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4. 소녀는 검을 든다.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4. 소녀는 검을 든다.
목걸이는 투박한 디자인이었다.
그렇지만 그 투박한 모습과는 다르게 룬이 새겨져 있는 목걸이에서는 희미하게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미묘하게 비뚤어져있는 기이한 느낌의 마력이었다.
루이즈는 자신의 손에 들리게 된 목걸이를 보며 오스만을 향해 물었다.
“이게 뭔가요, 올드 오스만?”
“……미안하게 되었네, 미스 바리엘.”
노마법사는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것은 노인이 소녀에게 하는 것이 아닌, 메이지 대 메이지로서의 사과였다. 당황한 쪽은 루이즈였다.
“고개를 들어주세요, 올드 오스만.”
“아니, 학생의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자네는 메이지일세. 다른 메이지에게 불명예스러운 일을 해야 하는 나의 입장을 용서해주게.”
사정은 간단했다.
브람힐트와 여섯 소년들이 다른 학생들을 꼬드겨서 [바리엘의 사역마에 대한 위험성 문제]라는 서명
모음을 들이댄 것이었다. 대홍수 사건의 진실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나노하가 위험하다는 인식을 하게 한 뒤에 나노하에게
제약을 거는 것이 동의하게 만들어 그 서명을 모아 학원장실에 낸 것이었다. 그 결과는 루이즈의 손에 들린 투박한 디자인의
목걸이였다.
“올드 오스만께서 잘못하신 게 아니잖습니까? 그러니 제가 용서할 것도 없지요.”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미스 바리엘.”
고개를 들며 올드 오스만이 말을 이었다.
“마법사용을 완벽하게 금지시키는 마법이 걸려 있는 목걸이라네. 마법 구조가 현재 우리가 쓰는 마법과는 다르지만 효과는 확실하지.”
루이즈는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학원 보물고에 있던 이것의 이름은 [씰 매직]. 올드 오스만의 설명대로 지금 세상에
알려진 마법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마법 도구. 그 효과는 착용한 사람의 마법을 모두 봉인해버리는 것. 그리고 착용자는 스스로 벗을
수 없는, 어떤 의미로는 목걸이가 아니라 족쇄인 매직 아이템이었다.
“이건 분명 학원 보물고에 있던…….”
오스만은 혀를 차며 말했다.
“쓸데없는 곳에만 머리를 쓰는 건 제 애비나 아들이나 똑같은 것 같네. 그 녀석들은.”
루이즈는 목걸이에서 눈을 떼고 오스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이걸 벌칙 기간 동안 하고 있으라는 것입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로 미안하게 되었네.”
루이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일. 루이즈는 나노하를 돌아보았다.
간단한 형태의 바지와 티셔츠.
원래 입고 있던 교복은 루이즈의 세탁물과 함께 보내버렸고, 그렇다고 루이즈의 옷을 계속 입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어젯밤 급조한 옷이었다.
허리에 한 혁대와 그것에 묶여 있는 검띠.
무기상점의 주인장이 델프링거를 산 두 사람에게 준 것이었다.
아직 어린 소녀가 하기에는 정말로 멋없는 복장이었다.
그
모습을 맨 처음 봤을 때 루이즈는 마법금지가 아니라고 한다면 하루 종일 배리어 재킷을 입고 있게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쪽이
훨씬 멋진 복장이었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노하의 목에 목걸이를 걸려고 한 순간, 나노하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루이즈를
피했다. 불만족스러운 표정. 거절의 표시였다.
루이즈는 조용히 나노하를 불렀다.
“나노하.”
“그치만…….”
루이즈 씨를 지키지 못하잖아요.
밖으로 나오지 않은 뒷말은 간단히 예측할 수 있었다. 기특한 생각에 루이즈는 나노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타이르듯 조용히 말했다.
“어제 산 검이 있잖아. 그리고 학원 내에서는 그렇게 위험할 것도 없어.”
“…….”
“알겠지?”
“……네.”
결국 나노하는 목걸이를 걸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런데 올드 오스만. 이것도 마법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그렇네만? 아, 그렇구만.”
