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6. 파괴의 지팡이. 하편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6. 파괴의 지팡이. 하편
“아, 맞네. 파괴의 지팡이야. 분명 견학 때 봤던 거야.”
나노하의 신호에 오두막으로 들어온 큐르케가 파괴의 지팡이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곁에 서 있던 타바사 역시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고 기슈 역시 “일단 여기가 후우케의 은신처가 맞기는 했었나보네.” 하는 대사로 그것이 파괴의 지팡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덧붙여서 루이즈는 바깥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일행의 반응에 나노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게, 파괴의 지팡이라고요?”
“나노하는 처음 보는 거지? 소문에 의하면 드래곤도 한 방에 잡을 수 있다는데, 것보다 이거. 어딜 봐서 지팡이라는 거야?”
“……유니크.”
“확실히 유니크하기는 한데 재질이 뭐지? 연금 마법으로 조금 바꿔볼까?”
“하지만, 그건…….”
나노하는 말하려 했다. 파괴의 지팡이라 말하는 그것은 사실─.
콰아앙!!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오두막이 흔들렸고 루이즈를 떠올린 나노하는 곧장 밖으로 나섰다.
문을 박차고 나온 나노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팔 하나를 재생시키고 있는 거대한 골렘과 그 골렘에게 지팡이를 겨누고 있는 루이즈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튀어 나왔다고! 그러고 팔을 휘두르려고 하길래 폭발시킨 거야!”
밖으로 나온 타바사는 골렘을 보며 말했다.
“더 커졌어.”
학원 보물고를 습격했을 때보다 더 커진 골렘을 향해 타바사는 지팡이를 겨누었다. 재생하는 동안 다른 곳을 공격하면 간단히 골렘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룬을 읊는 순간,
“위험해!”
쿠당탕탕!
부웅─.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큐르케에게 습격 받아 쓰러진 타바사는 화를 내려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는 엄청난 질량 덩어리를 본 순간 생각을 바꿨다.
“하아, 늦을 뻔 했다.”
“……고마워.”
타바사의 인사에 큐르케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친구잖아? 것보다 말이지…….”
두 사람의 시선은 자신들을 공격했던 방향을 향했다. 기슈는 언제 챙겼는지 모를 파괴의 지팡이를 들고 있었고, 그 뒤로는 자신들이 있었던 오두막이, 그 너머에는 루이즈가 팔을 폭발시킨 골렘과 같은 형태의 골렘이 두 개나 서 있었다.
“이거, 제대로 걸린 것 같은데?”
“아하하, 그냥 마법 위사대의 힘을 빌리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지.”
큐르케의 말에 뒤를 돌아본 기슈가 어색한 웃음과 함께 농담조로 말하면서도 발키리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흩날린 장미꽃잎 수와 같이 나타난 여성형 갑옷의 청동 병사들은 창과 방패를 들고 공격 준비를 시작했다.
그것을 본 큐르케와 타바사 역시 일어서서 다른 골렘에게 지팡이를 겨누었다.
“학원 최약체인 기슈에게 질 수는 없지.”
“마찬가지.”
“어이, 너무 직설적인데.”
긴장하고 있던 기슈는 등 뒤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말에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긴장을 덜어낸 것이었다.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며 루이즈는 벌써 팔을 재생시킨 골렘을 보며 말했다.
“가자, 나노하. 저 셋에게 질 수는 없잖아? 귀족의 명예도 달려 있다고. 잊지 않았지, 큐르케!”
“물론이지!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의 소원 뭐든지 들어주기야! 승부는 누가 먼저 골렘을 쓰러뜨리는가!”
“그런 거라면 나도 참전하겠어! 여기는 남자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나도.”
모두의 기운 넘치는 대화를 들으며 나노하 역시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참여했든, 휘말려 버렸던 어설프게 있을 수는 없는 법. 여기까지 왔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건 관리국의 교도관으로서도, 루이즈 씨의 사역마로서도 자격 미달. 그러니까—.
“전력 전개! 갑니다!”
<역시 할 때는 하잖아, 파트너! 레아! 제대로 서포트 하라고!>
<문제없습니다.>
든든한 동료들을 믿으며 나노하는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음 속 깊이 굳은 결심을 한 소녀의 왼손 손등의 룬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
후우케는 골렘을 세 마리나 만들어낸 것이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우세한 듯 했으나 큐르케와 타바사의 콤비
플레이는 손쉽게 깰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최근 수많은 모의전을 벌인 기슈 역시 예전과는 다르게 훌륭히 발키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나노하는 골렘의 몸 위에 올라타서 상대적으로 얇은 팔 다리의 관절 부위를 재생하는 족족 베어내고 있었고 루이즈가 자신의
폭발 마법으로 엄호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후우케는 마지막 작전을 쓰기로 했다. 적어도 기슈가 들고 있는 파괴의 지팡이는 회수해야 다. 사용 방법을 알기 위해서 이런
위험한 작전을 사용했지만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자신의 정신력이 모두 소모되어 실패하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최악의 선택지만큼은
피해야 한다.
후우케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룬을 읊기 시작했다.
—————
“응?”
한참 발키리들을 지휘하던 기슈가 이상을 느낀 것은 그 때였다. 발키리들의 방패 전진 돌격과 투창에 전진하지 못하고 있던
골렘이 갑자기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은 큐르케와 타바사가 맡고 있던 골렘과 루이즈와 나노하가 맡고 있던 골렘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보며 한순간이나마 술자의 마력이 다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행의 실수였다.
골렘이 붕괴하면서 만들어진 엄청난 양의 흙더미가 일행을 덮친 것이었다.
