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2. 알 수 없는 곳에서의 첫날. 상편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2. 알 수 없는 곳에서의 첫날. 상편
해조차도 뜨지 않아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이 감도는 이른 새벽.
그런 고요한 시간에 나노하는 눈을 떴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근처 공원에서 간단한 마법 연습을 하는 버릇 때문이었다.
일
반적인 소녀로서는 일찍 일어나는 축에 속하는 것이었지만 집안에서 나노하는 늦게 일어나는 축에 속했다. 보통 나노하가 일어났을 때
아버지인 시로나 오빠인 쿄우야, 그리고 언니인 미유키는 벌써 검술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고, 어머니인 모모코는 식구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관리국 일로 새벽에 돌아올 때나 학교로 곧장 갈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그러나 눈을 뜬
나노하는 평소와는 다른 촉감에 천천히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렴풋이 보이는 시계(視界)로 보이는 것은 자신의 방이 아니었다.
자신이 입고 있는 잠옷도, 자고 있었던 침대도, 덮고 있었던 이불도. 나노하는 나직히 탄성을 터뜨렸다.
“아.”
어제 소환됐었다. 낯선 세계에. 관리국 일로 여러 세계를 돌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
노하는 고개를 돌렸다. 희미한 빛에 한 사람의 윤곽이 비쳤다. 루이즈 프랑소와즈 르 브랑 드 라 바리엘. 자신을 소환한
사람이었다. 시선을 조금 위로 향하자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지 옆얼굴 형태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눈에 힘을 주자 방금
전과는 조금 더 자세하게 보였다.
루이즈 씨. 나를 소환한 사람. 나와 계약한 사람. 그리고 나의…….
“주인…… 핫?”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말을 했는지 깨달은 나노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본 사람이 없다고는 하지만 소녀의 마음이란 미묘한 것.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었다.
이
불 속을 파고들던 나노하의 얼굴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닿았다. 베개일까 생각했던 나노하는 자신의 얼굴에 닿은 무언가를 더듬어보았다.
묘하게 앞뒤로 움직이고 있는 무언가를 보며 나노하는 자신의 얼굴이 루이즈의 배에 닿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떨어지는 대신 나노하는 양손을 모두 뻗어 루이즈의 허리 부분을 감싼 뒤 끌어안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전해져오는 루이즈의 심장 고동소리에 나노하는 묘하게 마음이 편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흐응, 오늘은 땡땡이…… 일까나.”
<문제없습니다.>
레이징 하트가 작은 소리로 나노하의 말에 대답했다. 그 대답에 나노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
언제부터 자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창가에서 침대로 쏟아지며 자신의 눈가를 간질이는 햇빛에 눈을 뜬 루이즈는 가장 먼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어젯밤의 일들을 차례차례 떠올려갔다.
나
노하와 얘기하며 중간에 잠옷으로 갈아입는다던가, 홍차를 마신다거나 했던 기억은 난다. 속옷은 조금 커서 빌려주지 못했고 잠옷은
입기는 했지만 움직이면 어깨부분이 흘려 내려서 계속 신경 썼던 것도, 나노하가 끓인 홍차가 맛있어서 나중에 먹으려 했던 딸기
케이크를 꺼내 같이 먹었던 것도 기억났다. 딸기 케이크가 아껴두었던 물건이라는 것을 안 나노하가 나중에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주겠다고 한 것도.
케이크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홍차 끓이는 솜씨와 부모님이 찻집을 해서 자주 가게 일을 도왔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기대해도 나쁘지 않을 테니.
갑자기 배 부분으로부터 간지러운 감각이 올라왔다. 옷이 비비어져서 그런가 하고 손을 배로 가져가는데 무언가와 부딪쳤다.
“응?”
뭘까, 하고 이불을 들춰보니 털이라 생각되는 갈색 물체가 보였다. 이불을 조금 더 들춰내자 그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자신의 배
부분에 얼굴을 파묻고 허리를 껴안고 있는 것은 나노하였다. 간지러웠던 것은 나노하의 숨 때문인 듯 했다.
배를 향해 가져가던 손으로 나노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웅…….”
기분 좋게 웅얼거린 후 나노하는 더 강하게 루이즈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루이즈는 나노하를 밀어내는 대신 허리를 굽혀 나노하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더 밀착했다.
자신이 소환한 소녀, 자신과 계약한 소녀, 그리고……
“나의 사역마.”
가슴 속에 담고 있던 말을 조용히 입에 담았다. 확실하게 자신의 것이라는 감각이 든다. 누가 뭐라고 한들, 분명 자신의 사역마였다. 무언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 같은 게 느껴졌다.