오스만은 눈앞의 소녀를 보며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제로라 불리며 모든 마법을 성공시키지 못했던 소녀에게 마법을 사용하라고 한 것이었다.
“그럼 내가 하지. 마지막 날 내게 오게. 그 때 풀어주겠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미안하지만, 나는 이걸로 쓸데없이 학원 본탑 주위를 윙윙 날아다니는 녀석들에게 날개 봉인 마법을 걸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네.”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유쾌한 표정을 짓는 노마법사를 보며, 루이즈와 나노하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뒤 웃으며 학원장실을 나섰다.
그것이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
학원장실에서 나서 교실을 향해 가는 도중 루이즈는 나노하의 얼굴을 보고는 물었다.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검 때문에요. 연습을 해보고 싶은데, 배워본 적이 없어서…….”
“음, 집에서 가족들이 하는 거 대충 떠올려 보면 되지 않아?”
루이즈의 말에 나노하는 손을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아하하, 무리예요. 옛날에 포기하고 나서는 잘 보러 가지도 않았고, 왠지 가족들도 잘 보여주지 않았으니까요.”
“여자애가 검을 휘두르는 게 위험해서가 아닐까?”
“글쎄요. 아, 그럼 언니가 검을 들면 아빠랑 오빠가 피하는 것도 그 이유인 건가?”
시로나 쿄우야가 미유키의 검을 피하는 것은 나노하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이유였지만 어찌되었든 잠시 삼천포로 빠졌던 대화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어떻게 해야 검을 연습할 수 있을까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근처에 병사로 일하는 사람도 없고, 아! 쓸만한 녀석이 하나 있어. 어서 가자!”
“저, 저기, 잠깐만요!”
루이즈는 나노하의 손목을 붙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달리기 시작한 나노하는 잠시 후에야 간신히 자신의 의지대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보며 델프링거는 염화로 레이징 하트에게 물었다.
<어이, 레아. 우리 주인은 이리저리 휘둘리는 타입이냐?>
<할 때는 하는 타입입니다.>
<뭐, 확실히 평소에 흐늘거리는 것들이 필요할 때는 단단해지지. 낄낄낄.>
자기 말의 무엇이 웃긴지 델프링거는 검대에 걸려 흔들거리며 낄낄댔다.
─────
나노하의 검술 연습을 위해 발키리를 만들어달라는 루이즈의 말에 기슈는 당연하다는 듯이 물어왔다.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뭐지?”
“……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기슈 덕분에 타이밍을 놓친 루이즈가 멍한 표정으로 되묻자 기슈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루이즈. 설마 이 내가 아무런 조건 없이 너를 도울 것이라고 생각한 건가? 물론 레이디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신사인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이디들을 위한 일. 너의 사역마 역시 레이디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민이며 사역마. 즉, 내가 네 말에 따라 발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 내가 얻는 게 뭐지?”
“네가 원하는 것을 내 한도 내에서 하나 들어주기로 하려고 했는데…….”
“그 정도면 좋군. 나도 딱히 엄청난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테니까.”
잠시 후 기슈의 태도로 인해 받았던 충격에서 벗어난 루이즈가 물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줘야 되는데?”
“간단해. 뭐, 그, 제로의 루이즈라는 것을 공인해주기만 하면 된다. 공공연한 사실을 공인하는 것뿐이니 쉽겠지.”
“…….”
기슈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며 그렇게 말했다. 루이즈는 그런 기슈의 태도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너무나 뻔한 사정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때 나노하가 나섰다.
“비겁해요.”
“……뭐라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일부러 공격하는 건 비겁해요.”
기슈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귀족에 대한 예의가 없군. 환수 일곱을 쓰러뜨렸다고 자신만만해진 건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자신도 신경 쓰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예의라는 것을 조금 배워야겠군. 수업이 끝나고 나와라. 그 검술 연습을 위한 발키리를 준비해주지.”
그렇게 말한 기슈는 곧바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근처에 있던 큐르케가 다가와 나노하를 등 뒤에서 껴안으며 말했다.
