했지. 거기서 나를 구해준 것이 저 '파괴의 지팡이'의 주인이었다. 상처를 입고 있었기에 나는 그를 병원으로 옮기고 열심히 간호했다만, 상처가 너무 깊었지.”
“……돌아가신 건가요?”
오스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죽고 나서, 그가 사용했던 한 자루는 무덤에 같이 묻고, 나머지 한 자루를 '파괴의 지팡이'라고 이름 붙여 보물고에 넣어두었지. 은인의 유품으로써…….”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눈이 된 노마법사를 보며 나노하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는 침대 위에서 죽을 때까지 헛소리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단다. '여기는 어디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분명, 그는 너와 같은 세계에서 온 것일 테지.”
“대체, 누가 이쪽 세계에 그 사람을 부른 건가요?”
“그건 모르다. 어떤 방법으로 그가 이쪽 세계로 온 것인지, 최후까지 알 수 없었단다.”
“예…….”
그 파괴의 지팡이는 분명 자신의 세계의 군인들이 쓰던 무기. 적어도 죽은 사람이 시공 관리국의 사람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노하는 문득 떠오른 듯이 왼손을 내뻗었다.
“이 룬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까요?”
잠시 고민하던 오스만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의 손에 있는 이 룬. 이건 간달브라고 한단다. 신의 왼손이라 불리며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시조 브리밀의 사역마가 썼다는 전설의 룬이란다.”
나노하는 환수와 발키리들과 싸울 때를 떠올렸다.
“아, 그래서…….”
“그럼 이제 다른 질문이 있니?”
“아니요. 감사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나노하를 보며 오스만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나노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힘이 될 수 없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믿어다오. 난 네 편이란다, 간달브여.”
“예.”
“그리고 한 가지 더.”
오스만은 나노하의 양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간달브는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그 말은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자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혼란의 시대가 올 게다. 스스로를 지키고 너의 주인을 잘 지켜야 한다. 알겠니?”
“으음, 예.”
노마법사의 말이 어렵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던 나노하는 스스로를 지키고 주인을 지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가 보거라.”
인사와 함께 방을 나선 나노하를 보며 오스만은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언젠가 한 번 생각했었지만, 간달브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면 필요 없는 룬이다. 그러나 간달브는 이미 세상에 나와 버렸고, 그것을 현재 대륙의 정세와 연결해보면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대체, 저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닥치게 될 런지…….”
—————
무도회는 알뷔즈의 식당 위층의 큰 홀에서 열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 무도회에 참가한 나노하는 발코니에서 조용히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나노하가 사역마이기 때문이라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루이즈와 큐르케가 세 시간동안
정성들여 코디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나노하의 모습은 설사 상대가 사역마라고 하더라도 한 번 쯤 춤을 신청해 볼만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나노하가 전혀 춤을 출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춤 출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리사나 스즈카는 잘 추겠지?
기분 전환을 위해 친구들을 떠올렸지만 오히려 더 우울해진 나노하는 시에스타가 건네주고 간 고기 요리를 포크로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뭐하고 있는 거야?”
“엣?! 아, 루이즈 씨.”
고개를 돌린 곳에는 루이즈가 있었다. 긴 복숭아 색이 깃든 머리카락을 커다란 장식핀으로 고정하고 하얀 파티드레스를 입고, 팔꿈치까지 하얀 장갑이 루이즈의 고귀함을 싫을 정도로 연출하고, 가슴부근이 트인 드레스가 작은 얼굴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었다.
"헤에, 굉장히 예쁘세요."
<어울립니다, 하이 마스터.>
나노하와 레이징 하트의 솔직한 감상헤 루이즈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것보다 뭐하고 있는 거야? 기껏 힘들게 옷 입혀 놨더니 이런 데서 혼자 있으면 어떡해?”
<내가 기억하기로는 둘이서 즐겁게 인형 놀이를 했던 것 같은데.>
“왠지 큐르케에게 동맹을 청해서라도 너를 불꽃 구덩이에 넣고 싶어졌는데.”
<미안, 농담이었어.>
단숨에 델프링거를 격침시킨 루이즈를 보며 나노하가 말했다.
“춤을 못 추니까요. 그리고, 이런 데는 처음이라 지쳐서 쉬고 있어요.”
“흐음, 나도 좀 쉴래. 평소에는 제로라고 놀려대던 녀석들이 이럴 때는 헤벌래 해가지고 춤 신청 하는 걸 거절하느라 힘들었거든.”
발코니 난간에 몸을 기댄 루이즈는 잠시 무도회 쪽을 바라보다가 나노하를 향해 물었다.
“원래 세계에 돌아가고 싶어?”
“예?”
“예전에 말했잖아. 돌아가고 싶다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루이즈의 말에 나노하는 무도회의 반대편, 어두워진 학원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고 싶어도 갈 방법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본국하고 통신도 되지 않고. 그리고…….”
말끝을 흐리는 나노하를 바라본 루이즈는 나노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루이즈 씨가 말씀하셨잖아요. 답장은 반드시 올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사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역마니까 안 보내줄 거라고.”
“그,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만약 못 돌아가게 된다면 책임져 주셔야 되요.”
“그건 걱정하지 마! 반드시 책임져 줄 테니까!”
“정말이시죠?”
웃으며 말하는 나노하의 모습에 루이즈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델프링거가 중얼거렸다.
<어째 위험 수위의 대사란 말이야.>
그렇게 밤은 깊어져 가고 있었다.
—————
“신호가 다시 포착되었습니다!”
“위치 좌표 저장하고, 각 승무원 위치로!”
무인 통신선과 접촉했지만 나노하의 신호가 끊어진 것 때문에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아스라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언제나 느긋한 듯 보였지만 걱정이 가득했던 린디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그 애는 사람들 걱정시키는 데 뭐가 있단 말이지.”
“아슬아슬하게 사람 애간장 태우는 데는 선수들이니까요.”
모자의 대화를 들으며 에이미가 말했다.
“뭐, 어찌되었든 죽어가는 사람 하나 살리기는 했네요.”
에이미의 말에 크로노와 린디는 페이트를 바라보았다.
양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 그게 지금의 페이트였다.
그런 딸의 모습에 린디는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나중에 신부랍시고 나노하를 데려오는 게 아닐까 싶은데.”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군요.”
크로노는 고개를 절래절래 휘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좌표 저장 완료!”
“좋아요. 아스라는 차원 항행 속도로 발진합니다. 하는 김에 외곽 항로도 설정해두세요.”
“알겠습니다!”
“ADS(Auto Defence System:자동 방어 체계) 작동, 자동 항법 장치 작동, 자동 항로 기록 장치 작동. 스텐바이.”
모든 준비를 마친 승무원들을 보며 린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아스라 발진!”
“예스, 캡틴!”
수많은 사건을 거쳐 온 함선 아스라가 또다시 새로운 사건을 위해 기동을 시작했다.
────────────────────
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 환상 도서관 엔세스 담당 지부(http://blog.naver.com/mileunai)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제로의 사역마 2기 12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비살상 설정이라면 저주도 마법이니까 날아가지 않을까 싶은데. 그 대신 떡실신 하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생각해보면 위험한 사상입죠.
죽지만 않으면 된다, 니까.
오리지날 설정을 넣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입니다.
나노하 카페에서 옛날에 본인의 소설에 나왔던 오리지날 캐릭터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니, 그건 안돼지 이 사람아!' 를 외칠 겁니다.
아, 진짜 넣고 싶다. [야]
된다면 갓 토순을─. [그건 네놈 것도 아니잖아!]
마력석에 관해.
비행선도 풍석이라는 것을 이용하므로 비슷한 것이 있을 것이라 판단함.
그래서 후우케는 부족한 마력을 마력석을 이용했다, 라는 설정이지만, 어째 괜히 쓴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 설정.
사실 나노하는 로켓 런쳐 대신에 PPC를 사람이 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을 들고 쏘려고 했습니다.
맥워리어를 해본 사람, 그리고 이것을 써보고 맞아본(...) 사람은 다 아는 최강 최악의 병기입죠.
무게도 장난이 아니지. 우지엘이나 매드켓 마크 투가 아니면 힘들었어......
하여튼 그렇게 쓰다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
약 2달 만에 간신히 1권 부분을 끝냈습니다.
이래서야 어디 알비온 올 때까지 쓸 수 있을래나 걱정이 됩니다.
역시 학교 축제 준비로 페이스를 잃어버린 게 잘못이었나.
하여튼 2권 부분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비축분이라는 것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어이]
2권 부분부터는 나노하를 놓고 서로 싸우는 루이즈, 시에스타, 큐르케, 타바사를 써볼까나. 17금 리미터도 예전에 풀었으니. [야]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4. 소녀는 검을 든다.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4. 소녀는 검을 든다.