어제 사역마를 소환할 때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우주 어딘가에 있는 신성하고 강한 자여!’라고. 드래곤이나 와이번 같은 환수를 생각하며 그렇게 주문을 외쳤건만 정작 온 것은 자신보다 나이 어린 소녀.
그렇지만 루이즈에게 후회는 없었다. 함께 있으면 기분 좋고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대로 더 있고 싶었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보며 루이즈는 일어나기로 했다. 아침 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케이크를 먹기는 했지만 어제 저녁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저녁 식사를 잊어버렸다. 오늘 아침까지 넘기면 수업 시간에 꽤나
고통스러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허리에 둘러진 나노하의 팔을 조심스레 풀고 일어난 루이즈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사역마인 나노하에게 옷을 갈아입게 시킬 수도 있었지만 자는 얼굴을 보고는 내키지 않아 스스로 하기로 했다.
옷을 다 입었을 때쯤에 나노하가 일어났다.
“후아암……. 안녕히 주무셨어요.”
졸린 눈동자로 대답하는 나노하를 향해 루이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침 식사하러 가야하니까 준비해.”
“네─.”
─────
나노하의 복장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어제 입고 있었던 교복을 다시 입기로 하였다. 루이즈의 옷을 입혀볼까 했었지만 그렇게 되면 학원의 학생들과 구분할 수 없게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가자.”
“네.”
“어라, 이게 누구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루이즈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큐르케였다.
“안녕, 루이즈.”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카락에 풍성한 몸매의 그녀를 보며 루이즈는 마지못해 인사를 했다.
“안녕, 큐르케. 무슨 용건이야?”
“간단히 확인해볼 게 있어서.”
루이즈의 공격적인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체 큐르케는 나노하를 가리키며 물었다.
“정말로 얘가 너의 사역마인거야?”
“그래.”
“하늘을 날았다고 하던데, 진짜야?”
“맞아.”
“헤에…….”
큐르케는 감탄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나노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나노하의 앞으로 걸어가서는…….
“너무 귀여워!”
라고 하며 그대로 꼭 껴안아버렸다.
“엣?!”
“자, 잠깐! 남의 사역마에게 무슨 짓이야!”
당황스러워하는 주인과 사역마를 보며 큐르케는 당당히 말했다.
“그렇지만 귀엽잖아.”
“그렇다고 함부로 껴안지 마!”
“어차피 자기는 원하는 대로 껴안을 수 있으면서. 좀 빌려줘. 어젯밤에도 껴안고 잤을 거 아니야.
“누가 어젯밤에 껴안고 잤다고……, 아니 그건 넘어가고 하여튼 풀어줘!”
루이즈의 말이 잠시 멈추었던 순간을 날카롭게 잡아낸 큐르케가 눈을 번뜩였다.
“잠깐, 그 중간의 공백이 수상해! 정말로 껴안고 잤던 거야! 왠지 분한데!”
“읏, 너는 언제나 남자를 껴안고 있잖아!”
기숙사 사감이 들으면 기숙생활이 위험해지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큐르케는 당당히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애인과 여동생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어!”
“어째서 걔가 네 여동생인데!”
“나이도 어리고 여자애니까 여동생이지. 자, 나노하. 언니라고 불러 봐. 큐르케 언니, 라고.”
“멋대로 남의 사역마에게 이상한 걸 가르치지 마!”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나노하는 큐르케를 언니라고 부르겠다고 다짐을 받은 뒤 풀려날 수 있었다.
─────
알뷔즈의 식당에 들어온 나노하가 놀라지 않았을 때, 그것에 놀란 것은 루이즈였다.
“안 놀라네?”
“예. 관리국에서도 식당은 컸으니까요. 사람도 많았고.”
“흐응, 그렇다고 했었지.”
어제의 대화를 생각하며 루이즈는 간단히 수긍했다. 그랬기 때문에 잠시 후 나노하가 놀랐을 때 무엇에 놀랐는지를 알 수 없었다.
“아침부터 이렇게 먹나요?”
놀람의 이유가 아침 식사의 식단을 보고서였다는 것을 깨달은 루이즈가 설명했다.
“응. 여기 트리스테인에서는 마법뿐만이 아니라 귀족의 지위에 걸맞는 행동과 언행도 배우니까. 대부분의 귀족들이 보편적으로 먹는 식으로 하는 거야.”
“그렇지만, 매일 이렇게 먹으면 살찔 것 같아요.”