“우와앗!”
“꺄아아악!”
“크읏!”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대규모 연금 마법으로 일행이 파묻혀 있던 흙더미가 그대로 단단하게 굳어버린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숨조차 쉬지 못하고 그대로 생매장될 뻔했다.
무력화된 일행 앞에 롱빌이 나타난 것은 그 때였다.
그녀를 본 큐르케가 소리쳤다.
“미스 롱빌! 대체 어디 있다가 나타난 거예요!”
그러나 롱빌은 대답 대신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품에 넣었다. 그것만으로도 상냥한 모습이었던 여비서는 날카로운 눈을 가진 맹금류가 되어 일행을 노려보았다.
“마법 학원 학생들이라기에 누구 하나쯤은 사용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모른단 말이야? 멍청한 애들이네.”
“잠깐,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설마!”
롱빌의 공격적인 어투에 반발하던 기슈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외쳤다.
“그 ‘설마’가 사실이야.”
기슈의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롱빌, 아니 후우케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러자 단단한 흙더미 속에서 파괴의 지팡이가 튀어나왔다. 후우케는 그것을 품에서 꺼낸 보자기로 잘 싸서 등에 맨 뒤 일행을 향해 말했다.
“사용 방법은 알 수 없게 됐지만, 뭐 별 수 없지. 그리고 너희는 증거 인멸을 위해 죽어줘야겠어.”
“어째서,”
“응?”
지팡이를 휘둘러 일행을 그대로 생매장 시키려 했던 것을 멈추게 한 것은 나노하의 외침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건가요!”
—————
어째서일까.
골렘을 상대하는 동안 나노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후우케는 보물을 훔치는 것일까. 그 정도로 강력한 골렘을 만들 수 있다면 떳떳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벌수도 있을 텐데 어째서 그런 일을 선택한 것일까.
굳어져 버린 흙더미 속에 파묻혔을 때 나노하는 한 가지 소망을 품었다.
이야기를 듣고 싶다. 사정을 듣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돕고 싶다.
거짓된 환상에 상처 받는 일도, 반복되는 슬픈 운명도 단 한 마디가 시작이 되어 너무나도 간단히, 그리고 깨끗하게 풀렸다.
안경을 벗은 그녀의 눈을 봤을 때 나노하는 깨달았다.
이 사람은 단순히 돈을 위해서 이런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기에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를 저지르는 것 같은, 평생을 단 하나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 결국 로스트 로기아라는 위험한 힘을 탐하는 것 같은, 이 사람은 그런 사람들의 눈을 하고 있다.
“뭣 때문인가요?”
“도둑이 왜 도둑질을 하겠어? 당연히 돈 때문에,”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면 돈을 버는 건 쉽잖아요! 알려주세요! 적어도 그것만은!”
후우케는 나노하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이 작은 소녀의 말에 자신을 끌어들인 것일까. 묻지 않아도 말해주고픈 기분이 들게 하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후우케는 고개를 세차게 휘저었다.
안 된다. 자신은 도둑. 단순히 말에 휘둘릴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팡이를 휘두르려는 순간,
“지금이야!”
루이즈의 폭발 마법에 흙더미가 날아감과 동시에 나노하가 레이징 하트를 손에 쥐었다.
<캬하하, 해제 완료! 날뛰어 보라고 파트너!>
“레이징 하트, 셋 업!”
<네, 마스터!>
후우케는 빛으로부터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숲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마법이 봉인되기 전에는 하늘을 나는 일곱 환수들과 싸워
승리했고, 마법을 봉인한 후에도 발키리들과 싸워 이긴 상대다. 파괴의 지팡이도 회수했으니 증거 인멸은 포기하는 쪽이 나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후우케는 숲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도주로는 확보해 두었으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관리국의 에이스의 실력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
“이 정도면, 히익!”
배리어 재킷을 걸친 체 하늘을 날아오고 있는 나노하의 모습에 후우케는 헛바람을 삼켰다. 그리고 무언가 번쩍하며 거대한 섬광에 덮쳐진 것이 후우케가 정신을 잃기 전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마력 데미지로 완벽하게 실신해버린 후우케를 보며 나노하는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조금 심했나?”
<문제없습니다.>
“그렇겠지?”
둘의 대화를 들은 델프링거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쓰러뜨려 놓고 그 태도는 뭐냐?>
“아하하하.”
나노하는 그저 웃어넘길 따름이었다.
—————
흙더미 속에 파묻혀 있었기에 여기저기 흙과 먼지를 뒤집어 쓴 일행은 후우케를 포박한 뒤 학원으로 되돌아왔다. 대충 흙먼지를 털어낸 후 학원장실로 들어온 일행은 지금까지의 일을 모두 얘기하였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오스만은 미소를 지으며 일행을 축하했다.
“잘해주었네. 왕실에는 자네들에게 슈발리에의 작위 신청을 제출해두었네. 미스 타바사는 이미 슈발리에의 작위를 가지고 있으니 정령 훈장 수여 신청을 제출해두었고 말일세.”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문득 나노하를 바라본 루이즈는 어쩐지 가라앉아 있는 나노하를 보고서는 오스만을 향해 물었다.
“올드 오스만, 나노하에게는?”
“유감스럽지만, 그녀는 귀족이 아닐세.”
“그런…….”
“아, 저는 괜찮아요. 루이즈 씨가 그만큼 더 받으시면 되니까.”
웃으며 말하는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스만이 기운찬 목소리로 말했다.