목걸이는 투박한 디자인이었다.
그렇지만 그 투박한 모습과는 다르게 룬이 새겨져 있는 목걸이에서는 희미하게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미묘하게 비뚤어져있는 기이한 느낌의 마력이었다.
루이즈는 자신의 손에 들리게 된 목걸이를 보며 오스만을 향해 물었다.
“이게 뭔가요, 올드 오스만?”
“……미안하게 되었네, 미스 바리엘.”
노마법사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것은 노인이 소녀에게 하는 것이 아닌, 메이지 대 메이지로서의 사과였다. 당황한 쪽은 루이즈였다.
“고개를 들어주세요, 올드 오스만.”
“아니, 학생의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자네는 메이지일세. 다른 메이지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을 해야 하는 나의 입장을 용서해주게.”
사정은 간단했다.
브람힐트와 여섯 소년들이 다른 학생들을 꼬드겨서 [바리엘의 사역마에 대한 위험성 문제]라는 서명
모음을 들이댄 것이었다. 대홍수 사건의 진실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나노하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하게 한 뒤에 나노하에게
제약을 거는 것이 동의하게 만들어 그 서명을 모아 학원장실에 낸 것이었다. 그 결과는 루이즈의 손에 들린 투박한 디자인의
목걸이였다.
“올드 오스만께서 잘못하신 게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제가 용서할 것도 없지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미스 바리엘.”
고개를 들며 올드 오스만이 말을 이었다.
“마법사용을 완벽하게 금지시키는 마법이 걸려 있는 목걸이라네. 마법 구조가 현재 우리가 쓰는 마법과는 다르지만 효과는 확실하지.”
루이즈는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학원 보물고에 있던 이것의 이름은 [씰 매직]. 올드 오스만의 설명대로 지금 세상에
알려진 마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마법 도구. 그 효과는 착용한 사람의 마법을 모두 봉인해버리는 것. 그리고 착용자는 스스로 벗을
수 없는, 어떤 의미로는 목걸이가 아니라 족쇄인 매직 아이템이었다.
“이건 분명 학원 보물고에 있던…….”
오스만은 혀를 차며 말했다.
“쓸데없는 곳에만 머리를 쓰는 건 제 애비나 아들이나 똑같은 것 같네. 그 녀석들은.”
루이즈는 목걸이에서 눈을 떼고 오스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걸 벌칙 기간 동안 하고 있으라는 것입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로 미안하게 되었네.”
루이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일. 루이즈는 나노하를 돌아보았다.
간단한 형태의 바지와 티셔츠.
원래 입고 있던 교복은 루이즈의 세탁물과 함께 보내버렸고, 그렇다고 루이즈의 옷을 계속 입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어젯밤 급조한 옷이었다.
허리에 한 혁대와 그것에 묶여 있는 검띠.
무기상점의 주인장이 델프링거를 산 두 사람에게 준 것이었다.
아직 어린 소녀가 하기에는 정말로 멋없는 복장이었다.
그
모습을 맨 처음 봤을 때 루이즈는 마법금지가 아니라고 한다면 하루 종일 배리어 재킷을 입고 있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쪽이
훨씬 멋진 복장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노하의 목에 목걸이를 걸려고 한 순간, 나노하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루이즈를
피했다. 불만족스러운 표정. 거절의 표시였다.
루이즈는 조용히 나노하를 불렀다.
“나노하.”
“그치만…….”
루이즈 씨를 지키지 못하잖아요.
밖으로 나오지 않은 뒷말은 간단히 예측할 수 있었다. 기특한 생각에 루이즈는 나노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타이르듯 조용히 말했다.
“어제 산 검이 있잖아. 그리고 학원 내에서는 그렇게 위험할 것도 없어.”
“…….”
“알겠지?”
“……네.”
결국 나노하는 목걸이를 걸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런데 올드 오스만. 이것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그렇네만? 아, 그렇구만.”
오스만은 눈앞의 소녀를 보며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제로라 불리며 모든 마법을 성공시키지 못했던 소녀에게 마법을 사용하라고 한 것이었다.
“그럼 내가 하지. 마지막 날 내게 오게. 그 때 풀어주겠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나는 이걸로 쓸데없이 학원 본탑 주위를 윙윙 날아다니는 녀석들에게 날개 봉인 마법을 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네.”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유쾌한 표정을 짓는 노마법사를 보며, 루이즈와 나노하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웃으며 학원장실을 나섰다.
그것이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
학원장실에서 나서 교실을 향해 가는 도중 루이즈는 나노하의 얼굴을 보고는 물었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검 때문에요. 연습을 해보고 싶은데, 배워본 적이 없어서…….”
“음, 집에서 가족들이 하는 거 대충 떠올려 보면 되지 않아?”
루이즈의 말에 나노하는 손을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하하, 무리예요. 옛날에 포기하고 나서는 잘 보러 가지도 않았고, 왠지 가족들도 잘 보여주지 않았으니까요.”
“여자애가 검을 휘두르는 게 위험해서가 아닐까?”
“글쎄요. 아, 그럼 언니가 검을 들면 아빠랑 오빠가 피하는 것도 그 이유인 건가?”
시로나 쿄우야가 미유키의 검을 피하는 것은 나노하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이유였지만 어찌되었든 잠시 삼천포로 빠졌던 대화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어떻게 해야 검을 연습할 수 있을까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근처에 병사로 일하는 사람도 없고, 아! 쓸만한 녀석이 하나 있어. 어서 가자!”
“저, 저기, 잠깐만요!”
루이즈는 나노하의 손목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달리기 시작한 나노하는 잠시 후에야 간신히 자신의 의지대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보며 델프링거는 염화로 레이징 하트에게 물었다.
<어이, 레아. 우리 주인은 이리저리 휘둘리는 타입이냐?>
<할 때는 하는 타입입니다.>
<뭐, 확실히 평소에 흐늘거리는 것들이 필요할 때는 단단해지지. 낄낄낄.>
자기 말의 무엇이 웃긴지 델프링거는 검대에 걸려 흔들거리며 낄낄댔다.
─────
나노하의 검술 연습을 위해 발키리를 만들어달라는 루이즈의 말에 기슈는 당연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뭐지?”
“……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기슈 덕분에 타이밍을 놓친 루이즈가 멍한 표정으로 되묻자 기슈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루이즈. 설마 이 내가 아무런 조건 없이 너를 도울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 물론 레이디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신사인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이디들을 위한 일. 너의 사역마 역시 레이디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민이며 사역마. 즉, 내가 네 말에 따라 발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 내가 얻는 게 뭐지?”
“네가 원하는 것을 내 한도 내에서 하나 들어주기로 하려고 했는데…….”
“그 정도면 좋군. 나도 딱히 엄청난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테니까.”
잠시 후 기슈의 태도로 인해 받았던 충격에서 벗어난 루이즈가 물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줘야 되는데?”
“간단해. 뭐, 그, 제로의 루이즈라는 것을 공인해주기만 하면 된다. 공공연한 사실을 공인하는 것뿐이니 쉽겠지.”
“…….”
기슈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루이즈는 그런 기슈의 태도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너무나 뻔한 사정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때 나노하가 나섰다.
“비겁해요.”
“……뭐라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일부러 공격하는 건 비겁해요.”
기슈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귀족에 대한 예의가 없군. 환수 일곱을 쓰러뜨렸다고 자신만만해진 건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도 신경 쓰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예의라는 것을 조금 배워야겠군. 수업이 끝나고 나와라. 그 검술 연습을 위한 발키리를 준비해주지.”
그렇게 말한 기슈는 곧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근처에 있던 큐르케가 다가와 나노하를 등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후왓?!”
“아아, 나노하.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마법 금지 당했잖아? 어떻게 하려고? 그래도 걱정하지 마. 이 언니가 무슨 일이 생기면 곧장 도와줄 테니까~”
“멋대로 남의 사역마를 껴안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첼프스트?”
“에에, 너무 짜게 굴지 마, 바리엘. 닳는 것도 아니잖아?”
큐르케는 흥흥, 하고 웃으며 나노하를 끌어안은 체 루이즈와 대치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었다.
“저, 저기…… 선생님이 오셨는데요?”
둘의 대결은 선생님의 존재를 알린 나노하에 의해서 간신히 멈추어졌다.
─────
발키리. 고대 전승에 뛰어난 전사들을 발할라로 인도한다는 전쟁의 여신.
그러나 나노하의 앞에 있는 발키리는 이름과 겉모습을 따온, 학원의 학생 기슈가 자신의 마법으로 만들어낸 청동 인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인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모두 4명의 발키리들은 각자의 포지션을 취한 채 나노하를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었다. 이미 셋은 나노하의 검 아래 쓰러졌다.
“모, 모두 공격!”