“확실히, 집안에서는 전문적으로 몸을 관리해주어서 괜찮던 사람들도 여기에 와서 뚱뚱해진 경우도 있으니까. 아 의자 좀 빼줄래? 그리고 그 옆에 앉아도 돼. 어차피 내 옆에 앉으려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나노하는 자신이 뺀 의자에 루이즈가 앉자 그 의자를 앞으로 조금 밀어 넣은 뒤, 루이즈의 왼쪽 자리에 앉았다. 루이즈가 그것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은 나노하가 포크를 들고 있는 손을 보고 난 뒤였다.
“왼손잡이?”
“아, 예.”
“그래서 왼쪽에 앉은 거야?”
“예? 아, 예. 부딪칠 수도 있으니까요.”
접시에 샐러드를 담으며 나노하가 대답했다. 그것을 보며 루이즈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사람을 배려하는데 익숙하다고.
그런 조그마한 행복이 깨지는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이, 루이즈. 미안하지만 여긴 메이지 전용 식당이라고? 사역마는 식당 바깥에 놔두는 게 규칙이었을 텐데?”
“브람힐트…….”
루이즈는 상대를 깨닫고는 굳은 얼굴이 되었다. 현 2학년 최고의 [풍]속성 메이지로 언제나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인물, [태풍]의 브람힐트. 언제나 루이즈를 놀리는데 앞장서는 인물들 중 하나였다.
심술궂은 얼굴을 보며 루이즈가 반박했다.
“주인이 특별히 허락하면 들어와도 괜찮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예의 없는 것도 아니고.”
“사역마인 것은 둘째치더라도, 평민이잖아. 귀족과 같이 식사를 하게 하다니. 제정신이야?”
“어차피 내 옆에는 아무도 안 안잖아.”
“그런 문제가 아니야 루이즈. 모르겠어? 평민과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다. 너는 하인과 같이 식사를 하는 거냐?”
“……하아.”
덜컥.
“뭐, 뭐야?”
한숨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루이즈는 브람힐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자신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크면서도 당황하고 있는 소년을 향해 협박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노하는 하인 따위가 아니야.”
“그, 그럼 뭔데!”
그 기세에 짓눌리지 않으려는 듯 큰소리로 외쳤지만 이미 기세에서 반쯤 져버린 브람힐트의 질문에 루이즈가 선언하듯 당당하게 외쳤다.
“너 따위에게 뭐라 한소리 들을 이유 없는 ‘나의 사역마’다!”
─────
결국 교사들이 식사 시간에 귀족답지 못한 소란을 일으켰다는 죄명 아닌 죄명으로 루이즈와 브람힐트 두 사람에게 식당 방출 명령을 내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나노하는 쫓겨나는 루이즈를 따라 나왔고, 브람힐트는 두 사람을 향해 ‘두고 보자, 제로의 루이즈!’ 라는, 식상하고 상투적인 대사를 날린 뒤 사라져버렸다.
“쳇, 바보 녀석 때문에 아침 식사도 제대로 못했잖아.”
“조금 챙겨왔어요.”
화를 내는 루이즈를 향해 나노하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것들을 보여주었다. 물잔으로 쓰던 크리스털 잔에 담긴 수프 2컵과 손수건으로 잘 싸여있는 샌드위치 2개였다.
“어? 샌드위치는 없었던 것 같은데?”
“에헤헤, 쫓겨나기 전에 급조했어요. 그래서 들어 있는 건 소세지랑 양배추랑 마요네즈 밖에 없어요. 그리고 간으로 소금 약간.”
“굉장하네. 그 짧은 시간에?”
놀라워하는 루이즈에게 나노하는 수프와 샌드위치를 건네며 대답했다.
“미도리야는 속도가 생명이니까요.”
“미도리야? 아, 집에서 하는 찻집?”
“예.”
엣헴, 하는 행동 같은 것은 없었지만 루이즈는 나노하가 미도리야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루이즈는 샌드위치를 물었다. 그 짧은 시간에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끝낸 나노하와 루이즈는 크리스털 잔을 지나가던 메이드에게 부탁한 뒤 교실로 들어왔다. 루이즈와 나노하를 확인한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다.
루이즈를 제로라 부르며 무시하던 학생들은 둘을 보며 킥킥대거나 수군거리기 시작했고, 어제 나노하의 비행을 목격한 학생들은 조용히 그 둘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루이즈가 자리에 앉자 나노하는 빈 의자 하나를 끌어와서 그 옆에 앉았다. 그러자 식당에서도 루이즈에게 시비를 걸었던 브람힐트가 다시 시비를 걸어왔다.
이번에는 나노하에게였다.
“너, 제로의 사역마.”
“?”
“그건 메이지를 위한 자리지, 너 같은 평민을 위한 자리가 아니야.”
원군은 뜻밖의 공간에서 나타났다.