“자, 후우케도 잡았고, 파괴의 지팡이도 돌아왔네. 게다가 오늘 밤은 브릭의 무도회이지 않나? 누가 뭐래도 오늘 무도회의 주인공은 그대들일 테니 즐겁게 지내보게나.”
큐르케는 얼굴이 확 밝아지며 말했다.
“그랬었죠! 이 일 때문에 완전히 있고 있었네. 일단 씻는 게 우선이겠지만.”
네 사람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문을 향했다.
“뭐해? 어서 와.”
따라오지 않는 나노하를 보며 루이즈가 말했다.
“먼저 가주세요. 오스만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루이즈는 잠시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빨리 와.’ 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고 나섰다.
“뭔가. 내게 하고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은?”
“파괴의 지팡이에 대해서요.”
나노하는 이 세계에서 파괴의 지팡이라 불리고 있는 로켓 런쳐에 대해서, 자신의 세계에 대해서, 시공 관리국에 대해서, 그 외의 이러저러한 것들을 얘기했다.
“흠, 그렇군. 그래, 역시 우주는 넓구만.”
“저건 아마도 저희 세계의 무기예요. 어떻게 저게 여기에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나노하의 질문에 오스만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것을 나에게 준 것은 내 생명의 은인이었단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저희 세계의 사람일 거예요. 틀림없어요.”
“삼십년 전에 죽었다.”
노마법사는 오랜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삼십년 전, 숲을 산책하고 있던 나는 와이번에게 습격당했지. 거기서 나를 구해준 것이 저 '파괴의 지팡이'의 주인이었다. 상처를 입고 있었기에 나는 그를 병원으로 옮기고 열심히 간호했다만, 상처가 너무 깊었지.”
“……돌아가신 건가요?”
오스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이 죽고 나서, 그가 사용했던 한 자루는 무덤에 같이 묻고, 나머지 한 자루를 '파괴의 지팡이'라고 이름 붙여 보물고에 넣어두었지. 은인의 유품으로써…….”
어딘가 먼 곳을 보는 눈이 된 노마법사를 보며 나노하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는 침대 위에서 죽을 때까지 헛소리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단다. '여기는 어디냐.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라고. 분명, 그는 너와 같은 세계에서 온 것일 테지.”
“대체, 누가 이쪽 세계에 그 사람을 부른 건가요?”
“그건 모르다. 어떤 방법으로 그가 이쪽 세계로 온 것인지, 최후까지 알 수 없었단다.”
“예…….”
그 파괴의 지팡이는 분명 자신의 세계의 군인들이 쓰던 무기. 적어도 죽은 사람이 시공 관리국의 사람이 아닌 것만큼은 확실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노하는 문득 떠오른 듯이 왼손을 내뻗었다.
“이 룬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까요?”
잠시 고민하던 오스만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의 손에 있는 이 룬. 이건 간달브라고 한단다. 신의 왼손이라 불리며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시조 브리밀의 사역마가 썼다는 전설의 룬이란다.”
나노하는 환수와 발키리들과 싸울 때를 떠올렸다.
“아, 그래서…….”
“그럼 이제 다른 질문이 있니?”
“아니요. 감사합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나노하를 보며 오스만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나노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힘이 될 수 없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믿어다오. 난 네 편이란다, 간달브여.”
“예.”
“그리고 한 가지 더.”
오스만은 나노하의 양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간달브는 모든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그 말은 무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자가 필요한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혼란의 시대가 올 게다. 스스로를 지키고 너의 주인을 잘 지켜야 한다. 알겠니?”
“으음, 예.”
노마법사의 말이 어렵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던 나노하는 스스로를 지키고 주인을 지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가 보거라.”
인사와 함께 방을 나선 나노하를 보며 오스만은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언젠가 한 번 생각했었지만, 간달브는 평화로운 세상이라면 필요 없는 룬이다. 그러나 간달브는 이미 세상에 나와 버렸고, 그것을 현재 대륙의 정세와 연결해보면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었다.
“대체, 저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닥치게 될 런지…….”
—————
무도회는 알뷔즈의 식당 위층의 큰 홀에서 열리고 있었다.
난생 처음 무도회에 참가한 나노하는 발코니에서 조용히 사람들의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나노하가 사역마이기 때문이라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루이즈와 큐르케가 세 시간동안
정성들여 코디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나노하의 모습은 설사 상대가 사역마라고 하더라도 한 번 쯤 춤을 신청해 볼만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나노하가 전혀 춤을 출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춤 출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리사나 스즈카는 잘 추겠지?
기분 전환을 위해 친구들을 떠올렸지만 오히려 더 우울해진 나노하는 시에스타가 건네주고 간 고기 요리를 포크로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뭐하고 있는 거야?”
“엣?! 아, 루이즈 씨.”
고개를 돌린 곳에는 루이즈가 있었다. 긴 복숭아 색이 깃든 머리카락을 커다란 장식핀으로 고정하고 하얀 파티드레스를 입고, 팔꿈치까지 하얀 장갑이 루이즈의 고귀함을 싫을 정도로 연출하고, 가슴부근이 트인 드레스가 작은 얼굴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었다.
"헤에, 굉장히 예쁘세요."
<어울립니다, 하이 마스터.>
나노하와 레이징 하트의 솔직한 감상헤 루이즈는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것보다 뭐하고 있는 거야? 기껏 힘들게 옷 입혀 놨더니 이런 데서 혼자 있으면 어떡해?”
<내가 기억하기로는 둘이서 즐겁게 인형 놀이를 했던 것 같은데.>
“왠지 큐르케에게 동맹을 청해서라도 너를 불꽃 구덩이에 넣고 싶어졌는데.”