“후왓?!”
“아아, 나노하.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마법 금지 당했잖아? 어떻게 하려고? 그래도 걱정하지 마. 이 언니가 무슨 일이 생기면 곧장 도와줄 테니까~”
“멋대로 남의 사역마를 껴안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첼프스트?”
“에에, 너무 짜게 굴지 마, 바리엘. 닳는 것도 아니잖아?”
큐르케는 흥흥, 하고 웃으며 나노하를 끌어안은 체 루이즈와 대치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었다.
“저, 저기…… 선생님이 오셨는데요?”
둘의 대결은 선생님의 존재를 알린 나노하에 의해서 간신히 멈추어졌다.
─────
발키리. 고대 전승에 뛰어난 전사들을 발할라로 인도한다는 전쟁의 여신.
그러나 나노하의 앞에 있는 발키리는 이름과 겉모습을 따온, 학원의 학생 기슈가 자신의 마법으로 만들어낸 청동 인형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에게 위협적이라는 것인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모두 4명의 발키리들은 각자의 포지션을 취한 채 나노하를 사방에서 포위하고 있었다. 이미 셋은 나노하의 검 아래 쓰러졌다.
“모, 모두 공격!”
당황한 것이 한눈에 보이는 기슈가 발키리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주인의 명령을 받은 발키리들이 방패를 들고 달려들자 나노하는 허리를 숙이며 눈앞의 발키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왼손에 잡힌 델프링거를 내찔렀다.
챙!
청동으로 생성되었다고는 하지만 메이지가 만들어낸 전쟁의 여신은 자신의 방패를 트는 방법으로 간단히 나노하의 델프링거를 막았다.
그러나 나노하는 검이 막힌데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오른손에 들린 커틀러스를 발키리의 방패 아래로 찔러 넣었다. 적이 인간이었다면 허벅지를 베어 기동력을 빼앗을 수 있는 공격이었다.
그
렇지만 방패에 시야가 가려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았음에도 발키리는 자신의 검으로 나노하의 검을 커틀러스를 튕겨냈다. 한 번 더
공격을 하려고 했던 나노하는 등 뒤에서 검을 내려치려하는 발키리를 막기 위해 튕겨졌던 커틀러스를 등 뒤로 휘둘렀다.
끼이이이익!
소
름끼치는 금속마찰음과 함께 나노하의 등 뒤에 있던 발키리의 복부가 깊숙이 베였다. 공격 당한 발키리는 머리 위로 검을 치켜든 자세
그대로 뒤로 쓰러져버렸다. 그러나 곧바로 남은 두 발키리가 나노하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협적인 공격에 나노하는 허리를 뒤로
젖히며 발을 움직여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델프링거를 앞으로 찌르며 발키리를 견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확실히 칼부림 하는 집안 딸내미라는 말이 맞구만?>
델프링거의 장난스러운 말투에도 나노하는 아무런 반응 없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쓸데없는 모든
것을 배제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지한 눈빛으로 눈앞의 발키리를 바라보는 나노하의 왼손 손등에서 룬이 빛나고 있었다.
남은 세 발키리가 다시 방패를 앞으로 들고 달려듦과 동시에 나노하 역시 땅을 박찼다.
루
이즈는 그런 나노하의 싸움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 선 큐르케처럼 나노하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아앗!”. "조심해!"
등의 대사를 소리치는 것 같은 일은 하지 않았지만, 몸을 움찔한다던가, 입술을 깨문다던가 하는 행동들로 그녀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챙!
“꺄악!”
“나노하!”
나노하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커틀러스가 발키리가 휘두른 검에 튕겨져 나옴과 동시에 큐르케와 루이즈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달브의 힘이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어린 소녀의 악력으로는 일반 성인 남성 수십 명에 필적하는 힘을 가진 발키리의 공격에 검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나노하 역시 호락호락 당하고 있지는 않았다. 검이 튕겨나간 반탄력으로 왼손의 델프링거를 휘둘러 자신의 검을 튕겨낸 발키리를 베었다. 오른쪽 허리에서 왼쪽 어깨까지 깊게 베인 발키리는 그대로 쓰러져버렸다. 남은 발키리는 둘.