당황한 것이 한눈에 보이는 기슈가 발키리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주인의 명령을 받은 발키리들이 방패를 들고 달려들자 나노하는 허리를 숙이며 눈앞의 발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왼손에 잡힌 델프링거를 내찔렀다.
챙!
청동으로 생성되었다고는 하지만 메이지가 만들어낸 전쟁의 여신은 자신의 방패를 트는 방법으로 간단히 나노하의 델프링거를 막았다.
그러나 나노하는 검이 막힌데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오른손에 들린 커틀러스를 발키리의 방패 아래로 찔러 넣었다. 적이 인간이었다면 허벅지를 베어 기동력을 빼앗을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
렇지만 방패에 시야가 가려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았음에도 발키리는 자신의 검으로 나노하의 검을 커틀러스를 튕겨냈다. 한 번 더
공격을 하려고 했던 나노하는 등 뒤에서 검을 내려치려하는 발키리를 막기 위해 튕겨졌던 커틀러스를 등 뒤로 휘둘렀다.
끼이이이익!
소
름끼치는 금속마찰음과 함께 나노하의 등 뒤에 있던 발키리의 복부가 깊숙이 베였다. 공격 당한 발키리는 머리 위로 검을 치켜든 자세
그대로 뒤로 쓰러져버렸다. 그러나 곧바로 남은 두 발키리가 나노하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협적인 공격에 나노하는 허리를 뒤로
젖히며 발을 움직여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델프링거를 앞으로 찌르며 발키리를 견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확실히 칼부림 하는 집안 딸내미라는 말이 맞구만?>
델프링거의 장난스러운 말투에도 나노하는 아무런 반응 없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쓸데없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지한 눈빛으로 눈앞의 발키리를 바라보는 나노하의 왼손 손등에서 룬이 빛나고 있었다.
남은 세 발키리가 다시 방패를 앞으로 들고 달려듦과 동시에 나노하 역시 땅을 박찼다.
루
이즈는 그런 나노하의 싸움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선 큐르케처럼 나노하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아앗!”. "조심해!"
등의 대사를 소리치는 것 같은 일은 하지 않았지만, 몸을 움찔한다던가, 입술을 깨문다던가 하는 행동들로 그녀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챙!
“꺄악!”
“나노하!”
나노하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커틀러스가 발키리가 휘두른 검에 튕겨져 나옴과 동시에 큐르케와 루이즈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달브의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어린 소녀의 악력으로는 일반 성인 남성 수십 명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발키리의 공격에 검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나노하 역시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검이 튕겨나간 반탄력으로 왼손의 델프링거를 휘둘러 자신의 검을 튕겨낸 발키리를 베었다. 오른쪽 허리에서 왼쪽 어깨까지 깊게 베인 발키리는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남은 발키리는 둘.
잠시 대치 상태에 빠져있던 전투는 나노하가 움직임과 동시에 다시 시작되었다.
채챙!
─────
시공관리국 함선 아스라 통제실.
시공 순양함 아스라의 함장이며 수많은 사건들을 진두지휘해온 노련한 함장 린디는 오퍼레이터를 향해 물었다.
“신호가 잡힌 때와 장소는?”
“관리국 본부 기준시간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3시간 전, 차원 항해 항로 최고 외곽 지역을 순찰하며 통신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무인 통신선으로부터 왔습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신호가 오다가 현재는 끊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신호는 얼마나 이어졌지요?”
“약 72시간. 3일 정도입니다.”
관리국의 에이스라 불리는 나노하가 사라진지 약 일주일 만에야, 관리국은 나노하로부터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었다. 그것도 관리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차원 항해 항로 외곽 지역으로부터.
그
것을 들은 린디는 곧바로 출항을 요청했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외곽지역으로의 항해를 적극적으로 요청한 덕분에 원래는 불가능한
여러 가지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바로 시공 관리국 견습 집무관 페이트 T. 하라오운. 원래는 집무관 등록
실기를 치러야하는 것을, 린디가 이번 항해에 함께하는 것으로 실기를 대신하게 한 것이었다.
중간에 누군가가 이미 크로노
하라오운이라는 아스라 소속 집무관이 있는데 준(準)집무관인 페이트마저 항해에 끌고 가는 것은 규칙 위반이라는 소리를 했었지만,
차원 항해 항로 외곽 지역의 위험성을 설명해준 유노 덕분에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페이트는 통제실의 메인 스크린에 떠오르는 정보들을 훑어가며 린디에게 물었다.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글쎄, 항로 외곽 지역은 말 그대로 외곽 지역인지라 정해진 항로라던가 지도 같은 게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일단 무인 통신선과 접촉해서 정확한 좌표를 얻는다면 금방 갈 수 있을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린디의 표정 역시 그다지 밝지는 않았다. 신호가 끊어졌다는 것 역시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조그마한 불안을 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혹시나…….
“항공 전기 교도대에서 훈련 받는 녀석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지.”
“……크로노?”
“나노하 교도관은 어디에 떨어져도 누구든지 일단 싸우고 친구가 될 거다. 뭐, 내 생각도 그렇게 다르지는 않아.”
크로노의 말에 린디와 페이트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왠지 그건 반박할 수 없네. 어찌되었든 일단은 이틀이야. 무인 통신선의 궤도까지는 차원 이동 마법으로 가는 것보다 그냥
허수 공간 항해를 하는 것이 마력 소모가 훨씬 더 적으니까. 에이미가 있으니까 하루 반 만에 도착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는걸?”
“……모든 승무원들을 공포로 몰아넣으시려는 겁니까?”
“아하하, 참아주세요, 어머니.”
자식들의 만류로 간신히 자신의 의견을 포기한 린디는 진지한 표정으로 메인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에는 나노하가 사라지기 직전 포착되었던 강력한 마력반응에 대한 정보가 나오고 있었다.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로스트 로기아 관련 사건일까요?”
“그저 단순히 어떤 마도사의 소환이었다거나 할 수도 있고.”
자신이 한 말이 정답인지도 모른 체, 크로노는 자신이 생각해봐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하고 웃어 넘겼다.
─────
마지막 발키리의 움직임은 처음에 일곱 발키리가 나왔을 때보다 더욱더 현란하고 복잡했으며, 위협적이었다. 지금까지의 전투를 통해 기슈가 조금씩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는 듯 했다.
검을 피하며 나노하는 마력을 움직여보았다.
움직였다. 그 증거로 오른손에 희미한 분홍빛이 맺혔다.
목
걸이가 어떤 방식으로 마법을 방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력의 운용은 문제가 없었다. 그것이면 되었다. 나노하에게는 마법은 아니지만
마력을 이용하는 기술이 있었다. 그것이라면 좀처럼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노하는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발키리의 검을 델프링거로 흘려낸 뒤, 발키리의 품으로 파고든 나노하는 오른쪽 주먹으로 발키리의 명치 부분을 후려쳤다.
“하앗!”
콰앙!
“무, 무슨?!”
각도가 아래에서 위로였기 때문에 발키리는 잠시 허공에 떴다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가슴 부분이 심하게 뭉개져 있었다.
마법을 쓸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든 근거리 급속 기동 정권 엑셀 너클. 마력을 담은 주먹의 위력은 금속도 우그러뜨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린 기슈가 자신이 들고 있던 장미─지팡이를 휘두르려 했지만 나노하의 검이 기슈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승부는 난 것 같은데요?”
여기저기 흙이 묻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기슈를 향해 검을 들이대고 있는 나노하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기슈의 발키리들이 그 기세에 힘을 더했고, 12세 소녀라고는 보기 힘든 기세를 담은 눈길에 기슈는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으윽, 져, 졌다…….”
자기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 억울한지, 기슈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체 눈물을 흘렸다. 그런 기슈를 보며 나노하는 허리의 검대에 델프링거를 꽃아 넣은 뒤, 손을 뻗었다.
“그, 그런 것 필요 없어!”
“질 수도 있어요.”
“……뭐?”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기슈를 향해 나노하는 말했다.
“언제나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이기는 때가 있다면 지는 때가 있고, 지는 때가 있다면 언젠가 이기는 때가 와요.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어요. 기슈 씨도 분명, 언젠가는 도달할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은 일어서는데 전념하면 되요.”
나노하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기슈는 이내 결심한 듯 나노하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선언하듯 외쳤다.
“나 청동의 기슈, 언젠가는 반드시 도달하겠다! 네가 말한 승리의 때에!”
훗날, 이 선언이 청동이라는 이명을 가진 소년을 강철의 군주라는 명예로운 이명의 훌륭한 군인을 만드는데 일조하게 되리라고는 지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기슈의 모습은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언젠가 거머쥘 승리를 생각하며 눈동자를 빛내는 도전자의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며 나노하는 말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도달할 수 있게는 하지 않을 거예요.”