<미안, 농담이었어.>
단숨에 델프링거를 격침시킨 루이즈를 보며 나노하가 말했다.
“춤을 못 추니까요. 그리고, 이런 데는 처음이라 지쳐서 쉬고 있어요.”
“흐음, 나도 좀 쉴래. 평소에는 제로라고 놀려대던 녀석들이 이럴 때는 헤벌래 해가지고 춤 신청 하는 걸 거절하느라 힘들었거든.”
발코니 난간에 몸을 기댄 루이즈는 잠시 무도회 쪽을 바라보다가 나노하를 향해 물었다.
“원래 세계에 돌아가고 싶어?”
“예?”
“예전에 말했잖아. 돌아가고 싶다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고.”
루이즈의 말에 나노하는 무도회의 반대편, 어두워진 학원 풍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고 싶어도 갈 방법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본국하고 통신도 되지 않고. 그리고…….”
말끝을 흐리는 나노하를 바라본 루이즈는 나노하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루이즈 씨가 말씀하셨잖아요. 답장은 반드시 올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설사 돌아갈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사역마니까 안 보내줄 거라고.”
“그,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만약 못 돌아가게 된다면 책임져 주셔야 되요.”
“그건 걱정하지 마! 반드시 책임져 줄 테니까!”
“정말이시죠?”
웃으며 말하는 나노하의 모습에 루이즈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델프링거가 중얼거렸다.
<어째 위험 수위의 대사란 말이야.>
그렇게 밤은 깊어져 가고 있었다.
—————
“신호가 다시 포착되었습니다!”
“위치 좌표 저장하고, 각 승무원 위치로!”
무인 통신선과 접촉했지만 나노하의 신호가 끊어진 것 때문에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아스라가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언제나 느긋한 듯 보였지만 걱정이 가득했던 린디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정말, 그 애는 사람들 걱정시키는 데 뭐가 있단 말이지.”
“아슬아슬하게 사람 애간장 태우는 데는 선수들이니까요.”
모자의 대화를 들으며 에이미가 말했다.
“뭐, 어찌되었든 죽어가는 사람 하나 살리기는 했네요.”
에이미의 말에 크로노와 린디는 페이트를 바라보았다.
양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 그게 지금의 페이트였다.
그런 딸의 모습에 린디는 피식 하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나중에 신부랍시고 나노하를 데려오는 게 아닐까 싶은데.”
“가능성이 있다는 것 때문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군요.”
크로노는 고개를 절래절래 휘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좌표 저장 완료!”
“좋아요. 아스라는 차원 항행 속도로 발진합니다. 하는 김에 외곽 항로도 설정해두세요.”
“알겠습니다!”
“ADS(Auto Defence System:자동 방어 체계) 작동, 자동 항법 장치 작동, 자동 항로 기록 장치 작동. 스텐바이.”
모든 준비를 마친 승무원들을 보며 린디가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아스라 발진!”
“예스, 캡틴!”
수많은 사건을 거쳐 온 함선 아스라가 또다시 새로운 사건을 위해 기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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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 환상 도서관 엔세스 담당 지부(http://blog.naver.com/mileunai)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제로의 사역마 2기 12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비살상 설정이라면 저주도 마법이니까 날아가지 않을까 싶은데. 그 대신 떡실신 하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생각해보면 위험한 사상입죠.
죽지만 않으면 된다, 니까.
오리지날 설정을 넣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입니다.
나노하 카페에서 옛날에 본인의 소설에 나왔던 오리지날 캐릭터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니, 그건 안돼지 이 사람아!' 를 외칠 겁니다.
아, 진짜 넣고 싶다. [야]
된다면 갓 토순을─. [그건 네놈 것도 아니잖아!]
마력석에 관해.
비행선도 풍석이라는 것을 이용하므로 비슷한 것이 있을 것이라 판단함.
그래서 후우케는 부족한 마력을 마력석을 이용했다, 라는 설정이지만, 어째 괜히 쓴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문제의 설정.
사실 나노하는 로켓 런쳐 대신에 PPC를 사람이 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을 들고 쏘려고 했습니다.
맥워리어를 해본 사람, 그리고 이것을 써보고 맞아본(...) 사람은 다 아는 최강 최악의 병기입죠.
무게도 장난이 아니지. 우지엘이나 매드켓 마크 투가 아니면 힘들었어......
하여튼 그렇게 쓰다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
약 2달 만에 간신히 1권 부분을 끝냈습니다.
이래서야 어디 알비온 올 때까지 쓸 수 있을래나 걱정이 됩니다.
역시 학교 축제 준비로 페이스를 잃어버린 게 잘못이었나.
하여튼 2권 부분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비축분이라는 것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어이]
2권 부분부터는 나노하를 놓고 서로 싸우는 루이즈, 시에스타, 큐르케, 타바사를 써볼까나. 17금 리미터도 예전에 풀었으니. [야]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6. 파괴의 지팡이. 상편
[제로의 사역마X나노하] 제로의 나노하 Episode 6. 파괴의 지팡이. 상편
“내는 남아서 느그들 올 자리를 봐 둬야제.”
아스라가 관리국을 떠날 때 페이트에게 해준 말이다.
그 말에 페이트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
간절함, 슬픔, 공허함, 희망, 그 외 여러 가지.
한 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페이트는 그렇게
대답해주었는데, 왠지 그런 표정을 보기 싫었다. 나노하가 사라지고 나서 모두들 그런 표정을 짓고 있기에, 게다가 나노하를 찾으러
가는 페이트마저도 그런 표정을 하고 있기에, 일부러 웃으며 말했다.