잠시 대치 상태에 빠져있던 전투는 나노하가 움직임과 동시에 다시 시작되었다.
채챙!
─────
시공관리국 함선 아스라 통제실.
시공 순양함 아스라의 함장이며 수많은 사건들을 진두지휘해온 노련한 함장 린디는 오퍼레이터를 향해 물었다.
“신호가 잡힌 때와 장소는?”
“관리국 본부 기준시간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3시간 전, 차원 항해 항로 최고 외곽 지역을 순찰하며 통신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무인 통신선으로부터 왔습니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신호가 오다가 현재는 끊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신호는 얼마나 이어졌지요?”
“약 72시간. 3일 정도입니다.”
관리국의 에이스라 불리는 나노하가 사라진지 약 일주일 만에야, 관리국은 나노하로부터의 신호를 포착할 수 있었다. 그것도 관리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차원 항해 항로 외곽 지역으로부터.
그
것을 들은 린디는 곧바로 출항을 요청했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외곽지역으로의 항해를 적극적으로 요청한 덕분에 원래는 불가능한
여러 가지를 실현시킬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바로 시공 관리국 견습 집무관 페이트 T. 하라오운. 원래는 집무관 등록
실기를 치러야하는 것을, 린디가 이번 항해에 함께하는 것으로 실기를 대신하게 한 것이었다.
중간에 누군가가 이미 크로노
하라오운이라는 아스라 소속 집무관이 있는데 준(準)집무관인 페이트마저 항해에 끌고 가는 것은 규칙 위반이라는 소리를 했었지만,
차원 항해 항로 외곽 지역의 위험성을 설명해준 유노 덕분에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페이트는 통제실의 메인 스크린에 떠오르는 정보들을 훑어가며 린디에게 물었다.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글쎄, 항로 외곽 지역은 말 그대로 외곽 지역인지라 정해진 항로라던가 지도 같은 게 표기되어 있지 않아서……. 일단 무인 통신선과 접촉해서 정확한 좌표를 얻는다면 금방 갈 수 있을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린디의 표정 역시 그다지 밝지는 않았다. 신호가 끊어졌다는 것 역시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조그마한 불안을 크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혹시나…….
“항공 전기 교도대에서 훈련 받는 녀석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지.”
“……크로노?”
“나노하 교도관은 어디에 떨어져도 누구든지 일단 싸우고 친구가 될 거다. 뭐, 내 생각도 그렇게 다르지는 않아.”
크로노의 말에 린디와 페이트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왠지 그건 반박할 수 없네. 어찌되었든 일단은 이틀이야. 무인 통신선의 궤도까지는 차원 이동 마법으로 가는 것보다 그냥
허수 공간 항해를 하는 것이 마력 소모가 훨씬 더 적으니까. 에이미가 있으니까 하루 반 만에 도착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는걸?”
“……모든 승무원들을 공포로 몰아넣으시려는 겁니까?”
“아하하, 참아주세요, 어머니.”
자식들의 만류로 간신히 자신의 의견을 포기한 린디는 진지한 표정으로 메인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스크린에는 나노하가 사라지기 직전 포착되었던 강력한 마력반응에 대한 정보가 나오고 있었다.
“과연,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짓을 했는지…….”
“로스트 로기아 관련 사건일까요?”
“그저 단순히 어떤 마도사의 소환이었다거나 할 수도 있고.”
자신이 한 말이 정답인지도 모른 체, 크로노는 자신이 생각해봐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하고 웃어 넘겼다.
─────
마지막 발키리의 움직임은 처음에 일곱 발키리가 나왔을 때보다 더욱더 현란하고 복잡했으며, 위협적이었다. 지금까지의 전투를 통해 기슈가 조금씩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는 듯 했다.
검을 피하며 나노하는 마력을 움직여보았다.
움직였다. 그 증거로 오른손에 희미한 분홍빛이 맺혔다.