“브람, 꼬마 숙녀에게 무례하잖아? 자, 나노하. 이리로 와. 플레임 위에 앉아 있으면 돼.”
“큐, 큐르케…….”
“언니, 후와앗?!”
갑자기 나타난 적발 미녀의 말에 브람힐트는 어정쩡한 자세로 물러나버렸다. 그리고 큐르케는 그대로 나노하를 들어서 자신의 자리
옆에 앉아있는 자신의 사역마, 셀러맨더 플레임의 위에 내려주었다. 호랑이만한 크기의 플레임 위에 나노하가 앉을 자리는 충분했다.
루이즈는 어제 나노하에게 배운 염화를 사용해서 루이즈의 곁으로 돌아갈까 어쩔까를 고민하고 있는 나노하에게 말했다.
[그대로 있어. 브람힐트 녀석 끝까지 꼬투리를 잡으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적어도 큐르케와 함께 있으면 네가 직접 목표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렇지만 루이즈 씨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언제나 버텨왔어. 오늘 갑자기 무너지지는 않아.]
루이즈는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나노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 짓고는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미소를 알아본 나노하는 자신의 주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상냥하고 강한 사람이니까 믿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어느 새 교실에 교사가 들어와 있었다.
“자자, 모두 자리에 앉아 주세요. 좋습니다. ……미스 첼프스트. 그 아이는?”
“루이즈의 사역마랍니다. 미스 슈베르즈.”
잠시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교사, 슈베르즈는 잠시 후 ‘아!’ 하는 탄성음과 함께 루이즈를 향해 말했다.
“특이한 사역마를 소환했군요. 미스 바리엘.”
교실이 웃음에 휩싸였다. 그리고 웃고 있던 학생들 중 하나가 루이즈를 향해 말했다.
“소환에 실패했다고 지나가던 평민을 데려오지는 말라고!”
루이즈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당사자를 찾았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을 쓸 수 있는 평민을 데려오는 건 조금 힘들었어, 감기쟁이 마리콜느.”
“감기쟁이라고? 난 감기 따위에 걸리지 않았어! 난 바람 위의 마리콜느다, 제로의 루이즈!”
“네 목소리는 감기에 걸린 것처럼 걸걸하니까 감기쟁이 쪽이 더 어울려.”
“이익─!!”
달려들어 멱살을 쥘 것처럼 벌떡 일어섰던 마리콜느는 슈베르즈가 지팡이를 흔들자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털썩하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미스 바리엘. 미스터 마리콜느. 보기 흉한 말싸움은 그만두세요. 귀족으로서의 자각을 합시다.”
“하지만 미스 슈베르즈. 저의 감기쟁이는 중상모략이지만 루이즈의 제로는 사실입니다.”
방금 전처럼 성대한 웃음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킥킥거리는 소리가 교실에 흘렀다. 슈베르즈는 교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킥킥거리며 웃고 있던 학생들의 입에 어디선가 나타난 붉은 색 점토가 나타났다.
슈베르즈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들은 그 모습 그대로 수업을 받도록 하세요.”
교실에 킥킥거리는 소음이 가라앉았다. 잠시 후, 교실을 둘러본 슈베르즈는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러자 교탁 위에 돌멩이 몇 개가 나타났다.
“자,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저의 두 번째 이름은 ‘적토’. 적토의 슈베르즈입니다. 이제부터 1년간 여러분에게
‘흙’계통의 마법을 가르칠 것입니다. 모두들 마법의 사대 계통은 알고 있겠지요. 복습하는 기분으로 말해줄 수 있을까요, 미스터
마리콜느?”
“예, 옛! ‘불꽃’. ‘물’. ‘흙’. ‘바람’ 이 네 가지입니다.”
“잘 알고 있군요. 지금은 소실되어
있는 ‘허무’까지 합치면 우리의 마법 계통은 모두 다섯 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다섯 계통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계통은
‘흙’계통이라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것은 제가 ‘흙’계통이기 때문에라서가 아닙니다.”
슈베르즈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흙’계통의 마법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농작물의 수확률이나 대형 건축에서 애를 먹었겠지요. 다른 계통의 마법들 또한 훌륭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흙’계통의 마법은 이렇게 여러분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짧게 룬을 외치며 지팡이를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교탁에 있던 돌멩이 중 하나가 빛을 발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자 그곳에는 돌멩이 대신 노랗게 빛이 나는 금속이 있었다.
“미, 미스 슈베르즈! 금입니까?!”
큐르케가 벌떡 일어서며 질문했다.