“내가 괘않은 남자 만나꼬 얼라들 낳기 전까지만 돌아온나. 글타고 느그들 둘이서 얼라까지 달고 오는 기도 문제일끼다만.”
“아하하…….”
미묘하게 빨개진 얼굴로 페이트는 난처한 웃음으로 얼버무리고는 아스라에 탔다. 그와 동시에 나 역시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고통을 참는 법과 표정을 바꾸는 법은 린포스 아인[1], 그 아이가 있을 때 모두 익숙해져 있었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방금 전
페이트가 짓고 있던 표정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본국 기준으로 나노하가 사라지고 아스라가 출발한지 벌써 일주일 째. 지금쯤이면 아스라의 모두는 무인 통신선과 접촉한 뒤 행동 방향을 결정하고 있을 터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당연한 얘기지만 세 사람이 함께 자던 침대에 지금은 나 혼자 뿐이다. 이게 얼마만일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쓸쓸함을 깨달았다.
“하모, 마 같이 잔 게 벌써 몇 년인디, 쓸쓸한 기 당연한 기제…….”
나를 눈 뜨게 한 아침햇살을 손으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퍼뜩 돌아온나 야들아…….”
일어날까, 하다가 그냥 자기로 했다. 어차피 오늘은 휴일. 조금만 더 자자.
─────
후우케가 학원 보물고를 습격한 다음 날 아침, 학원은 말 그대로 뒤집어져 있었다. 학원이 보관하고 있는 비보(秘寶)들 중
하나인 파괴의 지팡이를 도둑맞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사건의 처리를 위해 모인 교사들과 호기심으로 모인 학생들 덕분에 본탑 주위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 소란 속에서 루이즈, 나노하, 타바사, 그리고 친구라는 명목으로 낀 큐르케와 기슈는 목격자의 증언을 위해서 교사들과 함께 사건 현장 근처에 모여 있었다.
“헤에, 이거 엄청난데?”
“정말 엄청난 짓을 해버렸구나, 후우케는.”
장난스러운 듯이, 그러나 진지하게 사건 현장에 대한 평을 하는 큐르케와 기슈를 보며 루이즈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고의였던 우연이었든지 간에 자신의 마법이 후우케의 도둑질에 도움을 주었다는 사실이 이 귀족 정신으로 무장된 소녀의 마음에 부담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바사, 어땠어?”
후우케가 저질러 놓은 일을 바라보며 큐르케는 타바사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타바사는 언제나처럼 대답했다.
“컸어.”
“그리고?”
“강했어.”
“흐음…….”
“아니, 잠깐. 그걸로 이해가 돼?”
단순함의 극치를 달리는 타바사의 대답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큐르케를 보며 루이즈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크고 강한 골렘이 본탑 외벽을 부쉈다는 거 아니야?”
“맞기는 한데.”
“그럼 된 거지. 안 그래, 기슈?”
"음? 아아, 뭐. 간단하게 줄이자면 그렇게 되겠지."
의도적이지는 않았다고는 해도 자신의 마법으로 후우케의 도둑질에 도움을 주었다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루이즈는 큐르케의 대답에 관자놀이 부분을 꾹 눌렀다. 자신이 어젯밤 당했던 일을 너무나도 단순하게 축약해버리는 게르마니아의 여자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두통에 한숨을 내쉬는 루이즈를 보며 나노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하하, 사람마다 이해하는 법이 다른 거니까요.”
“거봐, 나노하는 잘 이해해주잖아.”
“…….”
루이즈는 이제 이 주제로 큐르케와 대화하는 것을 그만두기로, 최소한 보류하기로 했다. 그래서 루이즈는 큐르케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에 거대한 골렘으로 본탑의 벽을 파괴하는,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식한 방법으로 물건을 훔쳐가는 대담한 방법을 사용하고 거기에 범행성명까지 새겨놓고 도주해버린 후우케의 만행을 바라보기로 했다.
<파괴의 지팡이. 확실히 접수했습니다. 흙더미의 후우케.>
그 잘난 척 하는 것 같은 범행성명을 본 교사들은 각자의 말하고픈 바를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흙더미의 후우케! 귀족들의 재물만 노린다는 도적인가! 마법학원에까지 손을 대다니! 어지간히도 얕보여지고 있지 있잖나!”
“위병은 대체 뭘 하고 있었지?!”
“위병 따윈 도움이 되지 않아! 어차피 평민이지 않은가! 그것보다 당직이었던 귀족은 누구인가!”
당직이었던 귀족을 찾는 교사들을 보며 슈베르즈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의 당직이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설마 마법학원을 노리는 도적이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기에, 그리고 최근 들어 수업 시간 내내 긴장하게 만드는 학생들 때문에 당직을 땡땡이 치고는 자기 방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본래대로라면 그녀는 야간통행 경비소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미세스 슈베르즈! 당직은 당신이지 않습니까!”
빨리도 슈베르즈를 찾아낸 기트가 그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그러자 주변의 교사들이 모두 그녀를 향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맞소, 미세스 슈베르즈!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겁니까!”
“그 단순한 경비 임무도 안 하신 겁니까!”
“똑바로 하셨어야지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교사들의 비난에 슈베르즈는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교사진의 비난은 줄어들었지만 기트의 비난은 계속되었다.
“고개 숙인다고해서 보물이 되돌아오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이 '파괴의 지팡이'를 변상해 줄 수 있는 겁니까! 말해보십시오!”
