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자 나기사는 '모노노후'가 가진 이능력으로 오니가미를 봉인하고 요괴를 퇴치하는 아이자 가문의 소년으로, 오니가미의 봉인과 이능력 유전을 위해 고등학교 졸업 전까지 신부를 맞이하여 아이를 낳아야 요괴의 봉인을 유지하고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적합한 상대의 눈동자에는 문장이 떠오르는데 아버지와는 달리 이성에게 인기가 없기에 적합자를 만나는 것과는 별개로 이성이 난항을 겪는 도중 요괴의 혈통을 가진 쿠라마 미카라는 소녀와 만나게 된다. 적합자이자 요괴의 혈통이라는 것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호감을 느끼는 상대이기에 복잡한 심정으로 함께 지내는 동안 두 사람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 간다.
이후 오니가미의 부하를 막기 위해 싸우던 도중 나기사와 미카는 두 사람의 미래의 가능성으로 만들어진 아이의 힘으로 부하를 물리친다.
<감상>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너무 가볍게 쓰여지지 않아 괜찮은 라노베입니다. 전투신이 부실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그건 주인공이 약한 축에 속한다고 하는 걸 알기에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이, 아니 역시 전투신은 부실하네요. 러브코미디 작가들이 대체적으로 전투신에 부실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서브 히로인으로 예정된 츤데레 소꿉친구 이자와 나미는 폭력성을 자제해 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 동네에서 츤데레와 폭력이 정경유착과도 같은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결국 전형적인 성격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 세태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언제쯤이 되어야 애정과 폭력은 양립할 수 없음이 오덕계에 전파될런지…….
마찬가지로 서브 히로인인 여동생 아오이 사히로는, 뭐, 당연하다는 듯이 친오빠와 전통적인 생물학적 유전자 조합을 노리고 있습니다. 능력있고 예쁜 여동생이 헌신적으로 돌봐준다는 환상이 이 바닥에서 먹히고 있으니 이런 캐릭터가 계속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현실이 얼마나 각박하기에…….
서브 히로인에 대해 잔뜩 얘기하고 메인 히로인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이 없느냐면,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폭력과 츤데레가 난무하는 이 바닥에서 간만에 순진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아가씨가 메인 히로인이에요! 이건 밀어줄 수 밖에 없잖아요! 미카 좋습니다 미카.
주인공인 아오이 나기사는 전형적인 러브코미디 주인공입니다. 자기 입으로는 인기 없다고 하지만 미카 이전에 이미 소꿉친구와 여동생이 호감을 품고 있다는 걸 아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참……. 그래도 자기 처지 때문에 짝을 고르는데 신중한 점은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등장인물들 평은 이쯤 해두고, 아무래도 혈통에 관련된 이야기인만큼 본의 아니게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유전학 관련 지식들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인지 미카가 자기 능력이 후대에 유전될 걸 걱정하는 모습이 괜한 걱정으로 보이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만, 이능력이 있는 세계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넘겼습니다. 생각해보면 주인공 능력도 절대적 유전으로 내려온 거였으니까 미카의 걱정도 괜한 기우는 아니었네요. 결국 미래의 가능성인 두 사람의 아이는 이능력과 요괴의 힘 모두 쓰는 사기캐릭이 되기도 하고요. 포켓몬이냐.
여튼 다음 권이 나온다면 새로운 히로인이나 서브 히로인과의 가능성의 아이가 나올 테고, 그러면서 히로인이 조금 더 늘어나겠죠. 러브코미디인만큼 그럴 수 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납득할만한 전개로 늘어나줬으면 좋겠네요.
복잡한 일 하나가 끝났다. 아니, 어쩌면 더 엉키고 설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만큼 뒤엉킨 인과가,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인연에 닿았다.