“무례한 말투지만 내 발키리들을 쓰러뜨린 실력자이니, 새겨듣도록 하지.”
서로를 향해 웃는 두 사람을 보며 루이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 한쪽이 크게 다쳐서 커다란 일로 발전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
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엔세스 담당 지부(http://blog.naver.com/mileunai)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델프링거가 S급이었다라고 하는 설정에 말이 많았는데, '각성 시키고 차원진 중심에 집어 던지면 차원진도 막을 수 있다.' 라는 스스로 생각해봐도 뭔가 좀 괴이한 설정을 집어 넣어서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에라, 일단 질러보자.' [?]
브람힐트 및 떨거지들은 1대 1로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않았고, 기슈는 정정당당히 싸웠습니다.
그게 기슈가 나노하와 친구[?]가 된 이유입니다.
쓰면서 점점 '이제 왈드는 어떡하지?' 라던가 '알비온 함대는 어떡하지?' 라던가 하는 생각들로 혼란중입니다.
어차피 백합 라인이므로 왈드는 작살낼 거고 [?!] 알비온 함대는 1.나노하/ 2.나노하+루이즈/ 3.아스라 중에서 고민중
학교 축제 준비로 이것저것 바빴던지라 이제야 겨우 글을 올립니다.
중간고사라던가 뭐 그런 것들은 문제 없으니까(?!)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소설은 빠른 시일 내에 올라올 겁니다.
p.s 티스토리 블로그 폐쇄. 너무 어려워-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3. 마법 금지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3. 마법 금지
대홍수 사건이라 이름 붙여진 어제의 사건으로 루이즈와 나노하, 브람힐트와 그의 친구들을 비롯한 9명의 소년소녀들은 지금 학원장실에서 오스만에게 훈시를 듣고 있었다.
“……하여, 그대들에게는 일주일간 마법사용을 금지하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마법을 써서는 안 되며, 설사 부득이한 경우에 마법을 사용했다고 해도, 나중에 그것에 대해 해명해야 하네. 알겠나?”
평소에 마법을 잘 쓰지 않던 루이즈는 간단하게 동의하였지만 일곱 명의 소년들은 거세게 항의하였다. 그러자 오스만은 이번 일을
진상을 학원 전체에 공표해버리겠다는 협박으로 그들을 동의하게 만들었다. 제로라 불리는 루이즈의 사역마에게 자신들 7명의 사역마가
모두 처참하게 졌다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에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간단하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저기 저 사역마에게도 마법 금지를 내려주십시오.”
“잠깐, 이 애는 왜 끌어들이는데!”
“음, 그 이유는?”
오스만이 자신의 말에 흥미를 갖자 자신만만해진 브람힐트는 나노하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이 우리들이 연습하고 있던 곳에 갑자기 들어와서 이런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저 사역마에게도 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무슨 소리야? 너희가 일부러 그렇게 해 놨던 거잖아?”
“거듭 말하지만 난입한 건 너와 네 사역마야. 우리는 그저 우리끼리 사역마들을 훈련시키고 있었을 뿐이라고.”
루이즈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브람힐트는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자인 듯한 태도로 대답했다. 그 때 나노하가 브람힐트를 향해 말했다.
“그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
그러자 브람힐트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나노하를 향해 외쳤다.
“평민 주제에, 넌 닥치고 있어!”
그의 외침에 루이즈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남의 사역마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그다지 좋지 않다고 생각되는데?”
“너도 마찬가지다, 루이즈! 평민에게 그런 식으로 대하니까 귀족에게 이런 식으로 대드는 게 아니야!”
“아침에도 말했지만, 내 사역마야. 이 애가 너 따위에게 한소리 들을 이유는 없어.”
“둘 다 그만.”
조용히 있던 오스만이 손을 들어 두 사람을 멈추고는 나노하를 향해 물었다.
“왜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했지? 이곳으로 불려왔을 때 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 텐데?”
나노하는 잠시 망설인 끝에 무언가를 다짐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마법을 못 쓰면, 루이즈 씨를 지키지 못해요.”
“나노하…….”
“……무슨 말도 안 되는,”
뭐라 외치려 하는 브람힐트를 제지하며 오스만이 웃었다.
“허허, 그래, 그랬구먼. 하지만 벌은 받을 수밖에 없지. 대신…….”
오스만은 고개를 돌려 브람힐트와 소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아이가 마법 금지를 받았으니, 자네들의 사역마들도 일주일간 이 학원 공역은 비행 금지일세. 알겠나?”
방금 전처럼 항의가 빗발쳤지만 학원 전체에 진상을 써 붙여두겠다는 오스만의 말에 소년들은 조용해졌다.
“그럼 이제 모두 돌아가 보게.”
나직하지만 힘 있는 노인의 목소리에 소년소녀들은 방문을 나섰다.
─────
“으음…….”
“무슨 일이야?”
잠옷으로 갈아입으며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는 나노하에게 물었다.
“학원장님이 마법 금지라고 했잖아요?”
“아, 너도 금지였지? 어쩌면 좋을까…….”
마법을 쓰는 사역마에게 마법 금지라니, 학원장도 엄청난 벌을 줬다. 브람힐트와 똘마니 녀석들의 사역마들에게는 학원 공역의 비행 금지를 내렸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환수로서의 힘이라도 남아 있지만 이쪽은 마법을 빼면 평범한 소녀. 불공평하다.
“루이즈 씨?”
“음, 응? 아무것도 아니야.”
어느 새 침대에서 내려온 나노하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대충 얼버무리고는 흘러내리고 있는 어깨부분을 끌어 올려주었다. 그냥 내버려둬도 좋겠지만……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루이즈 씨? 얼굴이 빨개요. 열이라도?”
“아, 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 조금 생각할 게 있었던 거니까. 것보다 네 문제 말인데…….”
“?”
간신히 주제를 돌렸다.
“검이라도 하나 사둘까?”
“검이요?”
“응.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고, 그리고 집에 전해져오는 검술도 있다고 했지? 마침 내일이 허무의 요일이니까 검 사러 가자.”
그러자 나노하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저 검 같은 거, 배워본 적 없는 걸요. 게다가 운동치고…….”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일주일 동안만 들고 있으면 되는 거야.”
“그래도…….”
망설이고 있는 나노하를 일부러 노려보며 말했다.
“사역마가 하는 일들 중에서 ‘주인을 지킨다.’가 있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 너는 마법을 쓰지 못하니까 나를 지킬 수 없어. 이건 알고 있지?”
“……네.”
“그래도 최소한 무언가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든 쓰게 될 수도 있잖아? 그리고…….”
내 말에 풀이 죽어 있던 나노하가 말끝을 흐리는 나를 의문이 담긴 얼굴로 바라보았다. 확실히 귀여운 아이다. ……에에잇!
고개를 휙휙 흔들어 이상한 망상을 흩어버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주인의 자존심을 세워준 사역마에게 주는 선물이니까, 받아. 알았지?”
나노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네!”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나 역시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이제 자자. 내일은 아침 일찍 가야 하니까.”
─────
‘……검.’
문득 잠에서 깼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단어였다.
아버지인 시로, 오빠인 쿄우야, 언니인 미유키, 세 사람 모두 검을 잘
다뤘다. 그 모습을 보며 검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안 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러나 운동치인 몸은 혹독한 가전 검술의
훈련을 버티지 못했고, 유노를 만나서 마도사의 길을 걷게 되면서 검에 대한 욕심은 버렸다.
그 때문에 맨 처음 페이트나 볼켄리터들과 만나서 싸워야 했을 때는 고전했다. 페이트에게는 한 번 기절당하기도 했었고, 비타에게는 처참하게 깨지기도 했었다. 그렇게 근거리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날은 검이 생각났다.
고개를 돌리자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한 사람의 인영이 들어왔다.
루이즈 씨.
마
법을 쓰지 못하게 되자마자 내게 검을 사주겠다고 했다. 계속 검을 쓰지 못한다고 하자, 노려보면서 사역마는 주인을 지켜야 한다고
했을 때는 조금 무서웠다. 그렇지만 곧바로 이어진 말에 그것이 일부러 그랬던 것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안심했다. 어딘가
소꿉친구인 아리사와 비슷한 태도였기에 잠시 멍해졌었을 정도였으니까.
겉으로는 강하고 자존심 세고 퉁명스럽지만 속으로는 약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
그래서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고 검을 들기로 했다.
자신과 같은 슬픈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아이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페이트처럼.
자신처럼 가슴 아픈 이별을 겪는 사람이 더 이상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하야테처럼.
나는 이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검을 들겠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
해가 뜨기 전, 어스름한 빛이 감도는 시간에 루이즈와 나노하는 출발했다.