목
걸이가 어떤 방식으로 마법을 방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력의 운용은 문제가 없었다. 그것이면 되었다. 나노하에게는 마법은 아니지만
마력을 이용하는 기술이 있었다. 그것이라면 좀처럼 쉽게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이 싸움을 끝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노하는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발키리의 검을 델프링거로 흘려낸 뒤, 발키리의 품으로 파고든 나노하는 오른쪽 주먹으로 발키리의 명치 부분을 후려쳤다.
“하앗!”
콰앙!
“무, 무슨?!”
각도가 아래에서 위로였기 때문에 발키리는 잠시 허공에 떴다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가슴 부분이 심하게 뭉개져 있었다.
마법을 쓸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만든 근거리 급속 기동 정권 엑셀 너클. 마력을 담은 주먹의 위력은 금속도 우그러뜨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린 기슈가 자신이 들고 있던 장미─지팡이를 휘두르려 했지만 나노하의 검이 기슈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승부는 난 것 같은데요?”
여기저기 흙이 묻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기슈를 향해 검을 들이대고 있는 나노하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았다.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기슈의 발키리들이 그 기세에 힘을 더했고, 12세 소녀라고는 보기 힘든 기세를 담은 눈길에 기슈는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으윽, 져, 졌다…….”
자기 스스로 패배를 인정한 것이 억울한지, 기슈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체 눈물을 흘렸다. 그런 기슈를 보며 나노하는 허리의 검대에 델프링거를 꽃아 넣은 뒤, 손을 뻗었다.
“그, 그런 것 필요 없어!”
“질 수도 있어요.”
“……뭐?”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기슈를 향해 나노하는 말했다.
“언제나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이기는 때가 있다면 지는 때가 있고, 지는 때가 있다면 언젠가 이기는 때가 와요. 노력하면 도달할 수 있어요. 기슈 씨도 분명, 언젠가는 도달할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은 일어서는데 전념하면 되요.”
나노하의 말에 잠시 망설이던 기슈는 이내 결심한 듯 나노하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선언하듯 외쳤다.
“나 청동의 기슈, 언젠가는 반드시 도달하겠다! 네가 말한 승리의 때에!”
훗날, 이 선언이 청동이라는 이명을 가진 소년을 강철의 군주라는 명예로운 이명의 훌륭한 군인을 만드는데 일조하게 되리라고는 지금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이 순간 기슈의 모습은 패배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언젠가 거머쥘 승리를 생각하며 눈동자를 빛내는 도전자의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며 나노하는 말했다.
“그렇게 간단하게 도달할 수 있게는 하지 않을 거예요.”
“무례한 말투지만 내 발키리들을 쓰러뜨린 실력자이니, 새겨듣도록 하지.”
서로를 향해 웃는 두 사람을 보며 루이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구 한쪽이 크게 다쳐서 커다란 일로 발전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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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엔세스 담당 지부(http://blog.naver.com/mileunai)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델프링거가 S급이었다라고 하는 설정에 말이 많았는데, '각성 시키고 차원진 중심에 집어 던지면 차원진도 막을 수 있다.' 라는 스스로 생각해봐도 뭔가 좀 괴이한 설정을 집어 넣어서 그렇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에라, 일단 질러보자.' [?]
브람힐트 및 떨거지들은 1대 1로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않았고, 기슈는 정정당당히 싸웠습니다.
그게 기슈가 나노하와 친구[?]가 된 이유입니다.
쓰면서 점점 '이제 왈드는 어떡하지?' 라던가 '알비온 함대는 어떡하지?' 라던가 하는 생각들로 혼란중입니다.
어차피 백합 라인이므로 왈드는 작살낼 거고 [?!] 알비온 함대는 1.나노하/ 2.나노하+루이즈/ 3.아스라 중에서 고민중
학교 축제 준비로 이것저것 바빴던지라 이제야 겨우 글을 올립니다.
중간고사라던가 뭐 그런 것들은 문제 없으니까(?!)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소설은 빠른 시일 내에 올라올 겁니다.
p.s 티스토리 블로그 폐쇄. 너무 어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