굳이 어느 날이라고 특정할 수 없는 것은 분명 그 누구도 그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라 생각치 못하기 때문이리라. 해
가 떠있는 대낮의 일은 분명히 기억난다. 해가 진 밤 역시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토씨 하나 잊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네들과 있었던 일들은 마치 여름날 대낮 선잠 중에 본 꿈 속 풍경마냥 아스라히, 그러나 묘한 선명함을 품고 기억 한 켠에
남아있었다.
단순한 꿈이 아니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밤하늘을 그대로 옮긴 듯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모습流星畵이 담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천이 증거로 남아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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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양에서 돌아온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을까. 참으로 기묘한 일이었지만 모두가 포목점 은여우에 모여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남아있던
기억으로는 그러하였다.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하나 어디에 누가 있었는지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으로는 매우 먼 광경이라고 느끼는 것이 기이한 일이었다.
젊은 남녀가 가게로 들어온 것은 미리 떠오른 저녁달과
태양이 서산을 넘으려고 하는 그 순간이었다. 의도된 것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으나 두 사람을 제외하면 다른 손님들은 하나도
없었다. 한양 제일의 옷가게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이었다.
"으햐, 간신히 성공했구만. 어떻습니까? 축지와 사람 물리기만큼은 내 당내에서 누구보다도 잘한다 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너무 잘하셔서 걱정입니다. 이제는 떠날 사람이기는 합니다만, 진심으로 당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어째서요?! 이토록 술법을 잘 다루는 이가 당주인데 든든해야죠?!" "그 능력으로 하시는 게 일 때려치고 놀러가는 것 뿐이시잖습니까……."
경
은과 채선을 비롯한 포목점 은여우 일행 모두가 보고있는지도 신경쓰지 않고 주거니받거니 농담처럼 말을 주고받는 품새가 마치 오래
전부터 그래온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게 문제였다. 대화 내용은 둘째치고 옷차림을 보아하니 사대부 집안의 남녀 같은데 가게
안이라고는 하나 타인의 시선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저기,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금앵이었다. 그 말에 그제서야 남자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어이쿠, 미안하네. 우리끼리만 떠들고 있었구만. 여기 우리 유성당 하녀장님께서 혼례를 치르겠다고 해서 옷을 하나 지으려고 하거든? 듣자하니 요즘 한양서 포목점 은여우가 그렇게 잘나간다기에 맡기려 왔지."
묘
한 사내였다.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걸친 모습은 선비 같았지만 동시에 전혀 선비답지 않았다. 동네 건달이 선비 복장을 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다고해서 옷을 칠칠맞게 입었느냐고 하면 저렇게 잘 갖춰입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단정한 복장이었다. 그런
사내라서 그런지 분명 사대부 선비답게 진중하니 있었지만 어쩐지 광대패가 덩실덩실 춤추고 있는 것처럼 보여 괴이했다. 아니, 그전에
이 사내가 뭐라고 했지?
"하녀장……님?" "그래. 하녀장님. 우리 당 집안일 대소사를 총괄하는 훌륭한 분이시지."
세
희의 물음에 사내는 그렇게 말했다. 잘못 들은 게 아닐까 싶어 사내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뭐가 이상하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세상에
하녀장에 님을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훌륭한 분이라고 말을 높이는 사내라니. 미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모두의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한숨을 내쉬며 설명을 한 것은 여인 측이었다.
"당주님. 아랫사람에게 경어를 쓰는 건 당내에서 인간 아닌 것들에게만 통하는 시대입니다. 지금은." "그래요?" "그렇습니다." "밥해주고 청소해주고 빨래해주고 귀찮은 일 다 해주는 사람들에게 경어도 안 쓰는 시대였나요?"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당 안에서는 안 그런데?" "그건 당 안이니까요." "흐음……, 이 나라는 아직도 미개한 상태로구만."
이
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선비 복장을 한 사내가 대놓고 나라가 미개하다고 하다니. 그러나 사람이 예상 외의 상황에 처하면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얼어붙어 있었다. 그런 주변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가
말을 이었다.
