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2. 알 수 없는 곳에서의 첫날. 하편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2. 알 수 없는 곳에서의 첫날. 하편
콜베르는 어젯밤부터 도서관에 틀어박혀있었다. 오늘 수업의 준비도 해야 했지만 그는 어제 봄의 사역마 소환에서 루이즈가 소환한 평민 소녀가 신경 쓰였다. 정확히는 그 평민 소녀, 나노하에게 새겨진 룬 때문이었다.
“분명히, 분명히 봤는데…….”
부유 마법 레비테이션으로 30미터 정도의 책장 중간 부분에 멈춘 채 여러 책을 훓어보던 콜베르의 손이 한 권의 책을 뽑았다. 지금까지 콜베르가 찾아보고 있던 시조 브리밀과 그 사역마들에 대해 기술한 책들 중 하나였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던 콜베르의 손가락이 책의 끝부분에서 멈추었다.
“찾았, ……이것은, 우왓?!”
자신을 반나절동안 신경 쓰게 했던 룬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콜베르는 레비테이션을 유지하는 정신력이 흩어졌다. 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차례 레비테이션을 유지시킨 뒤, 서둘러 바닥으로 내려와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목표는 학원장실이었다.
─────
오전 수업이 모두 끝나자, 루이즈는 나노하의 손목을 잡고 재빨리 교실을 나섰다. 프로텍션으로 루이즈와 슈베르즈, 그리고
교실의 모두를 지켰던 나노하였지만, 정작 본인은 방어되지 못한 교실 앞부분이 반파될 정도의 강한 폭발을 제대로 막지 못해 상처를
입었던 것이었다.
나노하가 루이즈의 손을 잡았을 때, 루이즈는 그것을 깨닫고는 곧바로 치료하려 했지만 나노하는 그다지 큰 상처도 아니고 수업중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거부하였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지금,
“굳이 그렇게 안 해도…….”
“안돼. 내버려뒀다가 나중에 큰 상처가 되면 골치 아파.”
상처라고 해봤자 넘어져서 손바닥이 까진 것 같은 정도였지만 루이즈는 약학실을 향해 나노하를 끌고 가고 있었다. 약학실은 원래
약초학이나 마법 시약 연구를 위해 사용되는 곳이었지만 치료 마법을 쓰기도 애매한 상처가 났을 때 약초를 받기 위해 가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루이즈 개인적으로도 빈번하게 다니는 곳이기도 했다.
약학실 문 앞에 도착한 루이즈는 문에서 두 발짝 떨어진 곳에서 문을 향해 말했다.
“미스터 테디─.”
투쾅!
“누가 테디냐!”
루이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 그대로 폭풍 같은 기세로 문이 열리며 교사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나노하는 깜짝 놀라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고, 루이즈는 익숙한 듯 무덤덤한 태도로 중년 남자를 향해 말했다.
“접니다, 미스터 타데린.”
“뭐, 아아, 제로 아가씨로군. 오늘은 뭐야, 돌에 맞아서 멍들었나? 아니면 뭔가를 태워먹고 화상?”
타데린이라 불린 중년 남자 앞치마를 하고 있었다. 흙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들이 묻어 본래의 모습이 어떤지 상상할 수
없는, 그러나 의외로 오랫동안 써온 듯한 앞치마였다. 그렇게 지저분한 앞치마였음에도 짧게 깎은 머리에 야간작업에 특화된 사람들
같은 얼굴로 거칠어 보이는 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자신의 외모가 가진 힘을─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지 힘차게─발휘하며 무례한 태도로 말하는 타데린을, 루이즈는 신경 쓰지 않는 듯 나노하의 손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상처에 쓸 약초가 필요합니다.”
“흠, 넘어져서 까졌냐? ……것보다 얘는 누구야? 1학년으로 보기에는 너무 어리고, 옷도 이상한, 아, 너 어제 평민을 소환했다고 하더니, 얘가 걔냐?”
“맞으니까 약초나 넘겨요.”
루이즈를 보며 타데린은 “언제나 부어 있구만” 하고 낄낄거리며 방안으로 사라지더니 이내 짓이겨진 초록색 약초와 붕대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약초를 나노하의 손 위에 얹고 붕대를 감으며 말했다.
“너, 하늘을 난다고 했던가?”
“……예.”