그 모습을 보며 큐르케는 주변에만 들릴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는 자기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거기! 미스 첼프스트! 지금 뭐라고 했지?”
“쳇, 들렸나보네. 그냥 후우케의 마법이 강했구나, 했습니다만?”
일행을 향해서 작은 목소리로 본심을 말한 후 뒤돌아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큐르케의 모습은 분명 자연스러웠지만, 꼬일 대로 꼬인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기트는 꼬투리를 잡았다.
“내가 들은 내용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지 못하겠나, 미스 첼프스트?”
“저는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만?”
“둘 다 그만하게.”
큐르케와 기트 사이에 냉기가 흐르기 시작한 순간,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한 오스만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를 했다.
“미스터, 뭐였더라?”
“기트입니다! 그세 잊으셨습니까?!”
“아, 뭐 쓸데가 없으니까.”
“……하?”
얼빠진 대답을 하는 기트를 반쯤 무시하며 오스만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어찌되었든 미스터 기트, 숙녀에게는 좀 더 부드럽게. 그리고 미스 첼프스트, 교사에게는 예의를. 알겠나?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후우케를 쫓는 것이지 사제가 싸우는 것이 아닐세. 하여간, 그래, 후우케의 범행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이 누구라고?”
오스만의 물음에 콜베르가 일행을 가리켰다.
“이 셋에, 두 사람은 친구 자격입니다.”
“흠, 미스 바리엘. 언제나 사건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늙은이의 착각인가?”
“……저도 착각이었다면 좋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상황을 설명해주게.”
오스만의 요청에 루이즈는 있던 일 그대로를 설명했다. 갑자기 나타난 골렘이 학원 외벽을 부수고 보물고에서 파괴의 지팡이를
훔쳐간 일, 나노하와 함께 골렘을 공격했던 일, 주변을 순찰하던 타바사가 도와준 일, 그리고 후우케를 놓친 일.
그러던 중 기트가 시비를 걸어왔다.
“미스 바리엘. 분명히 자네는 마법 금지령을 받고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런데 마법 연습을 위해서 본탑에 남아 있었다고?”
그 말을 들은 루이즈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나노하의 말에 마법 연습에만 신경 쓰느라 그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학생 간에는 금지된 결투를 매일 몇 차례나 했다지? 생각이 있는 겐가, 없는 겐가 미스 바리엘! 미스터 브람힐트와 그의 동료들은 현재 얌전하게 마법 금지령을 받아들이고 있는데 말일세!”
“그건 자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걸세.”
“이래서야, 예? 잘못 알고 있다니요, 올드 오스만?”
설교 모드로 들어가던 기트를 멈춘 것은 오스만이었다. 노마법사는 기트의 얼굴 앞에 손을 뻗어 검지를 하나 펴며 말했다.
“첫째, 미스 바리엘의 마법 금지령은 어제 점심까지였다네. 즉, 그녀가 어제 마법을 쓴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네.”
“일주일이었잖습니까! 그렇다면 오늘까지인데,”
“미스 바리엘의 사역마가 걸고 있는 목걸이 덕분에 하루가 줄었다네. 그건 미스터 브람힐트가 낸 서명 모음과 함께 협의한 내용이었네. 원한다면 증서를 보여줄 수도 있네만?”
오스만의 말에 루이즈와 나노하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런 적이 있었나? 그 의문은 잠시 후 고개를 돌린 오스만이 한쪽 눈을 찡긋해 보임으로써 해소되었다.
나노하의 목에 걸린 것을 본 기트는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씰 매직]이로군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도 마법을 사용한 것이,”
“두 번째!”
기트의 반박을 목청으로 찍어 누른 오스만은 중지를 들며 말을 이어나갔다.
“미스 바리엘이 이 학원에서 뭐라고 불리고 있는지 알고 있겠지?”
“예에, 제로, 제로의 루이즈라고…….”
“그래. 항상 마법을 실패하기 때문이라고들 하더군.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법을 쓸 곳을 찾아내었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부득이한 경우’에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 그것은…….”
기트가 반박할 논리를 만들기 전에 오스만은 마지막으로 약지를 펼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세 번째. 미스 바리엘과 마찬가지로 얌전히 있어야 할 미스터 브람힐트와 그의 동료들은 연금 마법으로 가짜 동전을 만들어서 학원 하인들에게 팁으로 주다가 걸렸지 않았나? 게다가 비행 금지령을 어기고 지난 밤 미스 타바사의 순찰에 걸렸고 말일세.”
가까이 있었기에 오스만의 말을 들을 수 있었던 루이즈는 타바사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순찰을 하고 있었구나.
기트는 완전히 침묵했고 오스만은 다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다음 말했다.
“사소한 일은 잠시 미뤄두고, 지금 중요한 것은 후우케를 쫓는 것이다. 음? 그러고 보니, 미스 롱빌은 어디로 갔지?”
“올드 오스만과 함께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까?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이 비상시에 어디로 간 겐지, 아 저기 오는구먼.”
오스만은 저 멀리서 나타난 롱빌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을 본 콜베르가 소리쳤다.
“미스 롱빌! 도대체 어딜 갔다 오는 겁니까! 사건이 터졌는데!”
“죄송합니다. 아침부터 조사할 일이 있었기에…….”
“조사?”
설명을 요구하는 오스만의 태도에 롱빌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하기 시작했다.
“예. 오늘 아침 학원 보물과의 파손과 그 안에 새겨진 후우케의 범행 성명을 본 저는 그대로 주변을 탐문 수색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인근에 사는 농부로부터 어젯밤에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가 어떤 짐을 들고 근처 숲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숲을 탐색한 결과, 아마도 후우케의 은신처로 보이는 폐가를 발견했습니다.”