"여튼 혼례복이 필요하네. 허나 전통적인 혼례복은 안돼. 일평생 한 번 입을 옷인만큼 화려해야 하지만,
한동안 계속 입고 다녀야 하는 만큼 활동성과 기능성 역시 중요하거든? 그러면서도 이왕이면 2, 300년 정도는 입어도 괜찮을
형태여야하고. 음, 그쯤이면 되겠죠? 내 여우 신혼기간은 솔직히 잘 모르겠거든요." "3백년씩이나 입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알콩달콩 지내면 되죠. 솔직히 지금 보면 한 5백년도 입고 다닐 것 같은데. 아아, 짝 없는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겠습니까." "당주께서 조금만 주위를 신경쓰신다면 분명 배필의 인연이 생길텐데요. 너구리들과 여인네 멱감는 장면 훔쳐보기부터 일단 그만두시죠." "어차피 보려고해도 다들 잽싸게 환술을 걸어버리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풍산개 나리들과 도깨비님들이 등목하면 다들 일감 던져놓고 구경하는 건 어찌 변명하시렵니까!" "저희는 보기만 할 뿐입니다. 당주님처럼 작대기에 치마저고리를 걸어 기수처럼 휘두르며 놀지는 않습니다!"
또
다시 유쾌한 만담을 이어가는 두 사람을 보던 세희는 문득 사내가 입에 담았던 유성당流星堂이라는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려보았다.
유성당. 유성당. 유성당? 분명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그러는 동안 도저히 남들에게 들려주지 못할 폭로전을 펼치고 있던 남녀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경은이었다.
"조금 더 설명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남녀 모두 음란하지 않았다면 생명이라는 것은, 어? 음?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혼례복을 입으실 분은 옆의 분이 맞습니까?" "예."
대
답은 여인이 했다. 옆에 주인이라는 남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경은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었다. 유생으로서 한마디
해야하나?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러지 않았다. 여인의 눈을 본 순간 자연스럽게 질문이 의미가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지적으로 빛나면서도 '인간'적이지 못한 눈동자가 그렇다고 고하고 있었다.
"혼례복인데 한동안 계속 입으신다는 게 무슨 얘기입니까?" "여우의 혼례이기 때문입니다." "……여우의?" "예. 맑은 날 비 올 때만 조금씩 해나가는 기나긴 혼례라서 그렇습니다."
이
건 또 무슨 농담이란 말인가. 여우의 혼례식? 맑은 날 비 올 때만 조금씩 식을 진행한다? 잠자리에 든 아이들 머리맡에서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도 아니고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포목점 은여우 일행 모두가 이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그 뒤에
여인에게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여우……?"
여인이 머리를 풀어헤친 순간, 사라락하고 내려온
머리카락에 사림의 귀가 가리져는 것과 동시에 머리 위로 아닌 귀가 쫑긋 하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치마저고리 뒤쪽이 갈라지며 사라락
하고 폭신폭신해보이는 꼬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가 아니다. 저녁밥 연기마냥 뭉실뭉실 흘러나온 여우꼬리는 모두 아홉 개였다.
"구미호……?" "걱정마세요. 간은 안 빼먹습니다." "사람들 반응을 보아하니 여우 처음보는 얼굴인데 그런 얘기하면 다들 농담으로 안 받아들일 걸요? 내 그토록 농담감각을 갈고 닦으라 했는데……." "한 번도 그런 얘기 안하셨습니다만!" "흘러간 기억 어딘가에 분명 있을 겁니다."
여튼,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사내, 유성당주는 유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야시나리(여우님) 혼례복 좀 지어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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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읽고 뭔가 떠올라서 후다닥.
신臣에게 전반적인 조선 후기의 모습과 혼례복에 대한 고증을 해줄 이와 시간을 주신다면 능히 이 헌정단문을 완성시킬 수 있나이다. <-