거친 인상에 겁먹은 듯한 나노하의 대답에 타데린은 무엇이 그리 웃긴지 낄낄거렸다.
“남의 사역마를 보며 웃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만, 미스터 타데린?”
“큭큭큭, 그렇지만 웃기잖아? 자기보다 어린 애를 사역마로 삼았는데 하늘을 날고, 방금 전에는 너의 그 화려한 폭발도 막았다며? 그럼 이 상처는 그 때 생긴 건가?”
“오전 수업 때 있었던 일인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는 건가요?”
루이즈의 의심스러운 얼굴을 타데린은 피식, 하고 코웃음 쳐 넘기며 말했다.
“방금 전에 너와 같은 수업을 들었던 녀석이 지나갔다. 몽모랑신가, 향수 아가씨가 왔다가면서 얘기해 줬거든. 자, 끝났다. 후딱 돌아가. 남의 점심시간 빼앗지 말고.”
“말 안해도 돌아가요. 가자, 나노하.”
“아, 예!”
나노하는 돌아가기 시작한 루이즈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다 약학실로 돌아가는 타데린을 향해 외쳤다.
“저기, 감사합니다!”
타데린은 잠시 멈추었지만 곧바로 들어가 버렸다. 얼굴이 문에 가려졌기 때문에 이쪽을 봤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
“날아가자.”
뜬금없는 말에 나노하는 루이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정신을 차리고 되물었다.
“예?”
루이즈는 대답하는 대신 하늘을 가리켰다.
높디높은 하늘. 주변의 풀내음을 머금은 바람은 싱그러웠고 세계를 비추는 태양은 따스했다. 좋은 날씨.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나노하는 루이즈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 있었다.
“레이징 하트, 셋 업.”
<네, 마스터.>
빛이 나노하를 감쌌다. 그리고 빛이 사라졌을 때, 그곳에는 평범한 소녀가 아닌 관리국의 에이스이자 루이즈의 사역마인 마도사 나노하가 있었다.
“에에, 지난번처럼 안고 날면 되나요?”
“다른 방법도 없잖아?”
“아하하, 그러네요.”
나노하는 웃으며 루이즈의 등 뒤로 돌아가 지난번처럼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는 필라이어 핀을 기동시켜 하늘을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유를 묻지도, 말해주지도 않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아는 듯 천천히, 느긋하게 하늘을 날았다.
─────
"올드 오스만."
“무슨 일인가, 미스 롱빌?”
트리스테인 마법학원 본탑 최상층에 있는 학원장실에서 학원장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미스 롱빌은 올드 오스만을 불렀다. 그러자 올드 오스만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비서를 바라보았다.
백
년, 아니 삼백년. 정확히는 그 누구도 그의 나이를 알지 못한다. 그와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은 이제 모두 죽었고,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자들이 늙어서 그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게 될 때까지 언제나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올드 오스만을 보며 경이와
공포의 시선을 보냈다.
그런 오래된 마법사를 보며 그의 비서 롱빌은 담담하게 말했다.
“한가하다고 저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그만둬 주십시오, 올드 오스만. 치매 흉내도 내지 마십시오. 그리고…….”
롱빌은 다리를 움직여 땅을 찍었다.
탁!
찍! 찌지직!
책상 아래에서 꼬리를 밟혀서 도망치지 못하고 찍찍거리고 있는 생쥐의 소리를 들은 올드 오스만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 얼굴을 보며 롱빌은 얼굴은 웃되, 눈을 웃지 않는 묘하게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
“진실을 찾는답시고 쥐로 제 스커트 안을 보지 말아주십시오.”
말을 끝냄과 동시에 롱빌은 다리를 움직였다. 풀려나게 된 생쥐는 전속력으로 달려서 올드 오스만의 옷을 잡고 기어 올라가 주머니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올드 오스만은 깊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겨우 속옷을 보여준 정도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하니 혼기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라고 하며 당당히 롱빌의 엉덩이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롱빌은 정리하고 있던 서류를 책상 옆으로 잘 치운 뒤 말없이 상사를 차기 시작했다.
“미안, 하지 말아줘, 아파, 이제 안 할게, 정말로.”
보통의 여성이었다면 숨을 거칠게 내쉬며 더 이상 차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음에도 롱빌의 발차기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야앗! 늙은이를, 자네, 그런 식으로, 이놈! 아얏! 잠깐!”