루이즈는 나노하를 자신의 앞에 앉히고 말을 몰았다. 원래는 뒤에 태우려고 했지만 말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는 말에 낙마를 염려하여 앞으로 태운 것이었다.
나노하가 입고 있던 초등학교 교복은 어제 물에 젖어버려서 결국 루이즈는 자신의 옷을 빌려주었다. 망토는 어찌할 수 없어서 지금 나노하는 학원 지정인 블라우스와 플리츠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소매를 접어 올린 블라우스와 옷핀으로 허리를 줄여놓은 플리츠스커트 차림. 루이즈는 그 모습을 보며 나노하에게 말했다.
“가는 김에 옷도 사야겠네. 속옷도 맞춰야 하고.”
“아하하, 어째 장보러 가는 것 같네요.”
“보통 검은 장보는 물품에 포함되지 않지만 말이야.”
그 때 산맥 너머로 해가 떠올랐다. 그러자 트리스테인 마법학원 주변의 초원에 맺혀 아직 증발하지 않은 이슬들이 햇살에 빛나기
시작했다. 바람에 풀잎들이 흔들려 그에 매달린 이슬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빛날라 치면 나노하는 그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조그맣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런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는 새삼 나노하의 나이가 몇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올해로 12살이라고 했던가?”
“……예? 예.”
초원 풍경에 넋이 나가 있던 나노하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 풍경 감상에 빠져들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목에 걸린 레이징 하트를 만지작거렸다. 하늘을 날며 그 광경을 보고 싶은 것 같았다.
그걸 본 루이즈는 나노하가 잘 앉아있는지 확인하고는 말의 배를 찼다.
“이랴!”
히히히힝-
“우왓?!”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 말 때문에 당황한 나노하는 중심을 잃고 말에서 떨어질 뻔 했지만 한손으로만 고삐를 잡고 다른 한손으로 나노하의 허리를 감싼 루이즈 덕분에 사고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나노하는 자신의 허리를 감싼 루이즈의 팔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루이즈를 바라보았다. 루이즈는 자신을 바라보는 나노하를 향해 말했다.
“고삐를 잡아.”
루이즈의 말에 나노하는 눈앞에서 흔들거리고 있는 고삐를 양손으로 쥐었다. 말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 고삐를 꼭 쥐는 나노하를 향해 루이즈가 말했다.
“안 떨어지게 잡고 있어줄 테니까 그렇게 꽉 쥐고 있지 않아도 돼. 그러고 있으면 저것도 못 보잖아?”
루이즈의 말에 나노하는 고개를 돌렸다. 해가 뜨면서부터 시작된 장엄한 풍경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었다.
“아…….”
다시 풍경 감상에 빠져버린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는 작게 미소 지었다.
─────
타바사는 환기를 할 생각으로 창문을 열었다.
아침 햇살에 안경이 난반사를 해서 눈앞이 잠시 반짝였지만 곧바로 이슬에 반짝이고 있는 초원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날씨는 맑을 것 같았다.
오늘은 허무의 요일이기 때문에 타바사는 늘 해왔던 것처럼 하루 종일 책을 읽기로 했다. 그러나 그 결심이 곧바로 깨진 것은 저 멀리 루이즈와 말을 타고 가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 때문이었다.
나노하. 루이즈의 사역마로 소환된 소녀. 어제 일어난 대홍수 사건의 주범 겸 피해자.
덕분에 타바사 역시 물에 휩쓸렸었다. 레비테이션으로 물을 피하고 실피트를 불러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 학원 주변을 날아다녔기 때문에 젖지는 않았다. 다만 나노하의 마법이 흥미로웠다.
계통 마법도 아니며 비행 마법과 동시에 섬광과 구슬을 쏘아내고 컨트롤했다. 스퀘어 메이지도 가능한 일일 테지만 그렇게 현란한 비행을 할 수 있는 메이지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게
다가 나노하의 마법에 당했던 환수들을 독자적으로 살펴본 결과, 커다란 상처가 없었다. 브람힐트의 풍룡이 목뼈에 금이 갔지만 그건
물에 떨어지면서 금이 간 것. 즉, 나노하는 일곱 마리의 환수를 모두 완벽하게 무력화시켰다는 것이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았다.
타바사는 고민했다. 방금 전에 떠난 나노하를 쫒아갈까, 아니면 나중에 왔을 때 물어볼까.
잠시 후, 타바사는 침대에 앉아 사일런트를 펼쳤다.
저녁때쯤이면 돌아올 것이다. 그 때 물어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타바사는 책을 펼쳤다.
─────
트리스테인 성 아랫마을에 도착한 루이즈와 나노하가 가장 먼저 산 것은 옷감이었다.
처음에는 옷을 사려고 했지만 옷감의 질과 디자인, 그리고 실용성을 이리저리 생각해본 결과, 옷을 만들어 입는 쪽이 낫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옷 만들 줄 알아?”
“복잡한 옷은 못 만들지만, 간단한 치마나 윗도리는 만들 수 있어요.”
“흐응…….”
시침용 옷핀과 바늘, 튼튼한 실까지 넉넉하게 구입한 후에야 두 사람은 무기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냄새가 나는 좁은 골목길을 지나 한눈에 봐도 무기점임을 알 수 있는 검 모양의 간판을 한 가게가 보였다. 루이즈와 나노하는 스윙도어를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램프의 불빛으로 가게를 채워야 할 정도로 어둑했다. 벽이나 선반에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는 검과 창, 갑옷들 때문에 생긴 그림자에 가게 안은 더 어두워 보였다.
가
게 안 깊은 곳에서 입에 파이프를 문 채 나타난 주인은 가게 안으로 들어온 두 소녀의 모습이 수상쩍은지 인상을 쓰고 있었다. 길을
잃고 얼떨결에 들어온 것이라 생각했던 주인은 루이즈의 망토에 달려있는 오망성을 알아채고는 파이프를 떼고서 으름장 섞인 말을
내뱉었다.
“여긴 제대로 장사하는 곳입니다. 윗분들 거스를만한 일은 하지 않습니다요.”
“손님이야.”
으름장 섞인 말투가 자극이 됐는지 루이즈가 주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주인은 놀란 듯이 말했다.
“귀족이 검을?”
“왜 그렇게 놀라는 거야?”
“아니, 중은 성구를, 병사들은 검을, 귀족들은 지팡이를, 폐하는 팔코니에서 팔을 흔드는 것이 입장상 각자에게 맞는 것인지라.”
루이즈는 나노하를 가리키며 말했다.
“쓰는 것은 이 아이.”
“……확실히 요즘 귀족들이 하인들에게 검을 쥐게 하는 것이 유행이기는 하지만, 이 아이는 너무 어린뎁쇼?”
“무슨 소리야?”
“이 아이는 검을 들기에는 너무,”
“아니, 그 전에. 뭐가 유행이라고?”
주인은 루이즈의 질문에 손뼉을 짝, 치고는 말했다.
“요즘에 흙더미의 후케라고, 요 근처 귀족들만 터는 도적이 있는지라 귀족들 사이에서는 지금 자신의 하인들에게 검을 들게 하는 것이 유행입죠. 예이.”
“흐음…….”
도적 얘기에 흥미가 없던 루이즈는 천천히 주변에 진열된 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검에 대해서 무지한 루이즈로서는 어떤 검이 좋은 검인지를 알 수 없었다.
나노하는 잠시 검을 둘러보다가 주인을 향해 물었다.
“저기, 여기 있는 검들보다 조금 짧은 검은 없나요? 그리고 약간 휘고 날도 한쪽만 있는…….”
나노하의 기억 속에서 가족들이 사용하던 소태도와 비슷한 검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질문에 주인은 귀찮은 듯한 태도로 대답했다.
“검이 짧으면 뭐에 써? 그리고 휜 검은 망가진 검이지 그런 걸 팔았다가는 당장 손님들이 끊긴다고. 뭐, 한쪽에만 날이 있는 거라면, 어이, 데르 공! 데르 공!”
<아아, 시끄러, 이 자식아! 오랜만에 괜찮은 애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방해하지 말란 말이야!>
등 뒤에서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본 나노하와 루이즈의 눈에는 쌓여있는 검 무더기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그 때 레이징 하트가 말했다.
<저쪽을 봐주세요, 마스터.>
“레이징 하트?”
<이쪽이다 애송이들, 아니 꼬맹이들아.>
목소리의 주인은 녹이 잔뜩 슬어 있는 한 자루의 검이었다.
“인텔리전스 소드?”
루이즈의 말에 가게 주인이 골치 아프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습죠. 의사를 가지고 있는 마검, 인텔리전스 소드입죠. 누군지 몰라도 검이 말하게 한다니, 아무튼 이 녀석 쓸데없이 입이 험해서 손님에게 시비를 걸고……. 이제는 두 손 다 들었습죠.”