“아니에요, 단순한 놋쇠입니다. 금은 스퀘어 클래스의 메이지들만이 연금할 수 있지요. 저는 단지…….”
큐르케가 맥이 빠져 자리에 앉자 슈베르즈는 아쉽다는 듯이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트라이앵클이니까요. 자, 그럼, 미스 바리엘?”
“예?”
“이리로 나와서 연금을 한 번 해보세요.”
순간 조용하던 교실이 술렁거렸다. 큐르케는 손을 들며 슈베르즈를 불렀다.
“미스 슈베르즈.”
“무슨 일인가요, 미스 첼프스트?”
“그만두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째서인가요?”
“위험합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큐르케는 딱 잘라 말했다. 교실 안의 모두가 큐르케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들의 눈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위험? 어째서인가요?”
“미스 슈베르즈는 루이즈를 가르치시는 게 처음이시죠?”
“예. 하지만 그녀가 노력가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자, 미스 바리엘 신경 쓰지 말고 한 번 해보세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슈베르즈가 루이즈에게 연금을 하게 하는 것이 확실시되자, 몇몇 학생들은 자신의 사역마를 자신의 곁으로 부르고 책상을 옆으로
세우는 등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연금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은 묵묵히 옆으로 세워진 책상들을 연금 마법으로 강화해나갔다. 그런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불안한 모습으로 교탁을 향해 걸어 나가는 루이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교실의 모습을 보며 슈베르즈는 루이즈를 불렀던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교실 앞으로 나온 루이즈가 지팡이를 꺼내 심호흡을 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미스 바리엘. 연금하고 싶은 금속을 강하게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겁니다.”
루이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팡이를 흔들었다. 그 순간 돌멩이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말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콰앙!
‘역시 실패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밀어닥칠 폭풍에 대한 준비로 눈을 감고 있던 루이즈의 귓가에 한 소녀의 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징 하트!”
<Protection(방어 마법)>
분홍색 빛이 눈꺼풀을 통과하는 것을 느끼며 루이즈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앞에는 분홍빛을 내는 반투명한 막을 펼치고 있는 나노하가 있었다. 나노하가 막지 못한 교실 앞부분은 폭격을 맞은 건물처럼 반파되어 있었다.
“하아, 괜찮으세요?”
프로텍션을 거두며 나노하는 멍하게 있는 루이즈와 슈베르즈를 향해 말했다.
“아, 음, 뭐, 괜찮습니다. 그럼…… 자리로 돌아가세요.”
슈베르즈는 전혀 괜찮지 않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충격이 큰 듯했다.
자리에 돌아온 루이즈는 빈 의자를 끌어다 자신의 곁에 앉은 루이즈를 향해 염화를 날렸다.
[큐르케 곁으로 안 돌아가?]
[지킬 거예요.]
[응?]
나노하는 루이즈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아까는 조금만 늦었다면 막지 못할 뻔 했어요. 루이즈 씨를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뻔 했어요.]
[나노하…….]
[그러니까, 그러니까 루이즈 씨 곁에 있을래요. 누가 뭐라고 해도 있을 거예요.]
굳은 의지를 품은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는 교실의 그 누구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루이즈는 감사를 표현하는 말을 하며 그 표현이 마음을 표현하기에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난생 처음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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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나노하 카페에 한 마디.
지금까지 이렇게 덧글이 많이 달려본 적은 처음이에요. 많은 관심과 사랑 감사랍니다. 그리고
펫허, 격려 고마워요. 반드시 트랜스 유노와 카페 나노하를 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갓 토순, 당신의 가호는
분명히 있습니다.
제로 카페에 한 마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에 이런 글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고마워요.
타입문넷에 한 마디.
자유 게시판으로 보내지 않으셔서 감사드려요. 정말로. 덧글도 최고수. 행복이란 별 것 아니다, 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더 깨달았습니다.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에 한 마디
그냥 위에 링크만 걸고 이 부분은 지워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공통적으로 한 마디.
루이즈의 컨셉은 '동생이 생겨 정신적으로 성장하였지만 나노하에게만 살짝살짝 미소를 보여주는 츤데레는 버리지 않았다.' 입니다. ......본인도 이해못할 말이군요.
아
이디어 노트에 '루이즈 허무 절대 파괴의 힘 기어스?!' 라던가 '루이즈가 하야테를 소환했는데 하야테가 적을 모두 쓸어버린 후에
[린이 없어서 컨트롤 하지 못했다]라고 말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등의 아스트랄한 글들이 써있습니다.
하여튼 이 아스트랄로토순쿠스하고 엔세스트리밍한 이야기를 재밌게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p.s 질문은 받기는 하는데, 잊어버리니 기대안하는 쪽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