오스만은 날카로운 눈동자로 물었다.
“폐가까지의 거리는?”
“도보로는 반나절. 말을 타면 네 시간 정도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콜베르가 말했다.
“그럼 왕실 마법 위사대에 병사들을 파견 받으면,”
“어리석은 것!!!”
노인이라고는 믿기 힘든 박력으로 오스만이 외쳤다.
“왕실에 알리러 가다가 후우케를 놓치고 말아! 게다가 마법학원의 보물이 빼앗긴 것이다! 이건 마법학원의 일이야! 당연히 우리가 해결해야지!”
오스만의 말에 롱빌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마치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그렇지만 그 미소는 너무도 빨리 사라졌기에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 탐색대를 편성한다.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자는 지팡이를 들도록. ……후우. 아무도 없는 겐가? 후우케를 붙잡아서 명예를 드높일 귀족은 아무도 없는 겐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는 교사들에게 오스만은 결국 큰소리를 내었다. 그렇지만 지팡이를 드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을 보며 루이즈는 결심한 듯이 지팡이를 들었다.
“미스 바리엘! 당신은 학생이잖아요? 여기는 우리 교사들에게 맡기고,”
"아무도 지팡이를 들지 않잖아요. 그리고……."
저 역시 이 일에 책임이 있으니까요.
뒷말을 삼킨 루이즈의 표정은 씁쓸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그것을 떨쳐버렸다. 그것을 본 큐르케 역시 지팡이를 들었다.
“미스 첼프스트! 당신도 학생이잖습니까?!”
슈베르즈의 말에 큐르케는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바리엘 가에는 절대 질 수 없으니까요.”
“이미 몇 번은 졌으면서…….”
“너도 졌잖아. 자, 그럼 이번에는 누가 후우케를 잡는지 그걸로 승부를 내볼까? 아, 타바사. 너는 됐어. 관계없으니까.”
지팡이를 들어올리는 타바사를 보며 큐르케가 만류했지만, 타바사는 짧게 대답했다.
“걱정.”
큐르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감동한 얼굴이 되었고, 루이즈 역시 멈칫 했다가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고마워, 타바사.”
그런 세 명의 모습을 보며 기슈 역시 지팡이를 들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빠질 수 없지. 숙녀 네 분이 가는데 에스코트할 신사가 없다는 건 비극이라고?”
“기슈 씨는 분위기에 휩쓸리는 사람이네요.”
“기사도 정신이라고 해줘.”
“그럼 분위기에 휩쓸리는 기사도를 가진 사람이네요.”
나노하의 말에 모두들 웃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오스만 역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그럼 그대들에게 부탁하지.”
“올드 오스만! 그렇지만 저들은 학생입니다!”
“그럼 자네가 갈 텐가?”
“아, 아니요. 저는 몸이 좋지 않아서…….”
“모두들 적을 보고 있네. 게다가 미스 타바사는 이미 슈발리에의 칭호를 가진 기사라고 들었네만?”
타바사는 대답하지 않은 체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그것을 본 교사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큐르케 역시 놀라움을 감추기 못한 체 타바사를 향해 물었다.
“정말이야, 타바사?”
슈발리에는 왕실에서 내려지는 작위 중에서도 하위급에 속하는 것이지만, 순수한 실력만으로 내리는 칭호이기에 타바사의 나이에 슈발리에의 칭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다.
“미스 첼프스트는 게르마니아의 우수한 군인 집안 출신에 자신의 화염 마법도 강력하다고 들었네.”
큐르케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미스터 기슈는 그라몬 원수의 아들로 일곱 발키리들을 사용하는 마법으로 강하다고 들었네. 미스 바리엘의 사역마에게 졌지만, 오히려 그것을 발판으로 성장하고 있다지?”
졌다는 말에 눈썹을 찡그렸던 기슈는 성장하고 있다는 말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웃었다.
“미스 바리엘은 자신의 마법을 사용할 길을 찾아낸 훌륭한 메이지이지. 게다가 사역마 역시 강력하고 말일세. 일곱 환수들과 싸워 이겼고, 발키리들과 싸워 이긴 굉장한 사역마이니까 말일세.”
루이즈와 나노하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것을 보며 콜베르가 흥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누가 뭐래도 미스 바리엘의 사역마는, 윽?!”
오스만은 지팡이를 이용해서 콜베르의 발을 찍어 눌렀다. 그리고는 콜베르를 쳐다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말하지 말게. 그런 느낌이었다. 콜베르가 눈치를 채고 헛기침으로 넘어가자 오스만은 일행을 향해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트리스테인 마법 학원은 제군들의 노력과 귀족의 의무에 기대하고 있겠네.”
─────
출발하기 전, 루이즈는 오스만을 불러 세웠다.
“음? 무슨 일인가?”
“제 마법 금지령이 어제부로 풀렸다면 나노하의 마법 금지령도 풀린 게 아닙니까?”
“그렇지. 아, 그래. 그걸 풀어줘야지.”
오스만은 손짓으로 나노하를 불러 목걸이를 손에 쥐고는 짧게 룬을 읊었다. 그러자 투박한 형태의 목걸이의 중간 부분이 툭 하고 분해 되듯이 떨어졌다. 목걸이를 챙긴 오스만이 말했다.
“세 네 시간 정도가 지나면 다시 마법을 쓸 수 있을 걸세. 여기서 후우케의 은신처로 예상되는 곳 까지의 거리가 그 정도라고 했으니, 도착할 때쯤이면 예전 상태가 되겠지.”