이미 레이징 하트를 보고 인텔리전스 웨폰을 접하고 있었던 루이즈는 담담히 주인의 설명을 들었지만 나노하는 눈앞의 검을 보며 레이징 하트를 향해 물었다.
“이거, 암드 디바이스?”
<그건 아닙니다, 마스터.>
<암드 뭐시기가 아니야, 난. 그 뭐시냐…… 에이, 레아, 네 주인에게 설명 좀 해줘라.>
귀찮다는 느낌이 풀풀 풍겨나는 태도로 레이징 하트를 멋대로 줄여 레아라고 부르며 델프링거는 설명을 떠넘겼다. 잠시 시간차를
두고 레이징 하트가 설명을 시작했을 때, 나노하는 레이징 하트가 한숨을 쉬거나, 혹은 쓴웃음을 지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찌되었든 레이징 하트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델프링거는 이미 6천년 이상을 존재해온 검이며, 보이는 것과는 달리 보통의 검과 부딪쳐도 부서지거나 이가 나가지 않으며, 꽤 쓸만하다는 것이었다.
<뭐, 역시 젊은 것들은 똑똑해서 좋은, 음? 어이, 거기 양갈래 꼬마. 너 사용자였냐?>
“에? 그게 뭔가요?”
<흠, 자기 실력도 모르는 거냐? 뭐, 좋다. 날 사라.>
“아니, 저기, 그건…….”
나노하는 당황하며 루이즈를 쳐다보았다. 루이즈는 인상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다른 게 낳지 않아? 네가 쓰기에는 너무 큰 것 같고. 녹도 많이 슬어있고.”
그 때, 레이징 하트가 나노하를 향해 염화를 날렸다.
<그건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닙니다.>
[무슨 소리야, 레이징 하트?]
<지금 그에게는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자아 프로텍트가 걸려있습니다. 진짜 모습은 알 수 없습니다만, 그는 6천년 이상 자아를 유지하고 있는 검. S급 로스트 로기아 판정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S급?]
나노하는 델프링거를 들어 천천히 살펴보았다. 레이징 하트의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도저히 S급 로스트 로기아에 준하다는 평가는 줄 수 없었다.
<뭘 그리 뚫어지게 봐?>
“아, 죄, 죄송합니다!”
“나노하, 검에게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고 봐.”
<귀족 꼬맹이들은 여전히 자존심만 높은가, 어째 세월이 가도 변하지를 않는 건지, 쳇.>
“……지금 뭐라고 했어, 고철?”
“루이즈 씨, 진정하세요!”
“이봐, 데르 공! 손님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놈은 닥치고 있어!>
가게 주인까지 합세한 말싸움은 한참 시간이 지난 끝에야 결국 델프링거와 그가 인정한 커틀러스 하나를 사고서 끝났다.
주인이 몰래 “쓸모없는 검을 팔아줬으니 공짜로 주는 겁니다.” 라면서 준 혁대와 검띠를 하고 양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가 물었다.
“두개를 다 휘두르는 건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아빠나 언니나 오빠 모두 검을 두개씩 썼으니까, 오히려 한개만 쓰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이 쪽이 더 안심이 되니까요.”
나노하는 검에 대해 아는 사람이 들으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낼 대답을 내었지만, 똑같이 검을 모르는 루이즈는 그나마 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나노하의 말에 그렇구나, 하고 간단하게 수긍해버렸다.
오히려 태클을 건 것은 델프링거였다.
<너, 정말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는구나? 어이, 레아. 네 주인은 항상 이러냐?>
<그렇지만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이징 하트의 말에 델프링거는 잠시 후 조용히 중얼거렸다.
<뭐, 사용자니까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렇게 마법을 금지당한 첫 번째 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
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 회에 Y를 연타해주신 분들께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사죄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적절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백합 분위기가 조성되야 하는데 아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거든요.
리미트는 어차피 해제되어 있으므로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습니다만, 나노하 카페의 천랑 씨처럼 자연스러운 백합 전개를 그리고 싶어요.
소태도와 비슷한 검으로 뭐를 할까 하다가 커틀러스를 골랐습니다.
델프링거를 든 순간 이미 소태도는 물건너 갔으므로.
굳이 소태도를 고집했던 이유는...... 그건 나중에. [야]
어찌되었든 나노하는 이제 쌍검술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전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요? [내가 아냐]
아이디어 노트에 보니 루이즈가 홈월드의 프라이드 오브 히가라를 소환하면 그대로 게임 끝이라는 망상이 적혀 있었습니다.
......이미 루이즈의 소환은 끝이 없군요. 아니, 것보다 소환은 되는 걸까요? 룬은 어디에?
그리고 지난 회의 글에 달린 천하잡승 씨의 말에 한마디 하자면
"나노하 총공은 하야테의 진(眞)성희롱법 각성, 페이트의 나노하 한정 M 각성 이후에야 가능한 일이며, 아직은 순수한 총수."
라는 것입니다. [......어이]
그리고 이 글이 왜 이렇게 늦게 나왔느냐, 하면.
학교 축제 기간이 다가오는지라 저희 학교 애니부 부장이 부원들에게 그림을 그려오라고 닦달하고, 동생이 방학 숙제한답시고 컴퓨터 차지하고, 개학이라서 이리저리 삽질하다보니 바빠져서 입니다.
다음 편은 최대한 빨리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p.s 가난한 사랑 노래는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루이즈 Episode 1.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1. 새로운 인연
어깨에 망토를 걸치며 분홍빛이 들어간 금발의 소녀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은 반드시……."
풀네임 루이즈 프랑소와즈 르 브랑 드 라 바리엘.
보통 루이즈, 혹은 본인이 들으면 굉장한 반응을 내보이는 호칭인 '제로'로 불리는 소녀. 그녀에게 있어서 오늘은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다.
바로 봄의 사역마 소환의식.
마
법사에게 있어서 사역마는 마법사의 능력을 나타내는 척도의 하나. 그렇기에 귀족임에도, 메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마법 하나
사용하지 못하고 '제로'라 불리게 된 루이즈에게 오늘의 의식은 지금까지의 자신에 대한 평가를 완벽하게 뒤집을 수 있는 기회였다.
"반드시……."
자신의 지팡이를 챙겨 방을 나서면서 루이즈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오늘이야말로 '제로'라는 오명을 벗어버리겠다고. 긍지 높은 귀족, 능력 있는 귀족으로 다시 서겠다고.
확실히 오늘 그녀가 소환한 '사역마'가 그녀의 '제로'를 지금까지의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 불리게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조금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다.
─────
방과 후 나노하는 오랜만에 집으로 곧바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오늘은 관리국의 업무도 없었고, 며칠 전에 모의전으로 훈련장이 부서졌기 때문에 교도관으로서의 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페이트나 하야테는 일이 생겨서 점심시간에 관리국으로 가버렸고, 아리사와 스즈카는 학원. 그래서 오늘은 혼자였다.
그런 나노하의 앞에 녹색 타원형 구체는 급작스럽게 나타났다.
반사적으로 목에 걸려 있던 레이징 하트를 손에 쥔 나노하는 그 구체를 바라보았다.
“마력 반응이…….”
<차원 이동 마법급의 대량 마력 반응입니다.>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서 알 수 있었지만 평범한 물건은 아니었다. 차원 이동급 마법이 결계 내부도 아닌 곳에서 발현하였고 이 세계는 마법을 알지 못하는 세계. 누군가 이것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아니, 보기만 하더라도 큰일이었다.
“레이징 하트. 해제할 수 있을까?”
<어렵습니다. 처음 보는 술식.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떡하지…….”
유노처럼 결계를 펼칠 수도, 마법을 해제할 수도 없는 상황.
고민하던 나노하는 손을 뻗었다.
<마스터?>
“괜찮아. 위험하면 바로 물러날 테니까.”
초록색 구체에 손이 닿는 순간, 미약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저항감은 곧 사라지고 나노하의 손은 구체안으로 부드럽게 밀려들어갔다. 위험은 없다고 안도하며 손을 빼내려는 순간,
<마스터!>
“아앗!”
초록색 구체는 거칠게 나노하를 빨아들였고, 나노하의 안도감이 당혹감으로 바뀌며 의식이 끊기게 될 때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한 소녀를 빨아들인 초록색 구체는 곧 사라져버렸다.
─────
"……너 누구야?"
루이즈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한 소녀─나노하였다.
교복이라는, 루이즈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복장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나노하의 모습에 루이즈는 물론이고 주위의 다른 학생들도 그저 조용히 나노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시선에 당황했는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나노하는 지그시 노려보는 루이즈의 눈빛을 알아채고는 더욱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에, 저기…….”
"누구냐니까!"
루이즈의 짜증이 섞인 질문에 나노하는 그제야 맨 처음 루이즈가 했던 말이 떠올랐는지 이렇게 대답했다.