머리를 감싸며 쓰러져 있는 올드 오스만을 차는 롱빌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몸은 발차기에 최적화되고, 힘은 필요
이상으로 쓰지 않으며, 그러면서도 효과적으로 차기 시작했다. 올드 오스만의 몸은 바닥에서 약 30cm 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차올려지고 있었다.
그런 평온한 시간은 갑작스런 침입자로 인해 깨어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학원장실 문이 열리며 콜베르가 들어왔다.
“올드 오스만!”
“……무엇인가?”
어느 새 창가에 서 있던 올드 오스만은 시간차를 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뒷짐을 지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래된 마법사가 있었다. 롱빌 역시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방금 전에 치워두었던 서류를 다시 보고 있었다. 소닉붐이 일어나지 않은 게 용한 속도였다.
“크, 큰일입니다!”
“큰일 같은 게 있을 것 같은가. 전부 소소한 일일세.”
“이, 이걸, 이걸 봐주십시오!”
콜베르는 자신이 들고 온 책을 오스만에게 넘겼다.
“이건 ‘시조 브리밀의 사역마들’이 아닌가. 또 이런 곰팡내 나는 문헌에 들떠서는……. 이런 걸 볼 시간이 있다면 귀족들에게서 학비를 뜯어낼만한 좋은 수를 찾아내게, 미스터…… 뭐였지?”
콜베르입니다! 아니, 그건 일단 나중의 문제입니다! 이걸 봐주십시오!“
콜베르는 나노하의 손등에 생긴 룬, 그리고 자신이 책에서 찾은 룬이 그려진 페이지를 펼쳤다. 그것을 본 순간, 오스만의 표정이 바뀌었다. 방금 전 비서를 성희롱하고 장난치던 변태 노인이 아닌, 셀 수 없는 세월을 살아온 메이지의 얼굴이었다. 눈이 가라앉고 진지해졌다.
“미스 롱빌. 자리를 비우게.”
방을 나서는 롱빌을 보며 오스만이 콜베르를 향해 말했다.
“자세히 설명해보게, 미스터 콜베르.”
─────
방금 전까지 맑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었을 때, 나노하와 루이즈는 그것이 지나가는 소나기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
렇지만 그 먹구름이 엄청난 양의 비를 뿌리며 번개가 번쩍이는 벼락구름이 되었을 때, 그리고 그 구름이 두 사람의 주변에만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는 이것이 평범한 구름이 아님을 깨달았다. 어찌되었든 대지를 적시지 않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비를 뿌리는 구름이
평범할 리는 없었다.
“브람힐트 그 녀석이야! 다른 녀석들과 힘을 합쳐서 이런 폭풍을 만든 게 틀림없어!”
“일단 내려갈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향해 떨어지는 번개를 배리어로 막으며 나노하는 필사적으로 비행하여 가까스로 바닥에 도착하였다. 루이즈를 땅에 내려주는 순간,
<Protection(방어 마법)>
투쾅!
“꺄악!”
“나노하!”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비행체가 나노하를 들이받았다. 레이징 하트가 프로텍션을 발동시켜 직접적인 타격은 없었지만, 나노하의 몸은 이미 저 멀리 튕겨져 나가 있었다. 비행 마법 덕분에 땅바닥에 처박히지 않았던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루이즈는 나노하를 들이받은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와이번…….”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윈드 드래곤 한 마리에 와이번 세 마리, 거기에 가고일 세 마리. 거기에 하늘을 나는 평민 하나. 뭐, 어차피 이기는 건 내 미네르바겠지만.”
“뭘 하고 있는 거야!”
일곱 마리의 환수들에게 쫓겨 다시 폭풍 속으로 들어간 나노하를 보며 웃고 있는 브람힐트를 향해 루이즈가 소리쳤다. 그렇지만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우리가 각자의 사역마들로 훈련하고 있는 곳에 너와 네 사역마가 날아들었잖아? 덕분에 훈련은 엉망이 되었고 사역마들은 우리들의 말을 듣지 않은 체 네 사역마를 쫓아갔다고?”
브람힐트의 뒤에서 대여섯 명의 소년들이 나타나 그 말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말을 듣지 않게 된 사역마로 인한 당황이 아닌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속았다.
그 생각만이 루이즈의 머리 속을 맴돌았다.
─────
일곱 환수들에게 쫓겨서 다시 들어가게 된 폭풍 속은 여전히 상태 진행 중이었다.