“감사합니다, 올드 오스만.”
“이제 소중한 주인님을 지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
“네!”
힘차게 대답하고 일행에게 되돌아가는 나노하를 보며 오스만은 작게 중얼거렸다.
“힘내게, 간달브여.”
─────
이동 방법은 롱빌이 모는 마차였다. 마차라고는 해도 지붕도 없는 짐마차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비상시에 곧바로 뛰쳐나올 수 있도록 이쪽을 선택한 것이었다.
고삐를 잡는 롱빌을 보며 이것저것 캐물으려 하는 큐르케를 막던 루이즈는 문득 생각난 듯이 물었다.
“왜 지원한 거야?”
“뭘?”
“후우케를 잡는 일에 왜 지원한 거냐고.”
“아까 말했잖아? 바리엘 가에는 질 수 없다고. 게다가, 읏샤!”
“후왓?!”
큐르케는 곁에 있던 나노하를 껴안으며 말했다.
“네가 가면 나노하도 가게 되어 버리잖아. 불안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불안하잖아?”
“호오, 나는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
“아하하, 두 분 다 진정하는 게…….”
서로를 향해 도발적이고 적대적인 미소를 짓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나노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슈와 타바사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지만 기슈는 고개를 흔들며 빠져버렸고 타바사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아서 눈을 맞추는 것부터
불가능했기에 결국 나노하 혼자서 두 사람을 말려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숲에 들어서자 일행은 마차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음?”
“뭐야, 기슈?”
“아니, 우리가 떠난 게 분명 아침이었지? 세 네 시간 거리였다면 지금쯤 태양이 더 높이 떠 있어야 할 텐데, 왠지 더 일찍 도착한 것 같아서.”
기슈의 말에 루이즈는 나노하를 향해 물었다.
“나노하. 마법 쓸 수 있어?”
“아직이요.”
<하지만 곧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레아가 나까지 끌어들여서 회복 작업을 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레이징 하트와 델프링거의 대답에 타바사가 ‘가능한 더 빠르게.’ 라고 조용히 요청해왔다. 말수 없는 그녀가 말을 했을 때, 그것이 상당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최근 만나면서 깨달은 일행은 약간이나마 풀어졌던 마음을 다잡았다.
도둑이라고는 해도 상대는 거대한 골렘을 쓰는 트라이앵글 급의 메이지. 게다가 상대의 능력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는 상황. 이 정도의 인원이 모여 있다고는 해도 간단히 이겨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었다.
숲길을 조금 더 걷자 꽤 널찍한 공터와 함께 나타난 허름한 오두막을 보며 큐르케가 물었다.
“저긴가요, 미스 롱빌?”
“예. 맞아요. 제가 받은 정보에 의하면 말입니다.”
“좋아. 그럼 모두 포위해서 일격에 날려버리는 거야.”
“안돼요!”
큐르케의 의견에 찬성하려던 모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한 나노하를 바라보았다.
“포위하려고 흩어진다면 각개격파 당할 가능성이 있어요.”
“그럼 여기서 일격에?”
“그러면 다른 방향으로 도망칠 수도 있고요. 게다가 그렇게 공격해버리면 우리가 찾아야 할 파괴의 지팡이도 부서질 수도 있잖아요.”
나노하의 말이 끝나자 타바사가 짧게 덧붙였다.
“우선은 정찰부터.”
“하아, 골치 아프네. 그럼 기슈. 네 발키리로 정찰을 보내 봐.”
“기슈 씨의 발키리는 소리가 너무 커요. 제가 갈게요.”
“나노하!”
나노하가 자진해서 나서자 루이즈가 외쳤다.
“걱정 마세요. 위험하면 곧바로 도망칠 거니까. 루이즈 씨가 이렇게 신경 써주고 계시니까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
“귀한 자식은 여행을 떠나보내야 된다는 거지.”
“함부로 말하지 말아줘, 큐르케. 그리고 나노하. 아직 마법 못 쓰잖아.”
“레이징 하트와 델프링거가 노력해주고 있으니까 어떻게든 될 거예요.”
“어떻게든 이라니!”
그 때 델프링거가 나섰다.
<한 10분만 더 있으면 끝난다, 마스터. 그러니까 시끄럽게 굴지 말고 보내줘. 파트너는 누구와는 달라서 무작정 덤벼들지는 않는다고.>
“뭐야, 검 주제에!”
잠시 실랑이 끝에 결국 루이즈는 나노하의 정찰을 허락했고, 나노하는 양손에 델프링거와 커틀러스를 들고 오두막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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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법小女Love 나노하 =StrikerS=(http://cafe.naver.com/lovenanoha.cafe), 『제로의 사역마 - 쌍월의 기사』(http://cafe.naver.com/saitolouise.cafe), 타입문넷(http://www.typemoon.net/), 환상 도서관 반쪽사서 담당 지부(http://halflibrarian.tistory.com/), 환상 도서관 엔세스 담당 지부(http://blog.naver.com/mileunai)에 동시 연재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소설이 쓰여지지 않는 것일까 고민해본 결과, 달달한 백합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생각은 다 해놓고 정작 쓰기는 힘든 것.
글쟁이의 숙명일까요. [아니, 그냥 귀찮아 하는 거잖아.]
이 글을 쓰면서 가오가이가 파이널과 쓰르라미를 봐서 그런지 나노하의 이미지가 마구 흔들려서 고생했습니다.
1기부터 다시 보던가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하편은 정말로 빠르게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