“에, 저기, 시공 관리국, 아니 사립 세이쇼 대학 부속 초등학교 6학년 타카마치 나노하입니다. 저기, 그런데 누구신가요?"
"……루이즈 프랑소와즈 르 브랑 드 라 바리엘."
묘하게 예의바른 대답이었기에 루이즈는 잠시 고민한 후 자신의 풀네임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잠시 주위에 침묵이 돌았다.
그리고…….
“뭐야, 루이즈? 또 실패한 거야?”
한 학생의 외침에 루이즈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조금 실패한 것뿐이야!”
그러나 루이즈의 변명은 학생들의 야유 속에 파묻혀버렸다.
“뭔가 대단한 것을 소환한다고 하지 않았어?”
“역시 제로의 루이즈!”
“평민을 소환하다니. 나름 대단하잖아, 루이즈!”
쏟아지는 야유를 듣는 루이즈는 그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오늘만큼은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맹세했는데, 결국 오늘도 실패해버렸다. 화를 참기 위해 쥔 주먹에서 통증이 느껴져 왔다. 그리고 그 통증에 루이즈는 고개를 들어 이 서몬 서번트의 담당 교사인 미스터 콜베르를 향해 외쳤다.
“미스터 콜베르! 다시 한 번 소환할 수 있게 해주세요!”
루이즈의 말에 주위의 학생들 중 일부가 외쳤다.
“어이, 이번에는 또 뭘 소환하려고?”
“이번에는 귀족을 소환할 생각이야!”
“시끄러!”
머리끝까지 화가 난 루이즈의 외침은 그녀를 놀리는 학생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자극에 불과할 뿐이었다. 한 번 더 외치려 했던 루이즈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이내 미스터 콜베르를 바라보았다. 제발…….
“그것은 안 되네. 미스 바리엘.”
간절한 바람이었건만 미스터 콜베르는 냉정하게 그것을 거절하였다. 루이즈가 외쳤다.
“어째서입니까!”
미스터 콜베르는 자신의 딸 벌인 소녀의 공격적인 태도에 담담히 설명하였다.
“정해진 것이다. 2학년으로 진급한 후, 너희들은 사역마를 소환한다. 지금 하고 있는 그대로다.”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루이즈의 반박은 손을 들어올린 미스터 콜베르의 행동에 의해 막혔다. 아무리 공작 가문의 영애라고 해도 지금은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학생들 중 하나. 게다가 교사임과 동시에 과거 염사의 콜베르라 불리며 이름을 날렸던 마법사에게 덤빌 수는 없었다.
미스터 콜베르는 말을 이어나갔다.
“사역마를 소환하는 것은 신성한 의식이고 좋다, 나쁘다로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저 소녀를 사역마로 하는 수밖에 없어.”
“그렇지만 평민을 사역마로 한다는 것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계속해서 반박하려 드는 루이즈에게 콜베르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이것은 전통이다. 미스 바리엘. 예외는 인정할 수 없어. 저 소녀는……”
미스터 콜베르는 나노하를 한 번 보고는 루이즈를 향해 말했다.
“네 말대로 평범한 평민 소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러낸 이상 너의 사역마로 할 수 밖에 없어. 동서고금을 통틀어 사람을
사역마로 한다는 예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봄의 사역마 소환 의식의 룰은 어떤 룰보다도 우선으로 한다. 저 소녀는 너의 사역마가
되지 않으면 안돼.”
“그런…….”
루이즈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자, 그럼 의식을 계속하도록.”
“에─, 저 애와?”
“그래. 빨리. 다음 수업이 시작해버리지 않나? 너는 소환에 얼마나 시간을 들였다고 생각하는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실패한 끝에 겨우 불러냈잖나. 됐으니까 빨리 계약이나 하게.”
그래, 그래, 하고 주변 학생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졌다.
루이즈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노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나노하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루이즈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나노하를 불렀다.
“얘.”
“네, 네!”
나노하는 한 번 움찔하고는 대답했다. 그 반응에 루이즈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소환된 게 이런 애라니. 사역마라기보다는 견습 시녀와 같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며 루이즈는 나노하를 향해 말했다.
“너, 감사하도록 해. 귀족에게 이런 걸 하는 건, 보통 일생에 한 번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루이즈는 포기했다는 듯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손에 든 작은 지팡이를 나노하의 눈앞에서 흔들며 말했다.
“내 이름은 루이즈 프랑소와즈 드 라 브랑 바리엘. 다섯 힘을 관장하는 펜타곤. 이 자에게 축복을 내려, 나의 사역마가 되게 하라.”
낭랑하게 주문을 읊던 루이즈는 지팡이를 나노하의 이마에 살짝 댔다. 잠시 후 지팡이를 뗀 루이즈는 무릎을 굽혀 나노하와 시선을 맞춘 뒤,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가까이 하였다.
“어, 에, 저기, 그…….”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어.”
당황하는 나노하를 향해 루이즈는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래도, 지금, 무엇을…….”
“아아, 정말! 가만히 있으라고 얘기했잖아!”
루이즈는 왼손으로 나노하의 얼굴을 붙잡고는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
“응…….”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눈이 커진 나노하와 가볍게 눈을 감은 루이즈의 표정은 대조적이었다. 주관적으로 엄청나게 길었던 이 시간은 루이즈가 입술을 떼면서 끝나버렸다.
“끝났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루이즈와는 달리, 당한 입장(?)인 나노하는 패닉 그 자체를 표현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굳어있었다. 그러나 루이즈는 그것을 완벽하게 무시하였다.
“하우우…….”
……무시하였다.
“우우…….”
……무시─ 하지 못하였다.
빨개진 얼굴로 울먹거리고 있는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하아……. 울지 마.”
“하지만, 그게…….”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쉴 것이냐, 아니면 잔소리를 할 것이냐로 고민하던 루이즈의 귓가에 미스터 콜베르의 말이 들려왔다.
“[서몬 서번트]는 몇 번이나 실패했지만 [컨트랙트 서번트]는 깔끔하게 됐군.”
루이즈는 미스터 콜베르의 말을 담담히 받아넘겼다. 그는 담당 교사로써 그렇게 말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인간의 본능이 작용한 몇몇 학생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자신들의 의견을 추가했다.
“상대가 평민이라서 [계약]할 수 있었던 거야.”
“저 녀석이 고위급 환수였다면 [계약]같은 거 될 수 없었다니까.”
몇몇 학생들이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결국 루이즈는 그들을 노려보며 외쳤다.
“바보 취급 하지 마! 나도 가끔은 잘 할 수 있다고!”
“정말로 ‘가끔’이지만 말이야. 제로의 루이즈.”
‘훗.’ 하는 느낌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몽모랑시를 보며 루이즈는 미스터 콜베르를 향해 외쳤다!
“미스터 콜베르! [홍수]의 몽모랑시가 저를 모욕했습니다!”
“누가 [홍수]라고! 난 [향수]의 몽모랑시야!”
“둘 다 그만하지 못하나! 귀족이라면 귀족답게 행동하도록!”
말싸움 하는 두 소녀와 그것을 말리는 중년을 보며 방금 전에 일어났던 사고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고 있던 나노하는 문득 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일순간 지나가는 것이라 여겼던 그 감각은 더욱더 심해져서 종래에는 끓는 물에 데는 것 같은 고통이 되었다.
“아으읏! 아아아아아!”
영원을 향해 달려 나갈 것 같았던 루이즈의 가공할 언어 폭풍이 멈춘 것은 그 때였다. 무시하려 했지만, 왠지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무시하지 못한 루이즈는 일방적으로 끊긴 말싸움을 이어가려하는 몽모랑시를 무시한 체 나노하를 향해 다가갔다.
“[사역마의 룬]이 새겨지는 것뿐이야. 금방 끝나.”
루이즈는 말하고 나서 자신이 묘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는 것에 놀랐다. 잠시 후 고통이 사라진 나노하가 자신의 왼손 등에 새겨진 룬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거봐? 이제 괜찮지?” 라고 상냥하게 말한 것이 자신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에도 역시 놀라고 말았다.
“음? 희한한 룬이로군.”
미스터 콜베르는 나노하에게 새겨진 룬을 보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다른 학생들을 향해 외쳤다.
“자, 봄의 사역마 소환은 이걸로 모두 끝났다. 모두 교실로 돌아가 다음 수업을 준비하도록.”
그 말과 동시에 모두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레비테이션. 공중 부양 마법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타바사처럼
그리폰이나 드래곤 같은 비행형 사역마가 있는 학생들은 루이즈에게 과시하듯이 일부러 사역마를 타고 날아가기 시작했다. 루이즈의
근처로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가는 것은 분명한 시비였지만 루이즈는 그것을 묵묵히, 그러나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노하가 루이즈에게 말을 건 시점은 미스터 콜베르까지 날아간 뒤였다.