비행 마법에 뛰어난 마도사라도 악천후 속에서는 필사적인 이유가 없으면 비행하지 않는다. 그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강해지는 폭풍은 나노하에게 최고의 위험이 되고 있었다.
전
방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쏟아지는 빗줄기는 시야를 빼앗고 배리어 재킷에 스며들어 체온을 빼앗았으며, 번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나 나노하를 위협하였다. 그런 상황에 환수 일곱 마리의 공격까지 추가되어 나노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어떻게 하면, 꺅!”
쾅!
와이번으로 생각되는 것이 나노하와 부딪쳤다. 자세를 가다듬고 주변을 살폈지만 나노하와 충돌한 것은 이미 구름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이래서는 무리다. 버스터 같은 직사형 마법도, 슈터 같은 유도형 마법도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쏴봤자 마력 낭비에 불과하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순간, 나노하의 손등에서 룬이 빛나기 시작했다.
<마스터의 손으로부터 마력이 충전됩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정보가 들어옵니다.>
“에, 에엣?! 무슨, 헤에?!”
나노하는 갑자기 온몸으로 느껴지는 이상한 감각들에 놀랐다. 자신의 몸이 아닌 것 같은 세밀한 감각과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옛날부터 자신이 느껴왔던 것 같은 익숙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손에 들린 레이징 하트를 밀리미터, 아니 그 이하의 단위로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이함과 예전부터 그렇게 사용해왔던 것 같은 감각. 지금 나노하는 이율배반적인 감각들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와이번과 가고일 한 마리가 나노하를 향해 날아들었다. 방금 전까지라면 피하지 못하고 튕겨졌을 그 공격을 나노하는 간단히 피해냈다. 페이트의 블리츠 액션과 같은 고속 이동 마법을 쓴 것 같았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나노하는 곧바로 그 두 환수의 뒤를 쫓았다. 공중전에서 뒤를 점한다는 것은 완벽한 공격 찬스라는 의미.
<디바인─>
어느 새 슈팅 모드가 되어 있는 레이징 하트의 앞으로 분홍빛 마력이 모였다.
그리고 나노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버스터─!”
─────
보통의 구름이라면 생성되지 않을 높이에서 생성된 먹구름.
지상까지 떨어지다가 지면에 닿지 않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빗줄기.
쉬지 않고 내려치는 번개.
상식을 무시하고 존재할 수 없건만 존재하는 그 폭풍 속에서 분홍빛 섬광이 튀어나온 지 얼마 지나지 와이번 한 마리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파레인!”
브람힐트의 뒤에 서 있던 소년들 중 하나가 사색이 되어 와이번을 향해 뛰어갔다. 그리고 또 하나가 떨어졌다. 방금 전 소년보다는 나았지만 어쨌든 사색이 된 또 다른 소년이 뛰어갔다. 이번에는 가고일이었다.
와이번 한 마리가 추가로 떨어지고 나자 폭풍의 윗부분에서 나노하가 나타났다. 손에 쥐여진 레이징 하트의 형태는 창 모양. 엑셀리온 모드였다.
레이징 하트로 폭풍을 겨냥하며 나노하는 외쳤다.
“엑셀리온 버스터, 배럴 전개!”
<배럴 샷.>
“슛! 엑셀리온 버스터, 슛!”
기다리지 않고 곧장 날아간 충격파는 평상시보다 강한 위력을 품고 폭풍과 부딪쳤다. 검은 구체와 부딪친 충격파는, 폭풍의
3분의 1을 그대로 깎아내 버렸다. 그 뒤로 날아온 분홍빛 섬광은 남아 있던 폭풍의 형태마저 완벽하게 날려버렸다.
그러자
상식을 무시하고 존재하던 폭풍은 그대로 와해되어 다시 세계의 법칙에 지배를 받게 되었다. 그것은 밑에 있던 하늘에 있던 나노하와
남아있는 세 마리의 환수에게는 다행인 일이었지만 밑에 있던 루이즈와 브람힐트를 비롯한 소년들에게는 재앙이었다.
위로 치솟던 빗방울들이 정상적으로 모두 지상을 향하여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쏴아아아아-
쏟아진 물의 양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서 급류가 되어 주변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아무 상관없이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까지 급류에 휩쓸리며 학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갔다.
“꺄악!”
“우와악!!”
“흐에에겍!!”
강제라 하더라도 이번 사건의 주모자가 된 루이즈 역시 급류에 휩쓸렸다. 그러나 누군가가 자신의 허리를 붙잡고 물 위로 끌어내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물에 휩쓸리지 않은 높은 지대에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먹은 물을 토해내고 하늘을 본 루이즈의 눈에는 아직도 하늘을 날고 있는 나노하와 3마리의 환수가 있었다. 풍덩, 하는 소리가 들려온 걸로 봐서 한 마리가 또 격추된 듯 했다.
“아아, 루이즈…….”
뒤돌아 본 곳에는 큐르케가 머리를 꾹 짜고 있었다. 루이즈를 부르기는 했지만 하늘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중전을 보며 큐르케가 입을 열었다.
“네 사역마, 정말 엄청나구나?”
“……나도 그러게 생각해.”
가을철 잠자리처럼 상하좌우 전방향을 거침없이 움직이며 간간히 분홍빛 섬광과 구체들로 환수들을 유린하고, 그와 동시에 급류에 휩싸인 사람들을 구해낸다. 어떤 메이지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노하는 와이번을 스치듯 하더니 곧바로 방향을 바꿔 디바인 버스터를 발사, 등과 날개를 직격당한 와이번은 엄청난 물보라를 내며 침몰해 버렸다.
“……타바사의 공중전도 저렇게 화려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큐르케의 얼이 빠진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루이즈는 나노하와 브람힐트의 풍룡 미네르바의 비행을 보고 있었다. 미네르바의 등 뒤에는 완벽하게 젖어 있는 브람힐트가 나노하를 향해 뭐라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둘은 이야기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나노하의 주변으로 12개의 분홍빛 구체들이 생겨나, 도망치려는 브람힐트와 미네르바의 주변을 맴돌다가 곧장 날아들어 요격해버렸다.
가장 큰 물보라를 일으키며 브람힐트와 풍룡이 침몰한 뒤, 나노하는 천천히 날아 루이즈를 향해 다가왔다. 폭풍 속을 헤매서 그런지 나노하 역시 폭삭 젖어있었다.
루이즈는 몸을 일으켜 자신의 앞에 선 나노하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나노하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수고했어.”
루이즈의 품에서 나노하는 웃으며 말했다.
“에헤헤, 다녀왔습니다.”
─────
원견의 거울로 모든 싸움을 보고 있던 오스만과 콜베르는 침묵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콜베르였다.
“와이번 3마리, 가고일 3마리, 거기에 풍룡이 하나인데 저 소녀는…….”
“저것이 원래의 실력일 수도 있네.”
“하지만 룬이 빛나기 전까지는 당하고 있었지 않습니까? 원래 평범한 소녀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간달브의 힘이 작용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콜베르의 말을 들으며 오스만은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가능성은 있네. 수천의 적과 맞서며 어떤 무기도 다루어냈다는 간달브. 확실히 저 소녀의 마법은 수천의 적과도 맞설 수 있을 것이야. 풍룡을 한 방에 떨어뜨리다니, 보통의 메이지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왕실에 연락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오스만은 고개를 저었다.
“왕실의 시간 넘치는 바보들에게 간달브와 그 주인을 넘기면 어떤 일이 생길 것 같은가?”
“……아마도 전쟁이겠지요. 하지만,”
“자네는 저런 아이들을 사람이 서로를 죽이는 전쟁터로 밀어 넣겠다는 건가!”
날카로운 호통에 콜베르는 더 이상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이 건은 내가 맡겠네. 다른 의견을 필요 없어, 미스터 콜베르.”
“알겠습니다.”
오스만은 지팡이를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 교사들과 학생들이 학원에 흘러넘치는 물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전설의 사역마 ‘간달브’인가……. 쓸데없는 힘이 이 세상에 나타나지는 않았을 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겐지……."
오래된 마법사의 사고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더 먼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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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각 부에 한 마디 씩 하는 건 오늘은 잠시 접고 간단하게 몇 가지만 전하겠습니다.
이 소설, 어설프고 왠지 재미없어도 계속 쓸 겁니다.
그리고 백합을 원하시는 분들께 "리미터 해제 완료. 19금까지는 걸리지 않도록 해보렵니다." [?!]
마지막으로 나노하 총수 모드 가동하시겠습니까? (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