“저기…….”
“응? 왜?”
“안 가시나요?”
“……가야지. 가자.”
잠시 침묵했던 루이즈는 저 멀리 보이는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루이즈를 보며 나노하는 천천히 그 뒤를 따르며 물었다.
“다른 분들처럼 날아가지 않나요?”
나노하의 질문에 루이즈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그대로 침묵 상태에 빠져버렸다. 루이즈의 반응에 나노하는 자신이 무언가 잘못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 그, 말하기 곤란하시다면 안 말하셔도…….”
“못 날아.”
“에?”
루이즈는 나노하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못 날아. 나는. 마법이 항상 실패해서 [제로]라고까지 불리는 걸. ……이상해. 어머니에게도 이런 말하는 건 부끄러웠는데 어째서 너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사역마라서?”
“……죄송해요.”
“너가 죄송할 필요는 없잖아. 자, 가자. 걷는 데는 익숙해져버렸으니까 1시간 정도만 걸으면 될 거야. 어차피 다음 수업도 그때부터고.”
루이즈는 자신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대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역마 소환에 모든 것을 걸었었기 때문에 이제는 포기해서 그런 것일까.
문
득 자신의 둘째 언니가 떠올랐다. 지병 때문에 약하지만 언제나 자신을 이해해주고 격려해줬던 상냥한 사람. 그 사람이 자신을 돌봐줄
때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루이즈는 나노하가 자신이 소환한 사역마가 아니라 여동생처럼 느껴졌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루이즈는 오늘 정말로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었다.
“저기…….”
“응?”
“날아가요. 저, 날 수 있으니까.”
“……무슨 소리야?”
나노하는 대답 대신에 목에 걸려 있던 붉은 구슬을 들었다. 옷에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루이즈는 지금까지 그것을 볼 수 없었다. 붉은 구슬을 손에 쥔 나노하는 외쳤다.
“레이징 하트. 셋 업!”
<네. 마스터.>
“이, 인텔리전트 웨폰?”
레이징 하트라 불린 붉은 구슬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루이즈는 놀라고 말았다. 지능을 가진 무기를 가지고 있는 소녀? 이렇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평민 소녀가 인텔리전트 웨폰을 들고 다닐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루이즈의 의혹은 나노하의 복장이 달라진 것으로 확신이 되었다.
“너, 평범한 애는 아니었구나? 그 세이쇼 어쩌구는 가짜?”
“아니요. 겸업이랄까. 시공 관리국 무장대 전기 교도대 교도관도 하고 있어요. 둘 다 진짜예요.”
“뭐, 어찌되었든. 날 수 있다고 했지? 어떻게 날 건데?”
“인명 구조하는 방법으로요. 레이징 하트.”
<플라이어 핀 기동합니다.>
레이징 하트의 말과 함께 나노하의 발목 부분에서 분홍빛의 날개가 나타났다. 그 상태로 약간 공중에 뜬 나노하는 루이즈의 뒤로 다가가 그녀의 겨드랑이 아래로 양팔을 뻗어 부드럽게 루이즈를 안았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참아주세요. 저기로 가면 되나요?”
“어, 아, 응.”
방향을 확인한 나노하는 천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저 멀리 날아가고 있는 학생들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풍압 때문에 눈이 아플 수도 있건만 난생 처음으로 하늘을 날게 된 루이즈는 멍하니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아침 자신의 다짐을 지킬 수 있었다. 최강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무능한 평민을 소환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레이징 하트라 불리는 인텔리전트 웨폰. 어느 정도의 무력은 기대할 수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루이즈는 점점 커져가는 앞의 학생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제로]도 제로가 아닐 때가 있다고.”
“예?”
“아냐, 아무 것도.”
등 뒤에 있기 때문에 루이즈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나노하가 되물었지만 루이즈는 간단히 얼버무렸다.
─────
결국 나노하와 루이즈가 교실 건물에 도착했을 때에는 모든 학생들이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순한 평민 소녀인 줄 알았던 나노하가 루이즈를 안고 날아온 것 때문에 놀랐던 것이었다.
그것은 미스터 콜베르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약간 얼이 빠진 표정으로 루이즈와 나노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스 바리엘, 평민 소녀가 아니었군…….”
“아니요. 평민은 맞습니다만,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루이즈는 조금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신이 마법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사역마로 계약한 소녀가 마법을 쓴다는
것은 [메이지의 실력은 사역마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에 따르게 된다면 자신 역시 능력 있는 메이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노하가 평민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능력 없는 평민’일 때의 얘기고, ‘마법을 쓰는 평민’이라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럼 저는 수업이 있으므로, 가자, 나노하.”
“아, 예!”
어느 새 교복으로 돌아온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는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오후 수업을 마치고 루이즈와 나노하는 기숙사로 와 각자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공 관리국?”
“예. 미드칠더를 중심으로 각 세계들이 연합해서 세운 단체예요. 각 세계들간의 분쟁 해결이나 로스트 로기아 같은 위험물들을 관리하는 곳이지요.”
“로스트 로기아? 뭐야 그건?”
“그러니까, 고도로 발전된 세계가 멸망한 뒤에 남은 물건들이에요. 굉장한 마력이나 힘이 모여 있어서 소망이 있는 사람들이 얻고 싶어 하지만…….”
나노하는 잠시 침묵한 뒤에 말했다.
“결국 사람들을 쓸쓸하고 가슴 아프게 만들어요.”
“…….”
루이즈는 나노하가 말한 소망이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자신 역시 마법이라는 힘을 소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침묵이 이어지기 전에 루이즈가 말을 이어나갔다.
“너는 거기서 뭘 하는데? 아까 무장 교도대인가 뭔가를 한다고 했지?”
“저요? 무장대 전기 교도대 교도관, 그러니까 관리국의 실질적인 활동 국원들을 훈련시키는 사람이에요.”
“……너 몇 살인데?”
“12살이요.”
웃으며 얘기하는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는 자신의 사역마가 의외로 엄청난 아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듣자하니 관리국 국원으로
선발되는 나이는 보통 청소년기 이상. 12살짜리 아이가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서 나노하의 원래 세계에 대한 것이나, 친구, 가족들에 대한 것까지 나아갔다.
“로스트 로기아 쥬얼 시드. 그걸로 유노 군을 만나고, 페이트를 만나고, 하야테와 볼켄 리더들도 만났어요. 조금 싸우기는 했지만 결국 모두 친구가 되고…….”
“나노하?”
말끝을 흐리는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가 조심스레 물었다.
“……보고 싶어요.”
시종 밝은 표정을 하고 있던 나노하의 표정이 이 화두에서 약간 어두워진 것을 보고 루이즈는 말했다.
“그 시공 관리국이라는 곳의 함선으로는 여기까지 못 오는 거야?”
“모르겠어요. 본국에 통신 신호를 보내고 있기는 한데, 답장이 오지 않아요. 차원 세계 외곽 지역이라 잘 닿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레이징 하트가 관리국과의 링크가 유지되고 있다고 하니까 언젠가는 답장이 올 거예요.”
목에 걸린 붉은 구슬을 보며 나노하는 그렇게 말했다.
“올 거야.”
“예?”
“답장은 올 거라고.”
루이즈의 말에 나노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올 거야 분명히. 걱정할 필요 없어. 그리고 설사 안 온다고 하더라도 넌 내 사역마야. 간다고 해도 안 보내 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잠시 멍하니 있던 나노하는 루이즈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냥하네요, 루이즈 씨는.”
나노하의 말에 루이즈는 그저 얼굴을 붉힐 뿐이었다.
────────────────────
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나노하 카페에 한 마디
이
제 난 몰라요. 기동소녀전기는 3기가 아스트랄로토순쿠스하고 엔세스트리밍하게 전개되어버려서 뒤로 하기로 했고, 환상 도서관도
나노하의 엑셀 너클이라던가 그런 기술은 나올 것 같지만 잘 모르겠고, 페더의 트랜스 유노와 같은 폭풍을 일으키고 싶어요. 그저 갓
토순의 가호를 바랄 뿐.
제로 카페에 한 마디
카페 분들께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런 망상에 가까운 글을 위해 카페에 가입한 저를 매우 치시옵소서. 그렇다고 거기 채찍이라던가 UBW를 영창하시는 분들은 뭐하시는 분들인가요.
타입문넷에 한 마디
이거 연재할 거니까 자유 게시판으로만 보내지 말아주세요. 엣, 가야 하는 겁니까?! [진정해]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에 한 마디
......생각해보니까 내 블로그잖아, 여기는.
공통적으로 한 마디.
이거 백합 노선. [?!] 것보다 왠지 나노하 카페에서는 어푸공에게 삭제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